"때때로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화살처럼 우리 마음속으로 곧장 날아든다. 그리하여 신체의 조성(組成)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그럴 때면 마치 자신이 다시 열일곱살로 돌아가, 다시 한 번 격렬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그러나 그렇게 멋진 체험은 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몇 년에 겨우 한 번 정도 일어날까 말까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적적인 해후를 바라며 우리는 콘서트홀이나 재즈 클럽에 다닌다. 비록 실망하고 돌아오는 일이 많을지라도."
- <비밀의 숲>중에서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비밀의 숲>을 약간 우습게 보았던 초반과는 달리, 오늘 점심시간에 중반을 읽을 즈음에는 항복한 기분이다.
그래 이 사람이 괜히 하루키냐, 이래서 하루키지, 뭐 그런 마음?
일찌기 (라고 해봐야 H군의 당시 나이 14세), H군은 저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자 아래와 같은 짧은 표현을 했다.
"엄마, 엄마는 무슨 음악을 듣다가 막막 찌릿한 적이 있었어?"
있다고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런 '막막 찌릿한' 감정을 느낀 음악은 자기에게 최고로 편안한 마음을 가져다 주는데,
그 문제의 '막막 찌릿한'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에게 말해봐야 도무지 못 알아먹는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혹시 하고 물어봤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엄마가 그 감정을 안다는 것에 아주 크게 안도한 것이다.
하루키의 적확하고 아포리즘에 가까운 저 문장에 비해 H군의 표현은 거칠고 어리지만,
둘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은 같다고 본다.
그래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척 보면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정말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