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화살처럼 우리 마음속으로 곧장 날아든다. 그리하여 신체의 조성(組成)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그럴 때면 마치 자신이 다시 열일곱살로 돌아가, 다시 한 번 격렬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그러나 그렇게 멋진 체험은 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몇 년에 겨우 한 번 정도 일어날까 말까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적적인 해후를 바라며 우리는 콘서트홀이나 재즈 클럽에 다닌다. 비록 실망하고 돌아오는 일이 많을지라도."

- <비밀의 숲>중에서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비밀의 숲>을 약간 우습게 보았던 초반과는 달리, 오늘 점심시간에 중반을 읽을 즈음에는 항복한 기분이다.
그래 이 사람이 괜히 하루키냐, 이래서 하루키지, 뭐 그런 마음?

일찌기 (라고 해봐야 H군의 당시 나이 14세), H군은 저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자 아래와 같은 짧은 표현을 했다.
"엄마, 엄마는 무슨 음악을 듣다가 막막 찌릿한 적이 있었어?"
있다고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런 '막막 찌릿한' 감정을 느낀 음악은 자기에게 최고로 편안한 마음을 가져다 주는데,
그 문제의 '막막 찌릿한'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에게 말해봐야 도무지 못 알아먹는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혹시 하고 물어봤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엄마가 그 감정을 안다는 것에 아주 크게 안도한 것이다.

하루키의 적확하고 아포리즘에 가까운 저 문장에 비해 H군의 표현은 거칠고 어리지만,
둘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은 같다고 본다.
그래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척 보면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정말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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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 점심시간에 만나는 하루키
    from 음... 2009-08-27 16:36 
     지난번에 <비밀의 숲>을 점심시간 마다 야곰야곰 읽는 재미를 잠깐 페이퍼에 끄적인 뒤로, 일주일이면 3-4번 가던 그 커피전문점에 한 2주 뜸하게 안갔더니 다 읽지도 못했는데 그예 책장에서 사라져 있더라.  그래서 다른 책은 없나 하고 빈곤한 - 잡지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소설은 두 권, 미술이나 디자인 관련 책 두 권이 꼴랑 꽂혀 있다 - 책장을 들여다보자니 소설 두 권 중에 한 권은 역시 하루키다. (이 쯤에서 이 집
 
 
다락방 2009-07-0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은 뭐죠?

분명히, 분명히 제가 가지고 있는 하루키의 에세이집들과 겹치는 이야기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의 숲』이라는 이 책은 제가 가지고 있질 않으니, 저는 이 책을 지르겠어요. 지르고 말겠어요!!


저는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 둘다 사랑해요. 하루키의 소설에도 유머는 넘치니깐요! :)

치니 2009-07-06 14:10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던 책인데, 다른 하루키 책에 비해 홍보가 덜 된 책 같아요.
그냥 수수하게 회사 근처 커피숍에 뷰티 잡지들이랑 같이 꽂혀 있더라구요.:)

하루키가 장기간 어떤 신문에 게재한 칼럼들을 모은 것이니까, 다른 에세이집의 내용들과 겹치는 거 있을 거에요.
다락방님, 하루키 팬이시구나. ^-^

라로 2009-07-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의 표현보다 H군의 표현이 더 원초적이라 좋아요!!!!
저와 H군은 막막 친해질거 같다는~~~~YAY

치니 2009-07-07 11:02   좋아요 0 | URL
ㅋㅋ 더 원초적이긴 해요.
nabee님이랑 H군은 잘 어울릴 것 같은 예감이 막막 드네요.

2009-07-08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8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9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9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