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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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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 표지에 붙어있는 유시민의 프로필이다.

 유시민 (작가프로필 보기) - 민주주의와 자유를 너무나 간절히 원했던 나머지 20대를 거리와 감옥에서 보냈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다음에는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유럽으로 가서 공부했다. 나이 마흔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책과 칼럼을 쓰고 방송 일을 하다가 2002년부터 정치에 직접 참여했다. 좋은 대통령 만들기, 좋은 정당 만들기, 좋은 나라 만들기를 하겠노라며 뛰어다녔는데, 성공한 일도 있고 실패한 것도 많았던 6년간의 정치 활동은 결국 2008년 국회의원 낙선으로 끝이 났다. 지금은 원래 직업이었던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와 글쓰기와 강의에 전념하고 있다. 정당과 정치를 직업정치인들의 전유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국민이 정당과 정치를 자기 것으로 만들게 하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도 더 좋은 정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저 프로필을 읽고 '정말 낯 뜨겁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 뿐일까?
"민주주의와 자유를 너무나 간절히 원했던 나머지 20대를..." 이 문장서부터 고만 질려버린다. 프로필을 쓸 때부터 이렇게 과장(?)하면 그는 소위 지식소매상이라는 이름은 명함에만 박아놨지 아직 정치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지 말이다. 그가 20대에 고생하고 유럽에서 공부하고 정치 생활에서 유난히 부침이 많았다는 거, 알겠는데, 거기에 꼭, '너무나 간절히 원했던 나머지'라든가 '독재정권 무너진 다음에는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라는 수사가 들어가야 하냐 말이다.  까놓고 말해서, 20대 고생 유시민만 한 거 아니고, 독재정권 타파도 유시민 혼자 한 거 아니고 독재 정권 뒤에 유럽 가서 공부한 거는 일반 사람들보다는 복이 많았던 거구먼.

자타공인 똑똑한 유시민은 이걸 몰라서 정치판에서 인기를 잃어버렸구나 싶다. 저런 수사는 남들이 붙여줘야지 빛이 나지, 정작 본인이 떡 하니 나 이랬소 하고 생색을 내면 왠지 얄밉고 덜 미더운 법인데.  이렇게 멋진 수사를 스스로 (혹은 측근이나 팬들이)많이 안 붙였으면 적어도 욕은 덜 먹었을텐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내가 유시민을 엄청 싫어했던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이 사람이나마 대통령 감이라고 생각까지 했던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을 때처럼, 완전히 대통령 감이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나마 사람들을 무조건 찍어누르는 정치는 안하겠다 싶고, 합리적인 정치를 할 거다 싶어서. 그런데 책을 읽고나니 그가 토끼인지 사자인지 모르겠다. (책 속에서 그는 정치판에서는 처음부터 토끼와 사자가 보이는데 어린 토끼가 나중에 큰다 해도 여전히 토끼일 뿐 사자가 될 수 없고, 사자는 어려서 아무리 약해보여도 결국 사자가 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결국 토끼일 뿐이지 않은가,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 한풀이나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안타깝다. 

아무튼 이 책을 관통하는 유시민의 논지는 일관되게 같다. 국민들이여, 정치를 외면하고 정치인들을 미워해도 좋지만, 제발 헌법 정도는 알아두고 국민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연대는 하자! 간단히 이거다. 그런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은 없다. 그러기엔 열린우리당의 몰락과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아쉬움, 유시민 자신의 선거 패배의 그늘에서 못 벗어난 시점이니, MB를 욕하기는 해도 대놓고 자신을 따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듯.

원래부터 말은 엄청 잘 하는 사람이니, 읽다보면 대부분 옳은 말이고 비유도 적절하고 재미나게 해서 술술 읽힌다만, 왠지 가슴이 뜨거워지지는 않는게 내가 유난히 삐딱한 시선을 가진 독자라서 그런지, 유시민이 지식소매상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어떤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지켜나가야 할 지, 다시 한번 점검하는 기회는 되었다는게 이 책을 다 읽은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바로 위에 적었음.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해당사항 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도대체 왜 다들 MB정치를 욕하는지 모르겠다, 잘 살게 해준다고 했고 임기 시작한 지 겨우 1년 조금 넘었으니 기다려보자고 하시는 순진한 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편집한 책 "세상을 보는 지혜"라는 책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구절이다. 

어리석은 자를 견딜 줄 알라. 똑똑한 자들은 언제나 참을성이 없다. 지식이 많을수록 참을성이 줄기 때문이다. 통찰력이 큰 자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제일 우선해야 할 삶의 원칙은 인내할 수 있는 능력이며 지혜의 절반은 거기에 달려 있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대변해주는 정치인도 원하지만 가끔은 어눌하게 말하고 표현을 못하더라도 진심이 전해지는 정치인도 원한다. 유시민은 전자에 속했지만 후자의 미덕까지 갖추지 못했던 건 아닐까. 하긴, 이건 너무 이상적인 바램이구나. 그래도 유시민씨가 이 글을 본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이 아니고 그에게 유독 이런 이상적 바램을 투영해보았다는데 약간 기쁘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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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4-0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때 꺼꾸로 읽는 세계사만 읽고 무조건 좋아했었던 아저씬데... 아저씨야말로 말과 행동이 좀 꺼꾸로...

치니 2009-04-06 14:42   좋아요 0 | URL
아쉽게도 저는 남들이 다 괜찮다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 경제학 카페 같은 거는 못 읽고 이 책을 유시민의 책으로는 처음 접했네요. 그런 면에서 괜히 욕 들어먹고 운 없는 아저씨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