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의 유혹>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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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의 유혹 -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작년에 회사 일로 미국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마침 라스베가스에 전시가 있어서 그 곳 호텔에 몇 일 묶게 되었는데, 그 때 대 미국 시민들의 먹거리 습관과 쓰레기 처리 방식에 아연실색하고 안 그래도 싫어하던 미국을 더욱 싫어하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선, 양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햄버거 가게에서 주니어 사이즈를 시켜도 그 안에 고기가 얼마나 두툼한 지 저 같은 성인 여성은 반 개만 먹으면 배가 불러오는 정도고 콜라는 저를 제외한 그곳 사람들은 모두 스몰 사이즈는 취급 안하더군요. 케첩, 플라스틱 일회용 식기들, 넘쳐나는 냅킨들이 탁자 위에 널부러져 있는 거야 한국 맥도날드 풍경이랑 뭐 다르겠습니까마는, 그걸 먹고나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전혀 분리해서 버릴 마음이 없어보이던데요. 그냥 식탁에 있는 것들을 스윽 한 곳에 몰아놓고 나와버리거나 약간 양심이 있으면 버리기는 하는데 쓰레기통에 한꺼번에 모든 걸 버려요. 이런 상황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별 세 개짜리 호텔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미처 다 먹지 못한 음식이나 음료수를 처치하지 못해 곤란해하면서 물어보면 대답은 항상 "그냥 버려!"였습니다. 저는 생각했죠, "미국 인구가 이렇게 매일 마음껏 쓰고 마음껏 버리는데 우리가 죽도록 요일별로 알뜰살뜰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한다고 지구 온난화가 늦춰지기나 할까? 부유한 국가들이 마냥 다 미국 같으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그 쓰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을 고스란히 감당하면서 마음껏 쓰지는 못하는데, 이 불공평에 대해서 해결책이 있기나 한 걸까?"
이 책은 저처럼 우매한 대중도 한번쯤 저런 일을 겪었기에 나온 책 같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거겠죠. 그렇다고 이 책이 어떤 해결책을 짜잔 하고 제시할 리는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히 해결책이 없어요. 그럼 이 책에서 나열하는 객관적 사실들도 무시해버리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는 (이것도 당연히)그럴 수만은 없어요.
이 책의 저자는 약간은 순진해보이기는 하지만 유일무이해보이는 해결책 혹은 대안으로 일종의 소비자운동을 열심히 해서 저항에 맞서 싸우고 결국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고 생태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것만이 길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네요.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라는 회의에 빠지는 제가 무기력증에 빠진 소시민이라 그런 걸까요, 아니면 정말 불가능해져버렸기 때문일까요. 대답은 전자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만, 모르겠네요. 후.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위에 말한 것처럼 최소한 객관적 사실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기에 일독을 추천할 만 합니다. (단, 조금만 더 재미있게 써주셨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을 거 같네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맥락을 같이 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인용되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쉽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 많을 거 같아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다국적기업의 총수(읽고나서 뭐라고 할 지 궁금합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서문에서 인용) 물론 추문에 휩싸인 일부 보건의료기업의 이야기나 노동자의 건강을 상하게 하면서도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육류포장회사의 이야기도 나오겠지만, 선한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상당히 가혹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바로 그들이야말로 이상만으로는 자본주의의 추잡한 측면을 길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본보기이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 이 문구가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