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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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폴 인그램 지음, 홍성녕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리뷰는 알라딘 서평단 도서에 대한 리뷰입니다.>
살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억울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체제 그 자체 때문에 억울했던 건 뒤로 하고, 소소한 관계들에서 그야말로 실제적인 느낌으로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들끓던 기억들.
그것은 이 책을 읽다가 눈에 띤 한 줄, 그러니까 이런 문장과 유사한 감정이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자신은 중국인에게 아무런 적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끔찍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 진정한 문제는 중국이 언제나 친근함과 유연성을 약함과 연결 짓는다는 것이다."
아무런 적의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그래서 나름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필요한 만큼의 친근함으로 상냥하게 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빌미로 은연 중에 나를 '약한'사람으로 취급하고 도구로 이용하거나 무시하고 짓밟아도 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억울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일로 내가, 인간이, 원래는 타자에게 유연하고 친근할 수 있는 선한 면을 가지고 있음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자, 세상이 온통 불신으로만 뒤덮여져서 마음이 쑥대밭이 되는 것이, 참을 수 없이 서글퍼졌었다.
오늘날 많은 소수민들이나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내가 겪은 짧은 해프닝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열악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 저변이 비슷할 것이라고 감히 상상해본다. 악을 갖고 전쟁을 준비했거나, 누군가를 짓누르고 올라서려고 한 적 없이, 그저 조용하고 평화롭게 내가 가진 것들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것 뿐이라도, 그것을 빼앗기로 작심하고 덤비는 무리들이 그들에게 이유 없는 폭력을 휘두를 때, 이들은 억울하고 또 억울한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이 상황을 도저히 타개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예의 그 선량함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준비를 미처 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들은 이러한 폭력을 자행하는 지도부 혹은 정부만을 비판하는데 그치기 보다는 침묵하고 있는 다수에 대한 부끄러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지금 내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지녀왔던 침묵의 방관자 자세와도 유사하고, 중국의 지식인들이 언급 하지 않거나 중국중심주의에 오도 되어 활자화 한 책들의 민망함과도 유사하고, 중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들의 자국 이기주의와도 유사하며, 더럽고 무서운 것이 있으면 그저 눈을 돌리고 안 보고 안 듣되, 그것을 감추기 위한 포장만 겉핥기 식으로 배우고 마는 중국 내 다수 한족들의 자세와도 유사할 것이다.
아무도 무책임하게 '저건 나랑 상관 없는 일이야'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놈의 글로벌 시대의 진면목인 것을 굳이 피하려 한다면, 결국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그 여파가 돌아오는 것을 먼 훗날 통감할 뿐이리라.
티벳에 대해서 많은 환상과 프로퍼간다가 횡행해왔고, 우리들 대다수는 그저 최근에 베이징 올림픽 때 보도 된 사태들에 대한 가벼운 호기심을 느끼는 정도에 그쳐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이 티벳 문제에 대한 어떤 논리나 주장을 자제하고 그저 말 그대로 보고서의 형식을 취하고 팩트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고맙다. 그 팩트의 보고가 이 책의 원안인 1984년 초판에 의지한 개정판이라서 현 상황에 대한 팩트는 알 수 없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기는 하다만, 이런 책이 나오기까지의 어려움을 참작하면, 그 쯤은 아량을 가지고 바라봐주어야 할 것이다. 밥 한 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마는, 이런 시작이 우리들의 눈과 귀를 깨워줄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