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없다 없다 나처럼 없는 사람도 드물다고 아예 배수진을 치고 다니기는 하지만, 가끔씩 그걸 확인해주는 사건이 보란듯이 터질 때, 나는 여전히 '나도 나를 모르겠어'라며 답답해 한다.
이번에 파리로 휴가를 간답시고, 이 책 저 책 읽어대고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기웃대며, 숱하게 한 말들 중의 하나.
"나 몽 쌩 미쉘을 못 가봤으니, 이번엔 가볼까 말까"
어제도 파리 여행에 대한 생각을 파리떼 왕왕 거리듯이 하다가, 문득 꺼내본 옛날 앨범.
거기엔 내가 갔던 아날로그 색바랜 파리가 있을테니 한번 다시 보고싶다, 한번 비교해보자는 단순한 욕망이 갑자기 드세진거다.
하나하나 보면서 므흣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가, 같이 보던 친구가 나를 보는 눈이 갑자기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한심함 + 어이없음 + 우짤까나 표정으로 일그러진다.
떡 하니 붙여놓은,
Mont Saint Michel 이라는 딱지와 그 밑에 주루르 붙은 사진들이랑 같이 간 친구들. 그러고보니 거기 어디서 히치 하이킹 해서 차비 하나도 안 들었다고 자랑도 꽤나 하고 다녔었다.
털썩 쿵 찰싹.(어이없어 주저앉는 소리랑, 머리 찧는 소리랑, 내 뺨 내가 때리는 소리)
이런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당분간은 이게 최고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