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없다 없다 나처럼 없는 사람도 드물다고 아예 배수진을 치고 다니기는 하지만, 가끔씩 그걸 확인해주는 사건이 보란듯이 터질 때, 나는 여전히 '나도 나를 모르겠어'라며 답답해 한다.

이번에 파리로 휴가를 간답시고, 이 책 저 책 읽어대고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기웃대며, 숱하게 한 말들 중의 하나.

"나 몽 쌩 미쉘을 못 가봤으니, 이번엔 가볼까 말까"

어제도 파리 여행에 대한 생각을 파리떼 왕왕 거리듯이 하다가, 문득 꺼내본 옛날 앨범.

거기엔 내가 갔던 아날로그 색바랜 파리가 있을테니 한번 다시 보고싶다, 한번 비교해보자는 단순한 욕망이 갑자기 드세진거다.

하나하나 보면서 므흣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가, 같이 보던 친구가 나를 보는 눈이 갑자기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한심함 + 어이없음 + 우짤까나 표정으로 일그러진다.

떡 하니 붙여놓은,

Mont Saint Michel 이라는 딱지와 그 밑에 주루르 붙은 사진들이랑 같이 간 친구들. 그러고보니 거기 어디서 히치 하이킹 해서 차비 하나도 안 들었다고 자랑도 꽤나 하고 다녔었다.

털썩 쿵 찰싹.(어이없어 주저앉는 소리랑, 머리 찧는 소리랑, 내 뺨 내가 때리는 소리)

이런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당분간은 이게 최고다. 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08-07-1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치니님, 저 동질감 쫌 느껴도 돼요? ㅜ_ㅜ

치니 2008-07-19 12:14   좋아요 0 | URL
서, 설마... 웬디양님도? ㅋㅋ
아래 nabi님도 그렇고, 이렇게 저 같은 사람이 많다는 데에서 위안을 받기는 합니다만, 알라딘엔 많은데 왜 오프에선 저 만한 사람이 안 보이나 몰라요.

라로 2008-07-1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파리 가시는구나~. 부럽부럽!!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몇십년전에 배낭여행을 다녀왔었는데
그 이후로 유럽엔 못가본다는~.ㅠㅠ(그당시 제가 배낭여행-여행사를 통한-1호였어요~.^^;;)
언제 갈 수 있을까나~.잘 다녀오시고 꼭 기록을 남기세요~.
남는건 기억력이 아니라 기록이니까요~.^^;;
참 기억력은 저보다 양반이세요~.ㅠㅠ

치니 2008-07-19 12:16   좋아요 0 | URL
그러게말여요,
기억력이 안되면 기록이라도 잘 남겨 버릇해야 할텐데,
저는 그것도 약해요. 구차니즘 -_-;;
사진 찍는 것도 그닥 안 좋아하고, 그렇다고 메모를 잘 적어두며 다니는 것도 아니고...여행 다녀오면 무슨 지명이나 이름은 한달 내에 까먹기 일쑤.
요번엔 nabi님 말씀 꼭 듣고 잘 기록하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