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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 ㅣ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진명 옮김 / 책세상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우선 책 값이 3,430원인 것에 비해 만족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책값이 너무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보기 싫은 디자인도 아니고, 페이퍼백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 같지만 쉬이 구겨질만큼 얇지도 않은 표지인데, 이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야, 다른 책들은 대체 왜들 그리 비싼 것이냐.
출판사에 다니거나 다녔던 분들이 보시면 기염을 토하며 반대 이론을 내세울 지도 모르겠다만.
엊그제 회사에 자주 오시는 일본 바이어에게,
미시마유키오와 다자이오사무를 아느냐고 물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둘이 오는데 하도 할 말이 없어서 찾아낸 질문 -_-;)
당연히 안다고 하면서,
바로 하는 말,
"I don't like them"
흥, 이유를 묻자, 애매하게 대답하신다.
미시마유키오는 극우 정치판에서 엄청난 짓을 했으니 그렇다 치고, 다자이오사무는?
너무 약해빠져서 싫은가보다.
아무튼 그 시대의 그런 데까당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문득,
무엇이든 거리를 두고 보는 것과 그 안에 있으면서 보는 것은 참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오십대 중반으로 이 작가들의 시대가 아버지 격인 이 아저씨로서 그들이 일본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한 상념은 다를 수 있겠구나 싶고,
이 아저씨가 동경 출신이 아니며 시골에서 자수성가한 타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어쩌면 거부감을 느끼는게 당연할 지도 모른다 싶고.
그래도 결론은 둘이 같은 의견으로 맺었다.
이 작가들이 일본의 문학을 세계적인 문학으로 끌어올리는데 엄청난 역활을 했으며,
작가로서의 치열함과 문장의 수려함은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나다는 것으로.
<파도소리>는 미시마유키오가 <우국>이라는 극우성향의 책으로 평단을 놀라게 하기 이전의 작품이고, 때묻지 않은 순수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칠고 파격적인 장면은 하나 없고, 아름다운 섬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첫사랑의 아름다운 결말을 그리고 있다.
음험하고 비겁한 인간상, 배신하는 스토리도 끝까지 가는 법은 없다, 중간에 다들 정신을 차린다.
인간이기에 저지르는 실수 정도, 인간이기에 다 다른 내면의 깊이 차이 정도가 묘사될 뿐이다.
그저, 올곧이 사랑하고 올곧이 일하는 사람들의 묵묵한 파도소리가 철썩 철썩 흐른다.
이랬던 사람이 왜 그랬을까, 그의 수렁 같은 내면이 궁금해진다.
책 뒤에 수록되어 있는 작가 인터뷰는 정말 재미난 보너스다.
특히, 다자이오사무에 대한 언급은 아주 흥미롭다.
그런데 3,430원, 작품의 길이가 짧다고는 하나 그 내용물이 이토록 충실하니, 어찌 감동하지 않으리오.
* 다 쓰고나니, 어째 자린고비 같은 냄새가 난다. 실은 몇만원 하는 책도 척척 사기도 한답니다, 알라딘 관계자 여러부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