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구하기]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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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구하기 - 개정판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 리뷰는 서평단 도서의 리뷰입니다>
오래 전 한 때 괜한 오기 같은 연정을 품고 아쉬운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 들이대 보았던 어떤 사람이, 가을 낙엽처럼 부석거리며 그 연정이 시들해진 지가 벌써 한참인 내게, 뜬금 없이 전화를 걸어, ‘넌 요즘 행복해?’라고 물었다.
행복? 반문을 하며 피식 웃고 말았지만,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너에게 그때 같은 마음이 없이 평화롭게 전화를 받고 있는 나를 보니, 행복해’라고.
원래부터 돈 욕심은 없는 편에 속하는 지라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먹어가는 나이와, 대신 부양해 줄 누구도 없는 내 처지, 나름대로 누구에게도 폐 끼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자립심 사이에서 길을 잃고 한 없이 마음이 가파른 길을 달릴 때, 에라 모르겠다,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이 중요하지, 사랑하는 사람들 얼굴이나 떠올리자, 하면 갑자기 ‘행복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금세 심란함이 가시기도 한다.
아무 일도 없는 날들이 계속되는 어느 한 날에 예고 없이 갑작스런 어려움이 닥치면, 어영부영 멍한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을 하다가, 문득 아무 일도 없던 날들을 생각하매, 이러다 또 그 아무 일 없는 날도 오겠지, 생각하면서 ‘행복해’ 암시를 걸기도 한다.
‘행복이란 마음의 평화에서 온다’라는 단순하고도 의미심장한, 누구도 그게 아니야라고 토를 달 수 없게 만드는 이 애덤 스미스의 말은, 이 책 속에서 대주제로 반복되고, 나는 위에 말한 내 행복감들이 자진해서 만들어 낸 마음의 평화라는 것에 우쭐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이렇게 소박한 행복 구현법을 구축하고 살아도 되는 자본주의도 있을 수 있다는, 아니 있어야만 한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애덤 스미스의 모토였음을 알고 그의 이론들을 면면히 대하다 보니 마음에 조그만 등불이 생기는 것 같은 게 꽤 기분이 좋아진다.
남의 몸을 빌어서까지 현대의 자본시대에 찾아와, 자신이 주창한 [국부론]의 왜곡을 바로 잡으려고 하고, [도덕감정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애덤 스미스와 주인공인 경제학도의 로드무비는 소설의 골격을 갖추었지만, 내용상으로는 순전히 애덤 스미스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 이론을 오늘날에 제대로 전파하고자 하는 한 경제학자의 오마쥬일 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다른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 학교 때 배운 거 다 까먹고(또, 우리나라 학교에서 배우면 얼마나 제대로 배우겠냐만) - 이 책에서 애덤 스미스의 주장과 비교하기 위해 혹은 그 역사적 의미와 변화를 되새기기 위해 나온 것으로만 짐작하는 무지한 내 주제에도, 이 소설이 완전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쓰여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마쥬의 형식을 갖춘 도서들이 다 그러한 지는 몇 권 읽어본 것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문학작품의 한 쟝르인 소설로 대해서만은 점수를 높게 줄 수는 없는 어색한 이어 가기와 지지부진함도 눈에 띠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같이 경제학의 경 자도 모르고 살아가는 어떤 현대인들에게 그야말로 ‘좋은’ 의미의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깨우치게 하고, 내가 걸고 사는 행복의 잣대가 이렇게 이론적으로도 맞는구나 하는 동감을 얻어낼 방편으로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아무튼 원래 경제학 책들보다는 쉽고 조금은 재미난 것은 자명하니, 이 정도면 감사히 읽어줘야 한다 싶다.
그나저나 이제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가미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있음을 단단히 믿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조금 더 다양하게 고심해봐야겠다. 그 동안 너무 무식하게 살았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