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앳 더 팔리스
Michael Kamen, Royal Academy of Music Symphony Orc / BBC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지금으로부터 어언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영국의 조그만 방을 떠올린다.

그날은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조그만 시골 동네에서도 무언가 들뜬 기분이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여왕 50주년 이란다. 여왕이 50주년인게, 나하고는 전 ~ 혀 상관이 없으니, 시큰둥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눔의 나라 여왕이라면, 왕실이라면, 뭐가 됐든 난리를 치니 또 그러나보다 하고 티비를 틀었다.

어라, 기념 콘서트를 한단다. 멍 하니 티비를 보면서 인산인해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싶다 라고 생각할 즈음, 브라이언 메이가 기타를 어깨에 메고 혼자 옥상에서 기타를 뛰이잉 친다. 벌떡 일어나 앉아 볼륨을 키우고 등짝을 곧추세웠다.

아흑, 이럴 때를 대비해 자막이 나오는 티비를 살걸, 하는 후회를 하고 있을 때, 뒤이어 나오는 뮤지션들은 엘튼 존, 폴 매카트니, 퀸, 오지 오스본....으아아....

이 나라가 이렇게 개판인데도 세계에서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건, "음악"과 "책" 때문이구나 다시 한번 무릎을 치며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비틀즈와 퀸 만으로도 언제 어디서건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는 그들에게, 그걸 절대 비웃을 수 없게 여왕까지 모시고 아주 작살을 내버리더라.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최근 아들 아이는 비틀즈에 미쳤다. 모전자전인지, 그냥 사춘기가 와서인지, 아무튼 미쳤다. 비굴즈라는 패러디 그룹도 조만간 결성 예정이다. 하루종일 비틀즈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한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엠피쓰리를 귀에 끼고 살고있는 건 당연지사.

아이가 집에 왔을 때, 우연히 검색하다가 이 세기의 파티에 나온 폴 매카트니를 보여주고싶어서 UCC를 보여주었다. 아니, 정확히는 들려주기만 했다(요새 컴퓨터 안하기 수양 중이시다).

아이는 온 몸을 비틀며 보고싶은 걸 참고 있었지만, 눈에는 환희와 희열이 퍼졌다. 그 우뢰와 같은 관객들의 함성과 합창소리, 폴 매카트니와 엘튼 존의 듀엣,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DVD를 구해달라고 성화를 부려 여기저기 뒤져보니 모두 다 품절. 아마존에서는 살 수 있어 보였지만, 으 너무 구찮아, 라고 생각해 아무데도 없구나 야 하고 말았다. 그래도 아이는 졸랐다. 뭘 사달라고 조른 일이 거의 없는 아이인지라, 사주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알라딘에 품절 해제를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에 출장을 가게 되어 그 와중에도 씨디 가게에 들어가 이 제품을 물어보았지만 그들 역시 품절이란다. 흥. 그래 포기다 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어둠의 경로로 이 판에 나오는 곡들을 다운로드 받아 들었다.

그리고 어제, 알라딘에서 야심찬 SMS가 날라왔다. 품절 해제 되었습니다! 오늘 장바구니에 넣고 배송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참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귀한 음반 찾아내기"의 설레임에 붕붕 떠다닌다. 아이의 기뻐하는 모습이 마구 오버랩 되면서...

이걸 굳이 신청해온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을텐데...어쩜 나 하나 뿐이었을 지도 모르는데....알라딘,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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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09-1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 메세지 기분좋겠어요.

치니 2007-09-16 12:42   좋아요 0 | URL
오래 잊고 있던 친구의 메시지만큼 반가왔어요.:)

Fox in the snow 2007-09-1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딸이랑 함께 비틀즈를 듣는 기분이란 어떤걸까요? 요즘엔 함께 파워레인저 주제가를 부르고 있어요

치니 2007-09-18 08:57   좋아요 0 | URL
짜릿하고 황홀할거에요. 아마도...(제 경험상 ^-^;;)
파워레인저, 으흐 따님이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로드무비 2007-09-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수들이며 곡명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지네요.
(일단) 땡스투도 눌렀어요.ㅎㅎ
'비굴스' 창단되면 꼭 알려주셔야 혀요.

치니 2007-09-19 13:09   좋아요 0 | URL
네, 이 공연은 대형 종합선물세트 쯤 되는거 같아요. :)
프레디 머큐리가 빠진 퀸은 왠지 시들했는데, 아무도 없이 홀연히 노래하는 폴 매카트니는 아직도 형형한 아우라를 뿜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 때 이후로 전 '비틀즈'가 '퀸'보다 대단하다는 지론을 내세우죠. ㅎㅎ
'비굴스'창단일은 아직 멀었습니다, 이제서야 멜로디만 기타로 치는 수준이에요. ㅋㅋ
참, 주하는 요즘 어떤 가수 좋아해요?

nada 2007-09-21 17:58   좋아요 0 | URL
비굴스 창단되면 전 그루피로 취직할게요.^^
영화 더 퀸 보면서 영국이란 나라, 참 오만하고(좋은 쪽으로) 대단하구나..싶었어요.
그래도 심란한 거에 미치는 것보담야, 비틀즈에 미쳤다니 다행이어요.ㅎㅎ

치니 2007-09-23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그루피 씩이나...으흐흐, 올모스트페이모스를 보신게로군요. 그 영화 재미있죠? (딴소리) 영국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한 때 양반이었던 집안이 지금은 아닌데도 명맥을 유지하려고 하는 안간힘을 하는 것과 같이, 세계 속에서 그러구 있는 거 같아요.
비틀즈에 미친 증세는 날이 갈수록 더해져 가고 있어요. 비굴즈 창단도 그야말로 농담이 아니게 될 거 같구요. ㅎㅎ

네꼬 2007-09-2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비틀즈에 항상 미쳐 있는데. 언젠가 아들 딸과 함께 듣는 기분은 어떨까요? (히야 생각만 해도 설레네!)

치니 2007-09-23 21:37   좋아요 0 | URL
네꼬님,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세요? 쿠키는 이미 다 만드신거죠? ^-^
비틀즈에 미치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 같아요. 헤헤.
흠 그런데 아들 딸 둘 이상은 낳을 예정이시군요. 쿠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