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하룻밤의 지식여행 25
로런스 게인 지음, 윤길순 옮김 / 김영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지식의 돈 후안.......그는 자신이 아는 것은 사랑하지 않지만, 자기에게 완전히 해로운 것을 제외하고는 사냥할 게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지식을 추구하고 지식의 음모를 즐기려는 강한 욕망이 있다. 그는 마지막에는 압생트(쓴 쑥으로 맛들인 독한 술)와 질산까지 마셔버리는 술고래와 같다. 그래서 그는 결국 지옥을 탐닉하고자 한다. 이것이 그를 유혹하는 마지막 지식이기에. 그러나 모든 지식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결국은 그를 환멸에 빠지게 할 것이다!........우주 전체에 이 굶주린 자에게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을테니까."

"그런데 우리 인간은 아무것도 의욕하지 않느니 차라리 허무라도 의욕하려고 할까?"

작고 가벼운 이 책의 독서기간은 무려 두달이 걸렸다.

한 줄 한 줄 나름 곱씹어야 할 유명한 니체의 대사가, 언뜻 조잡해 보이지만 대단히 포인트를 잘 집어준 것 같기도 한 삽화와 함께 오래 두고 먹어야 할 된장 같았기 때문에.

그런 내게 마지막 페이지의 저 문장들은 뒤통수를 근사하게 때린다.

요즘 말로 노마드의 인생을 살았던 것처럼 보이는 니체는, 우리같은 현대의 사람들에게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우화로써, 저런 식의 예언적인 말을 남겨놓았다고 하는데... 내가 두 달 씩이나 걸쳐 드문드문 읽은 주제에, 니체가 피를 토하면서 우려낸 지식에 대한 총체를 낼름 소화하려고 한데 대한 일침처럼 느껴져서 얼굴이 화끈하면서도 통쾌하다.

맨 뒤에 줄줄이 적어놓은 다른 니체 책들에 대한 짧은 코멘트들만 보더라도 이 책의 작가가 나름 얼마나 넓고 깊은 니체의 사상을 제대로 요약하려고 애썼는지, 얼마나 대중적으로 오해 없이 이해시키고 싶었는지, 그 애정을 가늠할 수 있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낭패감은 다 읽고 난 뒤에는 잘 모셔두었다 가끔 꺼내보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나름 잘 읽었다 싶은 페이지로 가득 차 있는 책. 사람이고 책이고, 겉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싶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dan 2007-09-1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류의 시리즈에 대해 편견이 있어요.. 교양인인척 하고 싶은 허영심만 만족시키는 거 아닐까 싶어서요. 저같이 얄팍한 사람은 이런 책을 읽고나면, 니체는 단 한권도 읽지 않고 니체에 대해 제법 아는 척 할지도 몰라요. ㅜ.ㅜ

치니 2007-09-11 13:16   좋아요 0 | URL
요즘도 그러나 모르겠지만, 저 어렸을 때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한 권쯤 옆구리에 끼고 다녀야 대학생 답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니체=높은 교양 내지는 어려움의 상징이었어요.
그래서 저같은 날라리 대학생은 당연히 ~ 안 읽었죠. ㅋㅋ
근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나니, 제법 아는 척은 도저히 못하겠는 대신에, 다른 니체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칭찬한거죵, 헤헤

sudan 2007-09-1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치니님이 칭찬하시는 책은 꼭 사고 싶은거 있죠.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헤헤.

치니 2007-09-11 13:17   좋아요 0 | URL
참 잘했어요 ~ :)
(이랬는데 재미 없다 그러심 어쩌지, 하지만 수단님은 그 삽화에 더 관심을 가지실지도 몰라요, 그림 잘 그리시니까...)

nada 2007-09-1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병권 씨의 니체 책을 잼있게 읽었어요. 무엇보다 쉬워서 좋아요. ^-^
콧수염을 참 풍성하게도 그려놓았네요. ㅎㅎ 눈에 있는 건 뭐죠?
무슨 살인 용의자도 아니공. -.- 뭣보다 된장 같은 삽화가 궁금해져요~

치니 2007-09-11 15:54   좋아요 0 | URL
앗 쉽다고 하시니, 저도 언능 고병권씨의 그 책을 찾아보러갑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제 전반적인 감성은 니체 철학에 동감을 잘 하는 편인거 같아요.
삽화, ㅎㅎ 보시면 재미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치니 2007-09-11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꽃양배추님, 그런데 지금 가보니 고병권씨가 니체에 관한 두 가지 책을 내놓고 있네요.
어떤 책이 더 나을 지 ... 추천해주시면 감사.

nada 2007-09-12 15:33   좋아요 0 | URL
오잉..저도 약간 친 니체적 경향이 있는데. 힛.
전 두 개 다 읽어 보았는데요.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진짜 친절하게 풀어줘요. 너무 쉽게 느껴져서 살짝 건방져버릴 위험도 있어요.ㅋㅋ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은 오래 전에 읽어서 잘 생각은 안 나는데 역시 이렇게 재밌다니! 했던 기억은 나요. 살짝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고. 그땐 고병권 씨 책 자체가 처음이었거든요.

네꼬 2007-09-1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을 보물처럼 쓰다듬었던 기억이. (내 얼굴 쓰다듬을 때보다 더.) =3=3=3

치니 2007-09-13 08:58   좋아요 0 | URL
옷, 꽃양배추님이 <천 개의 눈...>은 살짝 어려웠던 것 같다 하셔서 <니체의 위험한 책...>만 보관함에 넣어두었는데, 이렇게 되믄 <천 개의 눈...>을 아니 읽어볼 수 없군요.
그나저나 그 남자친구, 흥, 잘 헤어졌어요, 여친보다 더한 보물이 세상에 어디 있다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