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플라워 -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는 비밀스런 이야기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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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금서’로 지정될 정도의 책에 ‘성장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건 좀 아이러니하다. 미국의 도덕주의자들은 이 책을 ‘금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학생들과 인권주의자들은 ‘필독서’라고 추천하며 금서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성장소설을 가지고 금서 논란을 일으키다니 도덕주의자들은 어디서나 활약이 대단한가보다. 자살, 마약, 섹스, 성폭력 등을 소재로 하였기 때문일게다.


 

 이상하게도 서양의 청소년들은 개방적일거란 생각을 했었나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skins라는 영국 드라마가 생각났는데 그 때에도 ‘이걸 영국에서도 심야에 방영한다는 말이지?’하고 의아했었다.(현지에서는 청소년 드라마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했었다;;) 해외토픽이라든지 월드뉴스 같은데서 오늘 15살의 샐리는 학교에 가서 입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방과후에도 열공했다,는 뻔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영국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이 심각하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니까 마치 대부분의 외국 아이들이 그런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살았나보다. 아무튼 한국이나 외국이나 가치관과 문화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청소년을 포함한 어린 아이에 대한 보호(혹은 규제)는 엄격한가보다.


 

 내가 본 드라마 SKINS는 분명 19딱지를 달고 있었지만 그 때에도 상당히 많은 19세 이하 학생들이 애청자였고, 케이블 TV에서 방영한 후로는 시청자의 대부분이 청소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기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케이블에서 틀어주는 것도 무삭제 19금인지는 모르겠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아이들은 저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애들이 느끼는 질풍노도의 시기는 다 비슷비슷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월플라워’가 금서로 지정된 성장소설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skins'와 비교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둘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물론 영상으로 보는 skins가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있었지만 이 책 또한 텔레비전 시리즈로 만들어질거라니 기대해볼만 하다.(skins랑 주인공만 다르고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영국에 skins가 있다면 월플라워는 미국의 skins라고 하면 될것 같다.


 

 주인공 찰리는 막 고등학교 입학을 한 남자아이다. 그는 굉장히 조용한 편이고,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월플라워’다. 월플라워는 벽에 붙어 자라는 그 꽃처럼 ‘파티에서 짝 없이 벽에 붙어 서서 남들 춤추는 것만 구경하는 여자, 혹은 인기 없는 남녀 모두’를 의미한다고 한다. 찰리는 고등학생이 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본인이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 우울함의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 익명의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약 1년 동안 그는 편지 속에 그의 생활을 적어 보낸다. 친구인 마이클이 죽은 것, 그리고 샘과 패트릭을 만났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고 샘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 첫 키스, 첫 경험, 패트릭의 동성연애 등을 모두 이야기 한다. 그는 작문 실력이 뛰어났는데 빌 선생님은 그에게 앵무새 죽이기, 위대한 개츠비, 호밀밭의 파수꾼, 이방인 같은 책을 읽으라고 주시며 에세이를 쓰라고 한다. 막연하게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리는 빌 선생님이 주신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빌 선생님이 ‘찰리 너는 내가 본 사람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주었을 때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을 깨닫는다.

 

 병적 우울함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하는 찰리는 자신의 병적 증상인 ‘트라우마’를 찾지 못하고 계속되는 우울함에 괴로워 하는데, 마지막에 그는 어린시절 겪었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되고 그것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찰리가 그의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월플라워였던 그가 고등학교에서의 1년동안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세상을 관찰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그 가운데서 직접 경험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익명의 친구에게 1년간 일기 쓰듯 편지를 보내면서 자기 내면에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인터넷 하나로 세상 모든 것을 다 구경할 수 있는 세상에 책 한 권을 ‘금서’로 지정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 금서냐 아니냐 라는 원칙적인 문제 말고는 청소년들은 어떻게든 모든 매체를 손에 넣어서 경험 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취업난이나 경제공황 같은 것에 스트레스를 느끼듯 청소년들도 그들만의 어두움이 있다. 어른이 되면 좀 더 많은 것을 규제 없이 경험할 수 있기에 그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둘씩 찾게 되지만, 청소년들은 자신과 친구들, 세상의 어두움을 발견할 때면 당황하고 두려워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각자 ‘익명의 친구’가 되어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듯 찰리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 편지 안에서 본인의 이야기도 떠올려보며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틸이미지

'월플라워'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기도 한 드라마 'S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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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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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는 그녀가 없을 때면 여전히 그녀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녀였다. 하지만 뽐므가 일을 마치고 와서 방으로 들어오면 만족감도, 기쁨도 사라져 버렸다. 막상 그녀가 앞에 있으면 그는 그녀에 대한 욕구를 잃어버렸다. 번번이 마찬가지 실망감이, 유감이 고개를 들 뿐이었다. 그는 하루 내내 그녀와의 약속 시간을 기다렸지만, 그녀와는 다른 어떤 사람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118쪽

 

 요즘 세상에 누가 '신분을 뛰어 넘은 사랑'을 그린 드라마를 신선하다 할까. 종속적인 여주인공과 가부장적이고 힘에 넘치는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도 식상하게 된지 오래다. 멀지 않은 옛날, 드라마에서 터부taboo시 되었던 남녀의 연애(아니면 단순한 관계일지라도)라는 소재 중 많은 부분은 '여성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변해가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지극히 이기적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하니까 말이다. 오히려 그 옛날 마초를 대표하던 남자 주인공이 꽃미남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야들야들한 '그'로 바뀐지도 오래다. 

 

 영화 '싸움'에서는 지독히도 싸우는 한 커플이 등장한다. 이들처럼은 아니더라도 사랑으로 시작해서 이별 직전까지 우리들은 무수히 크고 작은 일 때문에 싸운다. (그렇게 싸우는 것 조차도 묘한 연애의 존재감 같은걸 느끼기도?) 사랑해서 연애하는 두 사람, 왜 싸우는가 물어보면 '너와 내가 다르니까'라고 말한다. 아무리 사랑해도 그와 그녀는 온전히 같은 사람이 아니므로 싸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레이스 뜨는 여자>의 뽐므의 가족은 엄마 하나 뿐이다. 어려서 그녀의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젊었던 엄마는 식당에서 하녀로 일하게 되는데 가난하고 수동적인 편이었던 엄마는 손님이 은밀히 부르면 '네 뜻대로 할게요'라고 대답할 뿐 거부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 엄마와 함께 지내서일까, 그녀 또한 좀처럼 속내를 표현하는 일이 적고 분노하는 일도 없으며 누가 하자는대로 따라갈 뿐인 수동적인 아가씨로 성장한다. 미용실 일을 하면서 사귄 친구 마릴렌과 바다로 놀러갔다가 우연히 에므리라는 대학생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일단 첫눈에 반하고 에므리와 동거하게 된다. 뽐므의 수동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타고났거나 보고 자랐을 '일꾼, 살림의 왕, 시녀'로서의 솔선수범 함 등은 에므리를 답답하게 한다. 에므리는 귀족 출신으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그들은 공유 할 것이 별로 없었다. 연애의 막바지에서 에므리는 은근하게 답답함과 짜증을 표현하지만 뽐므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일도 없는 듯 생활한다. 그런 그녀를 볼때마다 에므리는 반쯤 죄책감을 느끼고 반쯤은 진저리를 치게 된다.

 

 건조하게 헤어지자는 에므리의 말에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하자는 대로 할게요' 라며 짐을 싸서 떠난다. 에므리는 마지막까지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뽐므의 모습에 질려버린다. 그리고는 '남자라면 저런 평범한 여자에게 일생에 몇번쯤은 관심을 두게 마련이고, 훗날 떠올릴 수 있는 그저 그런 추억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뽐므는 에므리에게 '풍속화 가운데 한 폭과 같은 '속옷가지를 맡은 하녀'나 '물 나르는 여인' 또는 '레이스 뜨는 여자''였다. 고전 영화 속에서 하녀와 하룻밤 정사를 나누는 주인나리 처럼 에므리는 뽐므를 '한때 지나가는 바람'으로 생각했고 뽐므에겐 에므리가 '주인나리' 격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의 외모는 너무 평범했고, 그녀가 느끼기에 스스로의 몸은 좀 뚱뚱한 편이었다. 실연한 여자가 긴 머리카락을 싹뚝 잘라내듯, 이별 후 뽐므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거식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뽐므를 병문안한 에므리의 회상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나는 '레이스 뜨는 여자' 그녀를 퍽 사랑했다. 우리는 함께 살았지만, 습관이 달랐고 딱히 시간을 함께 보내지도 않았다. 서로 자주 보지도 못했다. 우리는 단 한번도 다투지 않았다. 싸워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 방을 떠났을 뿐이었다. 139쪽

 

 차라리 그들도 '싸움'의 두 주인공처럼 만남의 중간중간 주먹다짐이라도 하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녀를 퍽 사랑했으나 함께 살았을 뿐이라는 에므리의 말이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습관이 다른 것을 알았지만 맞춰보려 하지 않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도 노력하지 않았던 두사람. 책을 읽으면서 단번에 감정이 정리되지 않음을 느꼈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고, 일부 이해도 하며 먹먹함을 느꼈다.

 

스틸이미지

 

 이 책은 1975년 공쿠르 상을 수상하고 1976년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특별전 형식으로 영화를 상영했는데 나는 기회를 놓쳐서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스틸컷으로 실린 뽐므의 모습만은 기억하는데 왜 그녀가 회자되는지 알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얼마 전에 본 '팡팡'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는데, 프랑스 영화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감성적인 면이 많이 닮아있는듯하다.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도 그랬지만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 중에는 생각보다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많이 있다. 신파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감정 묘사를 어떻게 하느냐, 심리적으로 잘 파고들었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물결치는 듯 함을 느낀다.

 

 150 페이지의 얇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 할 책이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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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샤워 in 라틴 - 만화가 린과 앤군의 판타스틱 남미여행기
윤린 지음 / 미디어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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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을 부르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 방랑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현실을 빙빙 도는 나에게도 때때로 심하게 그런 바람이 분다. 가을에 태어난 나는 유난히 가을을 탄다. 계절이 바뀌려는 바람의 모습은 일년에 네 번씩 알아채지만 가을 만큼은 심하게 눈치채고는 '아! 가을이야' 하고 온몸으로 맞이하게 된다.

 

 한시간 정도, 정말 가자! 하고는 호텔 사이트 검색도 했다. 그런데 막상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르겠더라. 그렇게 떠나고 싶었는데 '떠나고싶다'는 것 말고는 '어디로, 왜, 어떻게' 같은 건 잊고 있었나보다. 무작정 런던을 가볼까 했지만 여행비용을 충당하기엔 무리가 있고, 막 남아도는 시간 말고는 뭐 하나라도 떠날 수 있는 채비가 안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떠날 수 있을 때 맘껏 그럴 수 있는 여행생활자도 아니기에, 올해도 '초겨울 쯤 비행기 타기'는 무산될 것 같다.

 

 대신 여행서를 둘러보았다. 얼마간 '여행서'란 별 맛 없는 장르에 불과했다. 변덕이 심한 나는 뭐에 푹 빠졌다가도 금새 다른 것에 눈을 돌린다. 소설을 제외하고는 여기 저기로 장르를 옮겨가며 그 변덕을 풀곤 하는데 요즘은 가을 바람과 맞물려서 여행서로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다른 여행서와 달라보이는 책을 발견했다.

 

 '바람사워 in 라틴' 이라는 제목에서 '바람샤워'라는 문구와 여행기 안에 '만화' 형식으로 꾸며놓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바람이 불면 여행가고 싶어지곤 하는데 그래서 동지를 만난듯 '바람샤워'라는 문구에 빠진 것이다.

 

 사진과 글만 있는 여행서는 천천히 읽기엔 좋지만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데 만화가 들어간 것은 낄낄거리며 읽게 된다. 이 책은 만화가 '린'이 소울메이트 '앤'군과 남미로의 긴 여행기를 쓴 것이다. 여행서라는 기본에 충실하여 풍경 사진, 머무르면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고 한 지역에 비교적 장기간 머물렀기 때문에 그곳에서 사귄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작가가 만화가라는 점을 활용해서 간단한 만화 형식으로 에피소드를 꾸며둔 것을 읽을 때는 절로 웃음이 난다.

 

 남미라고 하면 체 게바라, 브라질 정도가 떠오른다. 남미는 내가 여행하고 싶은 곳 중 3순위 안에 드는 곳인데 특별히 마음에 와닿는 여행서를 읽은 기억이 없다. 럭셔리한 관광지(유럽이나 일본 홍콩 미국 등)라면 단기간 빠르게 돌면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남미의 경우에는 남미 국가 전체를 경유하지는 못하더라도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이민자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린과 앤군'은 한 곳에서 길게는 2달 안팎으로 지내곤 했기 때문에 여행하는 동안 스페인어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친구들도 사귀었고, 내 집처럼 지내면서 바쁜 여행자들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맛보았다. 그래서 나에게는 마치 내 미래의 남미여행을 이 책을 읽으면서 예행연습하는 듯 느껴졌다.

 

 외국 여행을 하면서도 숫기가 없어 외국인에게 말걸기도 쉽지 않고, 나 혼자의 시각으로 외국을 보았을 뿐 현지인들의 목소리는 들을 경험이 없었던게 아쉬웠는데 다음 여행에서는 나도 외국 친구들을 사귀어보고 싶다. 그리고 오래 머물게 되면 '린'처럼 어학원도 다녀야지. (어학연수가 아닌 여행하는 중에 어학원을 다닌다는건 상상해보지 못했는데 참 대단하다! 브라보)

 

 여행지에서 외국의 여행자나 현지인들과 친해지면 생각지 못한 여행경험도 하고, 예정에 없던 여행지를 추천받을 기회도 생긴다. 린과 앤의 여행기에서도 유명하지는 않지만 숨어있는 여행지에서 머문 이야기가 있는데 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여유롭게 여행한 그들이 부러웠다. 비록 수중에 가진 돈이 빠듯한 배낭여행이지만 비싼 기념품을 사서 돌아오는 것보다 사람을 사귀고 여행지를 마음껏 느끼는 것이 더 값진 여행이라는 것을 또 느꼈다.

 

 선물 하려고 같은 책을 두 권 준비했는데 별로이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꽤 만족스러워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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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이 인생을 바꾼다
한국성과향상센터 엮음 / 김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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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초에 거액을 주고 구입한 몰스킨 다이어리. 작년에 사용한 마법수프 다이어리는 월간, 주간 계획만 사용하는 내게 너무 두꺼웠다. 나에게 다이어리(스케줄러)의 일일 계획을 적는 페이지는 언제나 무용지물이었고, 손이 작아서 다이어리 자체의 두께가 있으면 쥐고 다니기 힘들다는 것 때문에 올해 초 구입하는 다이어리는 무조건 '작고 가벼운 것!' 을 주제로 삼고 골랐다. 10대 시절에는 학교 생활을 하면서 적을 것도 많았고 소녀(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ㅠㅠ)였기에 이것저것 모아둘 것도 많아서 그런지 두꺼운 다이어리도 잘 꾸며 다니곤 했다. 그런데 대학 때 부터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아이디어, 과제목록 등)을 적어두어야 했고 내용이 한눈에 들어와 확인하기도 쉬워야 했다. 그래서 장광설의 일간 계획은 집어 치우고 달력식의 월간 계획과 모자라는 칸은 주간 계획 칸에 써 넣었다. 전공서적이 무거웠기 때문에 부피가 큰 다이어리는 부담스러웠던 것도 이유였다. 그래서 대학생 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했던 것이 문구점에서 1000원에 파는 얇은 다이어리였다. 무늬가 있긴 하지만 칸이 정갈해서 따로 꾸미지 않아서 좋고 눈이 어지럽지도 않았으며 일간 계획 페이지가 없어서 얇았다. 겉 표지가 비닐로 감싸져서 작은 메모지 등을 끼워둘 수도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점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를 찾아다니다가 욕심을 부려 몰스킨을 구입했던 것이다.

 

 몰스킨 다이어리는 위클리로 나와서 수첩 정도의 크기였기에 사이즈는 딱 맞았다. 하지만 위클리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이기에 달력식으로 칸이 나누어진 월간 계획 페이지는 없어서 따로 책상 위에 작은 달력을 세워두고 매번 확인해야 했다.(주간 페이지는 아무래도 월간 보다 한눈에 스케줄을 확이하기 어렵다)

그리고 따로 주머니나 똑딱 단추가 달려있지 않은 노트형식의 표지라서 메모지를 끼워두면 어느새 빠져나와 분실하기 일쑤였다. 절반 이상이 빈칸으로 남았고, 휴대성 말고는 오히려 단점 투성이인 다이어리를 거의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다. 그래도 체크하고 넘어가야 할 일정들이 많으면 적어두긴 해야겠어서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사용하곤 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목표를 나열하고 체크하는 방법을 4가지 수첩 중 3세대 수첩으로 설명한다. 이런 경우는 목표를 잊지 않고 기억해둘 수는 있지만 우선순위 없이 무분별하게 해야할 일만 쌓이게 되어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경험자로서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제 9월 말이니까 몰스킨 다이어리를 3개월 이상 써야하는데도 효과적으로 일정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어서 프랭클린 다이어리(이하 '프플')를 알아보았다. 며칠을 검색해보았지만 몰스킨의 몇배가 되는 기초비용을 감수하고 프플을 써야 하는지 망설여졌다. 대형 문구점에 가서 실물을 보고, 샘플을 받아와 이틀을 사용해 본 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바인더(종이를 끼워서 고정하는 링이 박힌 파일꽂이 형태의 다이어리)만해도 종류가 여러가지이고 속지도 여러종류라서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크기는 휴대가 편한 CEO 사이즈를 골랐고 10월부터 새롭게 1년을 시작하는 프플 속지의 특성상 9월은 프플 카페에서 회원이 올려준 자작속지를 뽑아서 사용하기로 했다. (이 책을 구입하면 2개월분량의 프플 샘플을 부록으로 받을 수 있어서 출력하는 수고는 생략할 수 있다. 나는 동생에게 샘플을 주었다.) 카페에는 다양한 자작속지, 사용기 등이 올라와서 프플 사용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았다. 프플은 시간과 사건을 관리하는 데 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다이어리이다. '잘만 활용한다면' 비싼 프플 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알차게 매일을 보내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프플을 잘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대충 아래와 같다.

1. 내가 의지박약한 사람이라서. 

생활 습관은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므로. 중간에 '역시 난 안돼'하고 포기한다면 꽝 된다. 처음부터 잘될거다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사용해보려고 한다.

2. 프플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서.

속지가 굉장히 종류가 많아서 무슨 회장님 비서나 원더걸스 매니저 만큼 머리가 복잡해질수도 있다. 이것 또한 한번에 익숙해지기는 어려우므로 나는 1년 동안 연습기간이다 생각하고 '스타터 세트'를 구입해서 사용할 예정이다.

3. 프플 모양 때문에.

프플은 사이즈가 여러가지인데 가장 휴대성이 높은 것은 CEO 사이즈이다. 이것도 왠만한 장지갑보다 살짝 큰편이다. 그리고 왠만큼 속지를 끼우면 모자란다. 넉넉히 끼우려면 더 큰 사이즈를 사용해야하는데 무기 수준이다.

 

 1번의 의지박약한 것은 내가 프플을 구입하면서 '프플 사용하면서 고치자' 했던 이유이기도 해서 극복하기로 했고, 3번의 프플 모양은 바인더 안에 카드꽂이 부분을 이용해서 지갑 겸용으로 사용하면 지갑이 가방에서 빠지니까 괜찮을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패스했다. (오늘 하루 지갑겸용으로 사용해보았는데 장지갑은 커서 싫다는 이유로 반지갑을 쓰던 나에겐 좀 불편하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을듯 하다.)

 

 2번 이유의 경우는 내가 어떻게 열심히 해본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열심히 해보기로 했어도 혼자 프플 사용방법을 경험으로 깨우치려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듯 해서 도서관에 가서 프플 관련 서적을 모두 훑어보았다. (약 4권 정도) 뽑아낸 책들 내용의 대부분이 이 책 한 권에 들어있었고, 프플 사용 설명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상세하고, 어느 자계서 못지 않게 파워업이 되었다. 그래서 빌려 읽는데 만족하지 않고 프플 사용하는 1년 내내 궁금하거나 나태해지면 읽어보기 위해 구입하게 되었다.

 

 오늘은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서 근처 카페에 가서 2시간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며 연습장에 적어두었다. (다음달에 속지를 사면 정리해서 옮겨적을 예정) 프플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날 부터 지금 까지 약 열흘 정도 되는 기간동안 그 전에 몹시 침체되어 의욕을 상실한 나의 모습과는 달리 꽤 파워업이 되는 것을 느꼈다.

 

 프플은 4세대 수첩에 해당되는데 프플을 사용하는 것이 다른 플래너를 사용하는 것보다 복잡하고,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사명서를 작성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중간목표를 설정하며 매일 그것을 점검해보면서 해야할 일은 우선순위를 매겨 덜 중요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빼놓지 않고 완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4세대 수첩이다.

 

 아직은 프플 사용 초보자라서 프플에 일정을 적어놓고 우선순위를 매기고, 그것을 하루 중 여러번 확인하고 체크하는 것이 서툴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럽긴 하지만 분명 다른 다이어리를 쓸 때 느낄 수 없었던 믿음직스러운 마음(비서를 둔 것 같은)이 드는게 사실이다.

 

 이 책은 프플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딱 맞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읽고 감동하고 다짐하는데 그치지 말고, 실행에 옮기고 그것을 작심삼일이 아닌 계속적인 실천이 되도록 해야겠다.

프플이 없는 사람도 읽어본다면 자기가 사용하는 다이어리에 맞게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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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낭만적인 고양이 트렁크 - 세계 로망 도시를 고양이처럼 제멋대로 여행하는 법
전지영 글.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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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영씨의 여행서 '(나의 낭만적인)고양이 트렁크' 이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남이 쓴 블로그의 여행기나 여행서를 읽으면서 한껏 부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내 몸을 이끌고 떠나는 '진짜' 여행의 맛을 알게 되어 여행서를 읽는 재미가 덜 하더랬다.

 

 요즘은 너도 나도 좋은 카메라를 하나씩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듯(지금 세상은 소득 수준에 상관 없는 '소비의 시대'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누구나 예쁜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세상이라서 여행서 안에 아무리 잘 찍었더라도 사진만 잔뜩 있으면 별 재미가 없다. 원래 읽는 맛보다 보는 맛이 더 느끼기 쉽고 빠른게 맞는 것일텐데도 요샌 사진이 있는 여행기는 블로그를 통해 보는 걸로 충분하고, 굳이 책으로 읽지는 않는 편이다. (여행기라기 보다는 자랑기(?) 같아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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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영씨의 여행기는 2005년 가을 '뉴욕, 매혹당할 확률 104%'로 처음 만났다. 그 때에는 <여행 부터 가겠어!> 라고 마음 먹었던 질풍노도의 가을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종로에 가서 여행서를 골랐다. (몇달 동안 책을 한 권도 못읽은 것 때문에 하루키의 책도 한 권 샀었다.) 집 근처 지하철 역 앞 카페에 앉아서 노란 조명과 담배연기에도 굴하지 않고 이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내가 심하게 가을을 타는 것을 올해에야 알았는데, 그 때에도 분명 가을을 탄 것인지 '뉴욕~' 을 꽤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승무원이었던 그녀가 1년도 안되어서 사표를 내고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력, 독특한 말투와 눈에 띄는 색채의 그림들이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미 출간하여 꽤 잘 팔렸다는 책인 '탄산고양이 집 나가다'도 읽어봐야지 다짐했고, 2007년 5월이 되어서야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는데 내 기억에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여행기였다. 이후에도 그녀가 쓴 '싱글은 스타일이다'라는 책이 나왔지만 기대도 하지 않았고, 읽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왜 그녀의 책을 다시 골랐느냐 하면 1. 이 책 직전에 읽은 여행서 이후에 여행서 읽는 재미가 다시 생겨서 2. 가을을 타는지 여행이 가고 싶어져서 3. 고양이가 좋아서 4. 전지영의 책이라서(양가감정이랄까) 등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이 책에 담아있는 여행지는 교토, 뉴욕, 로마, 시애틀, 하와이, 아벨 테즈만 이다. 교토, 뉴욕, 로마에는 주로 역사적인 것에 대한 코멘트가 많아서 지루하기도 하고 공부가 되는 느낌도 들고, 작가의 글을 따라 생각도 많이 했다. 교토는 나도 분명 가본 곳인데 너무 오래 전이라서 그런지 몇몇 여행지만 어렴풋이 기억나서 오히려 안 가본 곳인듯 낯설었다. 반면 로마 여행기를 읽으면서는 작가가 뭐라 써놨든 나 혼자 로마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면서 좋아라 했다. 후반의 시애틀 부터는 여행기가 다소 무게가 없달까, 비중이 적어지는 느낌이다. 요약해 놓은 듯한 느낌이 강했다. '스노우캣'의 작가분이 얼마전에 시애틀로 이사가고, 그곳 생활을 이글루에 올려둔걸 봐서 시애틀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았는데, 이 책 중에 시애틀이 가장 존재감이 없었달까. 하와이편 에서는 전지영씨가 승무원으로 일했을 때의 에피소드가 들어있어서 꽤 재미있었다. 여기까지는 고만고만한, 별로 치자면 별 3개정도의 여행기라고 생각 하며 읽었는데(누가 '이 책 재미있어? 라고 물으면 "그냥그래"라고 말할것 같은??) 아벨 테즈만편에서 뒷 목을 잡았다. 앞서 '실망했다'고 밝힌 '탄산고양이 집 나가다'에 절반을 차지했던 뉴질랜드 여행기를 10장에 요약해 놓은 꼴이다. 그러고 보니 '탄산~'에는 일본 여행기도 절반이 들어있었고(교토는 없었을지 몰라도), 뉴욕편은 '뉴욕~' 책을 요약한거냐 싶었다. 이쯤되면 작가가 돈이 궁했거나, 출판사가 돈이 궁했거나, 귀찮았거나, 작가가 맨 앞에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서 밝혔듯이 '고양이 + 여행가방'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든 완성하고자 하는 욕심이었거나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벨 테즈먼 편은 '탄산~' 책 읽은 사람이라면 중복되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전지영씨의 삽화로 꾸며져 있다. 여행기에 담긴 그녀의 그림은 조금씩 다른데 이번 책은 그림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알록달록한 채색을 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색을 입힌 것이 좀 조잡하달까, 그런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사진이라도 요즘 나오는 여행서적 처럼 '아름답게' 찍은 것이었다면 모를까 이래저래 아쉬운 책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노랗고 분홍인 색으로 물든 예쁜 표지 정도?? 아마 표지와 제목에 혹해 구입하는 사람이 많을테지 싶다. 이래놓고 표지에 '세계 로망 도시를 고양이처럼 제멋대로 여행하는 법'이라는 설명은 잘도 지어놨다 하고 독설도 뱉어본다ㅠ '현재는 일러스트를 그리고, 동시에 가벼운 글쓰기와 북 디자인을 한다'는 그녀. 다음 여행서는 좀 더 '무게 있는 글'을 만날 수 있길 양가감정을 가진 팬으로서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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