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화 쉽게 하기 - 일반 색연필 기법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김충원 선생님의 미술책을 만난것은 어릴적 만화책에 빠져있을 때였다. 지금은 사장되다시피 하는 월간만화잡지가 무수히도 생겨나던 그시절에 친구들이랑 우리도 만화를 그려보자 하면서 우리끼리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었다. 동네에 작은 서점에 가서 '그리기 시리즈'를 모두 사서 따라 그리곤 했다. 동물그리기, 캐릭터 그리기, 사물 그리기 등등.. 펜촉이랑 잉크까지 사서 연습할정도로 열심이었는데 결국 그리는 기술도 그렇지만 '스토리'가 중요한 만화는 역부족임을 깨닫고 그만두었었다. 어릴때 쓴 일기장부터 모두 보관해온 우리 아빠는 내가 읽었던 유치한 그림동화까지 버리지 않고 책장에 꽂아두신다. 오랜만에 김충원 선생님의 책을 마주하니 당시 읽었던 그리기 시리즈가 생각나서 팔락팔락 들춰보았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고, 미술학원을 다니지 않은 어린이가 그릴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그림그리기 책을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김충원'하면 귀엽고 단순한 그림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얼마전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가 나왔을 때 저자의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어, 이 사람이 이런 그림도 그리네'하고 놀랐던 것이다. 

 

 나는 학교 수업을 제외하고 그림을 배운적이 없다. 그래서 구도니 스케치니 하는 것은 아예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 그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아서 가끔 연필을 들고 우스꽝스러운 작품을 탄생시키곤 하는데 그나마도 연습장에 끄적거리다가 버리곤했다. 몇달전에 동생이 팜플릿을 만든다고 쓰다버려둔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발견하고 베란다 앞에서 베고니아를 그렸었다.



다시금 옛날의 열정이 되살아나면서 어린왕자의 '모자'같은 그림일지라도 꾸준히 그려보자, 버리지 말고 한번 모아보자 하고는 며칠뒤에 문구점에 가서 연습장 반만한 크기의 스케치북을 사왔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 혹은 지나가다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은 소망이 있기에 그날은 아빠를 앉혀두고 얼굴을 그렸는데 이건 초상화가 아니라 '몽타주' 수준이었다. (몽타주 그리는 걸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 너무나 어설픈 그림을 보고 나 스스로 '스케치'의 기본이 안되어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색을 입히는 것보다 연필만으로 그리는 것이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연필 드로잉부터 연습하는 것이 바른길이겠지만 마음이 급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색연필화 쉽게 하기가 나왔다. 마침 파버카스텔 색연필까지 같이 와서 연습하기도 좋았다. 책은 생각보다 얇은편이었고 뒤에 끼워있는 연습장 페이지를 빼면 80페이지가 안된다. 하지만 김충원 선생님 특유의 차분한 설명과 체계적인 강의를 보면 색연필화 연습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어느새 색연필은 문제집 밑줄긋는 용도로 머릿속에 박혀있었는데 색연필 몇자루로 이런 그림들을 그린다는 것이 멋지고 부러웠다. 나는 선 긋기, 명암 넣기, 형태잡기 등 기본적인 것이 부족한 초보자라서 한번에 김충원 선생님처럼 그림을 그릴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스케치 쉽게하기 시리즈라서 아쉽게도 이 책 안에는 기초 스케치 방법에 대한 내용은 없다. 윤곽 잡기, 곧은 선 긋기, 구도잡기, 명암 넣기 같은 것은 '기초 드로잉'편을 참고해야할 것 같다.

 

 어제 밤에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있는 아줌마 얼굴도 따라그려보았는데 어설프기 짝에없다. 초보자라서 색연필을 쓰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난번 사둔 스케치북을 꺼내서 귤 하나를 놓고 그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점찍기 기법으로 그리려고 노렸했는데 생각보다 손에 힘조절하는 것도 어렵고 점을 일정하게 그리거나 점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때는 앞에 보이는 것을 찾아내어 순차적으로 점점 뒤로 시선을 옮기면서 그려야하고, 빛이 드는 쪽이 어디인가 관찰하고 대상이 띄고 있는 색이 짙고 흐리고 밝고 빛나는 부분을 미리 눈으로 본 후에 그려야한다. 나는 여지껏 무턱대고 떡주무르듯 그림을 그렸던것 같다. 슥삭슥삭 그리고 나서 귤은 뱃속으로 들어갔지만 종이 위에는 여전히 귤 하나가 남아있었다.

 

 초상화와 풍경화를 그리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다. 지난번 여행에서 여행자들이 스케치북과 연필, 지우개만 들고 어디서든 풍경을 그려내는 것을 보고 굉장히 감동했다. 지금은 여건상 마음껏 그리기 연습을 할수 없지만 틈나는대로 연습해서 어느정도 실력이 늘면 스케치북을 카메라 삼아 항상 들고다니며 그려보고 싶다. 그렇게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종이 위에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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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력을 잘 갈고 닦아서 멋진 작품 많이 만드세요.^^ 스케치북에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다는 생각 정말 특별하네요. 여행에서의 멋진 추억과 멋진 사람들이 스케치북안에서 살아 숨쉰다는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설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