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행자
한스 크루파 지음, 서경홍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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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끝없이 여행을 꿈꾼다.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의 휴식을 가질 것을 원하고, 그 시간 동안 어디론가 떠나 고요히 있고 싶어한다. 하지만 성자들은 행복과 휴식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은 언제나 자기 안을 들여다보며 마음과 이야기 하는데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스님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온전히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소비한다고 했던 것 처럼. 구도자의 마음이란 곧 자신을 정화하고 이해하는 것에 있을 것 같다. 끝 없는 심연과도 같은 사람의 마음은 한길 물속보다 알기 어렵다고 했다. 스스로의 마음을 여행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마음의 여행자' 라는 책을 소개받았을 때 나는 여느 잠언집과 같이 이 책도 똑같은 말의 반복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레 짐작으로 책을 읽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가볍고 조용히 읽기에 안성마춤일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성서에나 나올 것 같은 모호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각 페이지를 수놓고 있었고 그 그림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글들이 내 마음을 수놓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내내 '류시화'가 떠올랐다. 그의 글과 그가 엮은 잠언집들이 이 책과 비슷한 분위기로 느껴져왔기 때문일까. 책을 읽은 후 역자 후기를 보니 번역 후의 글을 류시화가 다듬기도 한 것 같다. 작가 한스 크루파 사진의 정돈되지 않아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가 류시화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그는 교사였지만 글쓰기와 구도자의 생활을 위해 지금은 홀로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생활이 글에도 그대로 묻어나있다.)

 이 책은 내가 염려했던 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잠언'들을 쏟아놓는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될 좋은 말들... 그러나 이 책 안에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그 주인공들과 같이 인생의 구도자들을 만나 영혼의 정화를 느끼고, 내 안에 있던 맑은 영혼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든다. 내 안의 목소리 보다 남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하고, 의견의 충돌이 있으면 중도적이기 보다는 편협한 잣대를 들이밀며 그것이 현실이라고 역설하는 우리들도 결국 인생에서 바라는 것은 근본적인 물음의 답이 아닌가?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근원을 찾아 여행하는 사람은 중도에 숨이차기 마련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시작과 끝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가. 농부가 농사일을 삶의 의미로 여기고, 화가는 그림 그리는 것을 그것으로 여기는 것 처럼, 삶의 의미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는 개인이 열망하는 꿈의 실현이다. '꿈을 잃은 사람'이란 존재한다. 나는 '잊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잠시 흐릿해질 뿐 잊지만 않으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늘 꿈꾸어왔던 것에 가까워질거라고 생각한다.

"내 이름은 벤코이며, 삶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P204)" 라고 말한 거리의 피리부는 남자처럼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꿈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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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 고객에 미쳐라
케네스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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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요즘처럼 취업불황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다만 먹고살만 할 월급을 받는 직장이면 감지덕지하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직장'이란 무엇일까. 월급이 많은 직장에서 자신의 경력을 살리면서 노후보장까지 받는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좋은 직장은 고객 마니아가 되려고 하는 직원과 직원을 위하는 리더가 서로 이해하고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직장이 가장 바람직한 일터라고 말하고 있다. 회사 구성원들이 함께 '환경'을 만들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하려는 욕구와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 그리고 구성원들간의 화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름도 맛이 있을 것 같은 얌!이라는 회사는 'YOU UNDERSTAND ME'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회사의 이름에서부터 편안함과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얌!에서는 직원은 고객을 위해 성심을 다해 마니아가 된다. 마니아가 되기 위해서는 융통성 있는 직권 사용도 필요로 한다. '저는 말단직원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라거나 '제 관할이 아니라서....'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임하는 직원을 원한다. 우리가 유치원생일 때 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말이 있다.

"내가 이 곳의 주인인 것 처럼."

유식한 말로 우리는 이것을 '주인의식'이라고 배운적이 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우리 동네의 쓰레기도 줍고, 같은 반의 친구들도 도와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회사 내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면 일 하는 사람도 즐겁고 서비스를 받는 고객도 만족하게 되어서 결국 성과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라고 떠들어봐야 그러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얌!왕국은 정말로 융통성이 있는 회사라는 것을 느꼈다. 사람은 나이가 들고 생활에 안주하게 되면 어느 한 편으로 쏠리게 되어서 좀처럼 그 습성을 고치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얌!에서는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행동으로 현실과 해낸다. 물론 리더란 관리자급 이상만을 말하지 않는다. 얌!에서는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서로가 리더가 되어 쌍방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잘못한 것을 지적하기 보다는 이정표를 가르쳐주고, 이정표를 가르쳐주기 보다는 스스로 그 이정표를 찾게 도와주는 것이다.

 젊고 활력있는 신입사원일수록 회사 안의 불합리한 것들을 발견해내기 쉽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뽑을 때 신입인력을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나는 얌!에서 이러한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얼마나 적극적이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읽고 놀랐다. 회사의 상위 리더들은 하위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좋은 생각이군요. 이제 내가 뭘 하면 좋을까요?'라고 이야기 한다. 정말 바람직한 회사가 아닌가?

 우리가 다니고 싶은 회사는 이토록 인간적이고 융통성 있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삶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그와 동시에 회사측에서도 꼭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의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얌!왕국에서는 인재를 뽑고 그 인재를 전적으로 믿는다. 직원이 좌절하거나 힘들어 할 때 적극적으로 곁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언젠가 얌!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그 이후에도 얌!에서의 경력이 그 직원의 앞 길에 밝은 빛이 되리라고 믿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간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직장도 인간관계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기계적이고 비 인간적일 수 있는 직장은 어차피 인간관계의 연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안에서도 결코 상부 하달식의 일방통행은 없다. 이 것을 깨닫고 얌!의 방식을 벤치마킹한다면 우리도 세계 최고의 '일하고 싶은 최고의 회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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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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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태어나기 전에 무섭거나 아팠나?"

 "아니."
 "죽는다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뿐이야. 무서울 것도, 아플 것도 없어." p14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채근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죽음을 향한 두려움일 때도 그렇고 동경일 때도 그런데, 아무튼 울창한 덤불 속에서 그보다 더한 암흑을 들여다보는 듯한 얼굴로 어눌하게 말을 걸어온다. p25
 
 사람의 죽음에는 특별한 의미나 가치도 없다. 누구의 죽음이나 같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늘 언제 죽을까 노심초사한다. 내 생각에는 그런 걱정으로 인생의 많은 부분을 소용해버리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니까.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글에서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어쩐지 그 글들을 읽고 있자면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삶에 집착하게 되어버린다. 스스로의 수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조차도 '맞아, 나도 언젠가는 죽을거야.'라고 인식하는 순간 생(生)에 집착하고 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이 책은 나에게 비교적 시니컬하게 와 닿았다. 사신 치바라는 인물 자체가 인간의 살고 죽는 것에 대해서 냉정하게 바라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 그러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 두려움을 '모험'이라는 심리적 방패로 맞서든지 포기하든지 하는 방법을 이용할 뿐이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것은 모험 또는 포기 등으로 설명될 수 없는 종류의 공포이다. 모든 두려움에 앞서 '그까짓거 죽기보다 더 하겠어?'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도 결국 죽지 않을것이라는 안심 때문이다.  
 
 태어날 때의 기억을 가지지 못하는 것, 그래서 그 때의 느낌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모르듯이 죽음 또한 그렇게 망각의 일종으로 찾아온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된다. 어쩌면 태어나기 이전에는 '출생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들은 한 번의 생을 시작하고 마감할 때 까지 (돌연사를 제외하고는) 충분히 죽음이라는 것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성격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각 발달과정상의 과업을 가지고 있다.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 그때마다의 발달과업을 잘 수행해야 그 다음 단계에서 더 나은 심리적 안정을 가진다는 것이다. 특히 노년기에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면서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잘못했던 것은 뉘우침으로써 다음 생(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원한이 있는 사람은 죽을 때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 한을 풀기 위해 죽음을 올바르게 맞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어'라는 표현이랄까.
 
 우리는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원하고 또한 인간답게 죽기를 원한다. 병으로 고통받고 죽는 것도,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누군가의 원한을 사서 죽음을 당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사신 치바는 이러한 복잡한 인간의 내면과 인생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각자의 수명까지 살게 해서 인간답게 죽게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전에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정하는 신이다. 일주일간의 조사가 끝나면 담당부서에 결과를 보고한다. 결과가 '가(可)'일 경우 그 다음날 죽음이 실행된다. 그렇다면 '수명 이전에 당하는 죽음은 전적으로 사신에게 책임을 돌려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원망이라고 할까나.
 
 그가 어떤 사신인지 살펴볼까.
"해야 할 일은 신속이 하지만 쓸데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스타일이다." p16
우선 치바는 이토록 냉정하다. '가'라고 생각하면 여지 없이 '가'를 불러버리는 쪽이랄까. 한편으로는 너무도 인간적인 사신이어서 오히려 정감가는 쪽이다. 그렇지만 가수가 된 여자의 경우 치바 자신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보류'로 결정한 것에서는 인간의 생사에 대해서 조금은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처리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게 짧아. 툭하면 화를 버럭 내고, 충동적으로 사람을 찔러. 더구나 그다지 죄책감도 없고. 경찰이 왔으니까 도망치고. 트렁크가 열려 있으니까 들어가고. 뒷일은 생각을 안 해. 인간이란 이런 녀석들뿐인가? 후회라고는 안 하는 살인범뿐인가?" p239
 
 '인간의 이러이러한 면은 이해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치바. 사실 인간족인 내가 생각하기에도 인간은 알다가도 모를 종족이다. 좋다고 웃는가 하면 어느새 질질 짜고 있질않나 이유 없이 사회악으로 사는 인간들도 많다.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는 일을 거의 미쳐서는 평생 식음을 전폐하고 씻지도 않고 정진하는 사람도 있고......
 
 치바는 이러한 인간의 모순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게 되고 점점 '가' 보다는 '보류'를 넣는 쪽이 많아지겠지..하는 기대를 해본다.
 
 "후회할 정도라면 죽여서는 안 된다고는 생각해요."라는 청년의 대답처럼 어쩌면 인간이 저지르는 죄악이란 자신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고민해 볼 겨를도 없이 벌어지고 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후회'라는 단어도 생긴것 아닐까.
 
 "예를 들면 말이에요, 태양이 하늘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특별한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태양은 중요하잖아요. 죽는 것도 똑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특별하지는 않지만 주위 사람들로서는 슬프고 중요한 일이라고." p330

 

 사신에게 있어서 인간의 죽음이란 인간의 탄생만큼 의미없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물음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아름다운 이 세상과의 이별 등의 의미가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풍'을 끝낸 마지막 길목에서 뒤돌아보는 소풍의 추억이 잊혀지기엔 너무도 값진 것이기에.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千祥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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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 잃어버린 나를 만나는 이야기
쉬타오 지음, 장연 옮김 / 고려원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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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모임이 열렸다. 어떤 엘리트 집단을 보는 듯 신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으스댄다. 신들의 왕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인간에게는 우리 신들이 관장할 수도, 간섭할 수도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아. 그들은 비록 우리 신들의 안배에 따라 기적을 이뤄내지만, 그들니 이뤄낸 기적 모두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지. 그렇지 않은가?" p26

 신들은 의아해하기 시작한다. 신들 모두가 어느정도는 간파하던 일이었으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서 인간의 마음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신의 관장아래에 있지만 또한 그들 스스로 마음의 힘을 이용해서 삶을 평화롭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고.

 신들은 그 말에 심기가 상했다. 인간 또한 자연의 하나로 신의 관장 아래에 놓여 질투의 신, 사랑의 신, 의지의 신 등등 이들 신이 심어준 씨앗에 움직이는 피조물이 아닌가.

신들의 왕은 말한다. '천사여, 우리 신들은 인간을 발견한 이후 저들이 또 하나의 신의 존재가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너는 천상의 금기를 발설했다.'

 천사는 인간의 마음의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내용을 이끌어가는 이야기 꾼인 '토니'는 늘 친구와 지인들에게 한통의 이메일을 보내거나 모임의 이야기에서 우리 주변의 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곧 그 천사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천사였다. 천상에서 내려운 천사는 토니를 통해 신들에게 인간의 마음의 힘을 알리기로 했다. 천사는 토니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가 천사이야기가 바닥났을 때는 소재를 주고, 힘에 겨울 때는 힘을 주었다.

 토니는 천사와의 우연한 마주침을 계기로 더욱 천사이야기를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마음의 힘을 증명해냈고 천사는 다시 천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느날은 손가락이 하나 없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소년은 보통사람과 달랐기 때문에 늘 보호받았다.

 부모는 소년을 더 많이 사랑해주었다.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 때문인지 늘 마음을 다해 보살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식의 성장을 보살피는 동시에 아들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던 나약함과 자기비하까지 보살폈던 것이다. p64

 보호받음을 당연시 여기던 소년은 학교 산행을 가게 되었다. 친구들이 정상에 오르는 동안 소년은 그저 산 중턱에서 앉아서 친구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양떼를 모는 사람과 마주쳤고 그 양들 중 다리를 잃은 양이 다른 양보다 씩씩하게 다니는 것을 보았다. 소년은 그제야 몸의 부분이 불편하더라도 남에게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소년은 스스로 일어나서 정상에 오르고 싶었다. 사실 손가락이 없다고 해서 걸을 수 없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깨달음 없이는 우리는 우리 안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만 한다. 소년을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힘들었지만 정상에 다달았고 친구들은 모두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어느 성공한 여성의 소녀시절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이 영원히 슬프거나 영원히 기쁘지 않을 것이니 더 이상 두려워 하거나 우쭐해 하지 말라고 한다.

"제가 열세 살 때였어요. 아버지가 직장을 옮겼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제 되었죠. 그래서 낡은 책과 가구를 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어요. 이사 가기 전날, 저는 마지막으로 버리려고 모아둔 낡은 책들을 다시 뒤져보았어요. 혹시 갖고 가야 할 물건이 남아 있나 해서요. 그때 일기장을 발견했죠. 몇 장을 훑어보았는데 한 구절이 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오늘은 나의 일생 중에서 가장 슬픈 하루였다. 영원히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제가 이 년 전 어느 날 쓴 일기였는데, 다만 이 한줄밖에 없었죠. 도대체 무슨 일이 영원히 잊지 못할 만큼 절 그렇게 슬프게 했는지 기억하려고 해봤지만, 아무리 되짚어 생각해봐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뒷장을 더 펼쳐보았습니다.

 '이런 행복한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절 그렇게 행복하게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이런 일기도 있었지요.

 '내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 정말 미워 죽겠어. 이제 부턴 그애에게 알은체도 하지 말아야지!'

일기장에 쓰인 그애가 누구인지는 금세 알았죠. 지금 저와 가장 절친한 친구이니까요.

전 그날,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한 글자 한 글자 쓸 때마다 내 마음을 얼마나 확신하고 있었던가! p78~79

 우리는 누구든지 스스로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이를 '측은지심' 등의 사자성어 여러개로 배웠던 기억이난다. 아무리 악한 사람도 인간으로서의 희노애락이 없을 수 없고, 아무리 착한 사람도 티끌만큼의 욕심이 없을 수 없다. 성선설로도 성악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우리 각자는 가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너무 완벽한 신이 아닌 어느부분의 흠을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신화를 읽으면서 즐거운 것은 그들이 그저 우리에게 이렇게 살라,고 말하는 지령적인 신이 아닌 우리와 비슷한 모습의, 우리와 비슷한 실수를 하며 살아가는 신이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신의 왕이 말한대로 우리는 또 하나의 신의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천사는 따로 없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설사 천사나 신이 따로 존재하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곧 부처라는 말처럼 우리 스스로의 마음이 곧 천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 곁에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랐다. 아주 어릴적 부터 인간을 창조한 신이 있다면(참고로 나는 무교다.) 어느 신이라도 천사와 같은 존재를 인간에게 붙여주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아주 아프거나 외롭고 두려운 순간에도 혼자가 아님을, 내 곁에는 보이지 않는 천사가 함께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알았다. 나의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은 보이는 천사들이라고.

 오늘 버스 안에서 금발머리가 하늘거리는 활발하고 귀여운 여자아이를 만났다. 그애는 질투가 날 정도로 예뻤고, 그런 그애가 너무도 부러웠다. 나도 그애처럼 예뻐지고 싶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그애가 내렸다. 심하게 다리를 절며 인도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애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애는 다리가 하나뿐이었고, 목발을 짚고 걸었다. 그런데 그애의 얼굴엔 슬픈 그늘이 보이기는커녕 미소가 가득했다. 하느님! 제 푸념을 용서해주세요. 제겐 건강한 두 다리가 있으니 이 세상이 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사탕가게에 갔다. 그 집의 남자 판매원은 키도 크고 정말 멋있었다. 내가 갔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그와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가 매우 즐거워했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나올 땐 "감사합니다. 당신처럼 착하고 친절한 손님과 얘기를 나누어서 아주 즐거웠어요. 사실 전 맹인이거든요" 하고 말했다. 하느님! 제 푸념을 용서해주세요. 제겐 멀쩡한 두 눈이 있으니 온 세상이 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길에서 파란 눈을 가진 한 남자아이를 만났다. 그앤 길 모퉁이에 기대서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애한테 말했다. "얘, 넌 왜 친구들과 함께 놀지 않니?" 그앤 대답도 없이 다른 친구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그제야 남자아이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하느님! 제 푸념을 용서해주세요. 제겐 밝은 두 귀가 있으니 온 세상이 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내겐 다리가 있어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내겐 눈이 있어서 황홀하고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 내겐 밝은 귀가 있어서 사랑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하느님! 제가 푸념한 것을 용서해주세요.

나는 세상에서 보호받고 있었고, 세상은 나에게 속해 있었다. (어느 이름 모를 작가의 글) p1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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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읽는 멋진 인간관계 만들기
최준호 지음 / 대경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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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선택하는 동기가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나 기타 인간관계를 논하는 책으로 생각해서라면 읽는 내내 놀랄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받았을 때 생각보다 큰 책의 부피에 놀랐고 펼쳤을 때의 장황한 애니어그램들과 그림, 도표 등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책은 애니어그램이라고 하는 성격테스트와 비슷한 종류의 것을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여러가지 유형에 대한 문항이 이어지고 그 답을 체크하여 나의 타입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책의 제목을 읽고 알 수 있듯이 이야기 형식으로 상황을 제시하여 인간관계의 방법을 알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읽는 내내 마치 십대 소녀시절 보았던 월간 만화 잡지 속의 성격 심리 테스트라던가 연애타입 등을 맞춰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오늘이 서평 마감일이라는 첫 번째 압박과 책을 펼쳤을 때 대학교제처럼 펼쳐지는 수 많은 도표들에 놀라 '이걸 언제 꼼꼼히 읽지' 하고 생각했던 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을까. 생각보다 쉽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고 그 가운데 상당부분 스킵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리 싸지 않은 책 값과 거창한 제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는 그리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는 서랍장 처럼 부조화스러운 느낌이랄까.

 또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나는 어떤 타입의 사람인가를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부분에서 나는 왜 모든 유형에 동그라미를 표시하게 되는 타입일까 하고 생각한점이다. 실제로 체크하는 내내 모든 문항에 대해 예스로 대답하게 만드는 단순한 문항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밑줄을 그었던 부분은 이것이다.

 

 '나를 이해하고 내 주변의 모두를 이해한다면, 나의 행복이 가족과 이웃으로 퍼져나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Happy circle을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 책의 저자가 이미 지적한대로 적을 뼈 속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정작 내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채, 심지어는 알려는 노력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다. 이 책이 비록 내가 기대했던 것 만큼의 知己를 얻게 해 주지는 않았지만 知己로 가는 길잡이가 되어준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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