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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 잃어버린 나를 만나는 이야기
쉬타오 지음, 장연 옮김 / 고려원북스 / 2006년 4월
평점 :
신들의 모임이 열렸다. 어떤 엘리트 집단을 보는 듯 신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으스댄다. 신들의 왕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인간에게는 우리 신들이 관장할 수도, 간섭할 수도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아. 그들은 비록 우리 신들의 안배에 따라 기적을 이뤄내지만, 그들니 이뤄낸 기적 모두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지. 그렇지 않은가?" p26
신들은 의아해하기 시작한다. 신들 모두가 어느정도는 간파하던 일이었으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서 인간의 마음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신의 관장아래에 있지만 또한 그들 스스로 마음의 힘을 이용해서 삶을 평화롭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고.
신들은 그 말에 심기가 상했다. 인간 또한 자연의 하나로 신의 관장 아래에 놓여 질투의 신, 사랑의 신, 의지의 신 등등 이들 신이 심어준 씨앗에 움직이는 피조물이 아닌가.
신들의 왕은 말한다. '천사여, 우리 신들은 인간을 발견한 이후 저들이 또 하나의 신의 존재가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너는 천상의 금기를 발설했다.'
천사는 인간의 마음의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내용을 이끌어가는 이야기 꾼인 '토니'는 늘 친구와 지인들에게 한통의 이메일을 보내거나 모임의 이야기에서 우리 주변의 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곧 그 천사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천사였다. 천상에서 내려운 천사는 토니를 통해 신들에게 인간의 마음의 힘을 알리기로 했다. 천사는 토니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가 천사이야기가 바닥났을 때는 소재를 주고, 힘에 겨울 때는 힘을 주었다.
토니는 천사와의 우연한 마주침을 계기로 더욱 천사이야기를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마음의 힘을 증명해냈고 천사는 다시 천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느날은 손가락이 하나 없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소년은 보통사람과 달랐기 때문에 늘 보호받았다.
부모는 소년을 더 많이 사랑해주었다.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 때문인지 늘 마음을 다해 보살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식의 성장을 보살피는 동시에 아들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던 나약함과 자기비하까지 보살폈던 것이다. p64
보호받음을 당연시 여기던 소년은 학교 산행을 가게 되었다. 친구들이 정상에 오르는 동안 소년은 그저 산 중턱에서 앉아서 친구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양떼를 모는 사람과 마주쳤고 그 양들 중 다리를 잃은 양이 다른 양보다 씩씩하게 다니는 것을 보았다. 소년은 그제야 몸의 부분이 불편하더라도 남에게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소년은 스스로 일어나서 정상에 오르고 싶었다. 사실 손가락이 없다고 해서 걸을 수 없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깨달음 없이는 우리는 우리 안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만 한다. 소년을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힘들었지만 정상에 다달았고 친구들은 모두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어느 성공한 여성의 소녀시절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이 영원히 슬프거나 영원히 기쁘지 않을 것이니 더 이상 두려워 하거나 우쭐해 하지 말라고 한다.
"제가 열세 살 때였어요. 아버지가 직장을 옮겼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제 되었죠. 그래서 낡은 책과 가구를 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어요. 이사 가기 전날, 저는 마지막으로 버리려고 모아둔 낡은 책들을 다시 뒤져보았어요. 혹시 갖고 가야 할 물건이 남아 있나 해서요. 그때 일기장을 발견했죠. 몇 장을 훑어보았는데 한 구절이 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오늘은 나의 일생 중에서 가장 슬픈 하루였다. 영원히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제가 이 년 전 어느 날 쓴 일기였는데, 다만 이 한줄밖에 없었죠. 도대체 무슨 일이 영원히 잊지 못할 만큼 절 그렇게 슬프게 했는지 기억하려고 해봤지만, 아무리 되짚어 생각해봐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뒷장을 더 펼쳐보았습니다.
'이런 행복한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절 그렇게 행복하게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이런 일기도 있었지요.
'내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 정말 미워 죽겠어. 이제 부턴 그애에게 알은체도 하지 말아야지!'
일기장에 쓰인 그애가 누구인지는 금세 알았죠. 지금 저와 가장 절친한 친구이니까요.
전 그날,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한 글자 한 글자 쓸 때마다 내 마음을 얼마나 확신하고 있었던가! p78~79
우리는 누구든지 스스로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이를 '측은지심' 등의 사자성어 여러개로 배웠던 기억이난다. 아무리 악한 사람도 인간으로서의 희노애락이 없을 수 없고, 아무리 착한 사람도 티끌만큼의 욕심이 없을 수 없다. 성선설로도 성악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우리 각자는 가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너무 완벽한 신이 아닌 어느부분의 흠을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신화를 읽으면서 즐거운 것은 그들이 그저 우리에게 이렇게 살라,고 말하는 지령적인 신이 아닌 우리와 비슷한 모습의, 우리와 비슷한 실수를 하며 살아가는 신이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신의 왕이 말한대로 우리는 또 하나의 신의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천사는 따로 없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설사 천사나 신이 따로 존재하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곧 부처라는 말처럼 우리 스스로의 마음이 곧 천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 곁에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랐다. 아주 어릴적 부터 인간을 창조한 신이 있다면(참고로 나는 무교다.) 어느 신이라도 천사와 같은 존재를 인간에게 붙여주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아주 아프거나 외롭고 두려운 순간에도 혼자가 아님을, 내 곁에는 보이지 않는 천사가 함께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알았다. 나의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은 보이는 천사들이라고.
오늘 버스 안에서 금발머리가 하늘거리는 활발하고 귀여운 여자아이를 만났다. 그애는 질투가 날 정도로 예뻤고, 그런 그애가 너무도 부러웠다. 나도 그애처럼 예뻐지고 싶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그애가 내렸다. 심하게 다리를 절며 인도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애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애는 다리가 하나뿐이었고, 목발을 짚고 걸었다. 그런데 그애의 얼굴엔 슬픈 그늘이 보이기는커녕 미소가 가득했다. 하느님! 제 푸념을 용서해주세요. 제겐 건강한 두 다리가 있으니 이 세상이 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사탕가게에 갔다. 그 집의 남자 판매원은 키도 크고 정말 멋있었다. 내가 갔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그와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가 매우 즐거워했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나올 땐 "감사합니다. 당신처럼 착하고 친절한 손님과 얘기를 나누어서 아주 즐거웠어요. 사실 전 맹인이거든요" 하고 말했다. 하느님! 제 푸념을 용서해주세요. 제겐 멀쩡한 두 눈이 있으니 온 세상이 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길에서 파란 눈을 가진 한 남자아이를 만났다. 그앤 길 모퉁이에 기대서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애한테 말했다. "얘, 넌 왜 친구들과 함께 놀지 않니?" 그앤 대답도 없이 다른 친구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그제야 남자아이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하느님! 제 푸념을 용서해주세요. 제겐 밝은 두 귀가 있으니 온 세상이 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내겐 다리가 있어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내겐 눈이 있어서 황홀하고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 내겐 밝은 귀가 있어서 사랑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하느님! 제가 푸념한 것을 용서해주세요.
나는 세상에서 보호받고 있었고, 세상은 나에게 속해 있었다. (어느 이름 모를 작가의 글) p11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