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행자
한스 크루파 지음, 서경홍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끝없이 여행을 꿈꾼다.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의 휴식을 가질 것을 원하고, 그 시간 동안 어디론가 떠나 고요히 있고 싶어한다. 하지만 성자들은 행복과 휴식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은 언제나 자기 안을 들여다보며 마음과 이야기 하는데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스님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온전히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소비한다고 했던 것 처럼. 구도자의 마음이란 곧 자신을 정화하고 이해하는 것에 있을 것 같다. 끝 없는 심연과도 같은 사람의 마음은 한길 물속보다 알기 어렵다고 했다. 스스로의 마음을 여행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마음의 여행자' 라는 책을 소개받았을 때 나는 여느 잠언집과 같이 이 책도 똑같은 말의 반복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레 짐작으로 책을 읽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가볍고 조용히 읽기에 안성마춤일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성서에나 나올 것 같은 모호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각 페이지를 수놓고 있었고 그 그림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글들이 내 마음을 수놓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내내 '류시화'가 떠올랐다. 그의 글과 그가 엮은 잠언집들이 이 책과 비슷한 분위기로 느껴져왔기 때문일까. 책을 읽은 후 역자 후기를 보니 번역 후의 글을 류시화가 다듬기도 한 것 같다. 작가 한스 크루파 사진의 정돈되지 않아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가 류시화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그는 교사였지만 글쓰기와 구도자의 생활을 위해 지금은 홀로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생활이 글에도 그대로 묻어나있다.)

 이 책은 내가 염려했던 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잠언'들을 쏟아놓는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될 좋은 말들... 그러나 이 책 안에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그 주인공들과 같이 인생의 구도자들을 만나 영혼의 정화를 느끼고, 내 안에 있던 맑은 영혼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든다. 내 안의 목소리 보다 남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하고, 의견의 충돌이 있으면 중도적이기 보다는 편협한 잣대를 들이밀며 그것이 현실이라고 역설하는 우리들도 결국 인생에서 바라는 것은 근본적인 물음의 답이 아닌가?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근원을 찾아 여행하는 사람은 중도에 숨이차기 마련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시작과 끝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가. 농부가 농사일을 삶의 의미로 여기고, 화가는 그림 그리는 것을 그것으로 여기는 것 처럼, 삶의 의미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는 개인이 열망하는 꿈의 실현이다. '꿈을 잃은 사람'이란 존재한다. 나는 '잊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잠시 흐릿해질 뿐 잊지만 않으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늘 꿈꾸어왔던 것에 가까워질거라고 생각한다.

"내 이름은 벤코이며, 삶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P204)" 라고 말한 거리의 피리부는 남자처럼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꿈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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