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무코야마 마사코 지음, 최성욱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목아플 땐 소금과 심황을 녹인 따뜻한 물로 양치
콧물, 오한에는 생강차가 좋고 담이 생기면 심황 꿀에 녹여 조금씩 먹기.
기침이 나면 연근을 갈아 갈분탕에 녹이고 간장 한방울(!)을 넣어서 마시기.
햇볕에 그을리면 코코넛 기름으로 마사지한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생길 때에는 민트차나 생강차를 마시면 좋다. 그리고 환경과 경제, 정리정돈을 위해 비누 하나로 샴푸, 청소, 빨래 모두 해결하기.
이 것이 무엇이냐?
마치 잡지 한 쪽의 '생활의 달인'이라든가 '알뜰 주부'코너에 나올법한 이야기 아닌가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면 이토록 웰빙스러울 수가 없다.
나는 어릴적부터 요즘 유행하는 소위 '웰빙'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몸소 실천도 해왔다. 꼬박꼬박 분리수거도 하고 아플 때는 병원이나 약국에 달려가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대신 유자차로 비타민을 보충했고, 피곤하면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주물주물해보기도 하고 배가 아플때는 엄마가 만들어주신 팥을 넣은 주머니를 데워서 배위에 올려놓는 등...
아이러니하게도 항생제라면 치를 떨며 안티(anti)를 외치던 나는 의료인이 되었다. (난 병원 근처도 질질 끌려갈 정도로 싫어했었다...) 자연스럽게 민간요법적인 웰빙뿐만이 아니라 과학적인 웰빙요법 또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웰빙이 붐을 타기 훨씬 전 부터 우리 집에는 아로마 오일이나 건강차들이 줄줄이 놓여있었다. 교양과목으로 대체요법과 발마사지, 노인음악요법 등을 이수했고 지금도 때때로 그런 마술같은 요법들을 즐기며 살고 있다.
이 책을 지은 무코야마 마사코씨는 나보다 더 한것 같다. 아시아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여러가지 생활의 지혜들을 모아 그것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니 절반은 90살 먹은 할머니마냥 민간요법에 달인이 되어버린 것 같다. 맞다. 이 사람 조금 너무했다 싶었다.
조금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마사코씨의 생활은 부산스럽다. 이래서야 아시아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위하다가 정상적인 생활(이를테면 웰빙보다 바쁜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히 헌 옷을 버리지 않고 잘라서 그것을 청소할 때도 쓰고 걸레로도 쓰는 등등 여러모로 활용을 하는 등의 일은 어쩌면 불필요하다거나 지나치다고 여겨질 정도...
그렇지만 이 사람은 전혀 이러한 자신의 생활을 귀찮아 하거나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자질구레 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재활용할 수 있을까, 더 '자연스럽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마사코씨나 나처럼 남이 봐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잔일이 많은 삶(?)을 사는 것이 피곤한 사람도 있다. 때로는 너무 바쁜 생활에 쫓기다보면 있어야 할 것도 없고 해야할 일도 잊어버릴때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조잡해보이는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모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밑줄 긋고 한번 해보기 시작하면 더 이상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삶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보다 더 부지런 해야하고 더 세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사코씨의 집은 언제나 단정하게 필요한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내 집은 그렇지 않다..;; 나만의 웰빙 생활을 위한 각종 차들과 허브들은 어지럽게 널려진 채로 필요할 때마다 사용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은 심플 그자체이다. 한가지를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하여 최대한 단조롭고 자연그대로 사는 방법이 그것이다. 먼저 욕심을 버리고 일명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합하여 이것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들어서 살아보면 어떨까? 이 책을 읽는 내내 한번쯤 해봐도 좋을 것들에 밑줄을 긋느라 분주했다. 차마시기를 좋아하는 나는 달콤한 녹차 끓이는 법도 따로 메모해두었다. 조금 분주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지혜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