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의 심리학 -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는 마법의 테크닉
간바 와타루 지음, 손문생 외 옮김 / 에이지21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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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벼운 책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다가 세 권을 골랐다. 결국 이 책 한 권만 겨우 읽고 반납할만큼 나는 요즘 책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나에게 가벼운 책이란 여러가지 종류를 의미하지만 그 중 심리학에 관한 간단한 책의 경우는 멍하니 읽기에도 좋고, 나중에 메모를 남길 때도 특별한 감상 없이, 사유 없이 그저 주요 내용을 정리해 놓으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정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이런 책은 스피드 하게 발췌해서 읽는 편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절반 이상 차지 하지만 그 외에 내용은 신선한 것이 많다.

매 에피소드마다 간단하게 요약된 칸이 있어 훨씬 보기 편하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설득의 심리학'과 '바디랭귀지' 보다는 내용에 있어서 탄탄하지 못함이 아쉽다. 앞의 두 책이 촘촘한 가죽천으로 덮여진 지점토 같은 이미지라면 간바 와타루의 '트릭의 심리학'은 망사에 담긴 자갈 같은 이미지이다. 그 자갈은 모레보다 굵어서 쓰임이 있지만 그물이 성글어서 빠져나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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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초콜릿
공병호 지음, 오금택 그림 / 21세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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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집 화장실에는 초콜릿 향이 난다.

책을 읽는 것이 '전쟁'이 되어버렸고 활자는 무기가 되어 내 눈을 찌르고 있었다.

책 읽는 것을 잠깐 그만둘까 하여 의식적으로 책을 들여다보지 않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생각한 것이 '책을 곁에 두고 조금씩 읽자'였다. 조금씩 시간이 날때마다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앞내용과 연결되어지는 긴 소설은 안될것이고, 짧은 시간 읽을 수 없는 어려운 책도 안될 것이었다. 책꽂이를 둘러보다가 배송시부터 싸여있는 비닐 포장을 채 뜯지 않은 '공병호의 초콜릿'을 발견했다. 평소 비소설은 등한시하고 소설만을 예뻐해주는 못된 습관을 가진 나는 아예 이 책을 그저그런 자기계발서 쯤으로 생각하고 포장을 뜯지도 않은 것이리라.

 

내 책꽂이에 입주한지 1년이 넘었을 이 책은 이제 짧은시간 나의 서재가 될 화장실에 모셔졌다. 두루마리 휴지와 수건, 비누, 치약 등이 담긴 다용도 장식장 한켠을 차지한 이 책을 나는 거의 매일 큰일을 볼때마다 읽어내려갔다. (조금 더럽고 부끄럽군 ㅋ) 이제 날이 따뜻해지고 구석구석 습기가 오를 때 하필 욕실 겸 화장실 한켠을 차지했으니 행여나 물에 젖을까, 축축한 욕실 바닥에 나뒹굴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사실 그러한 걱정보다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져서 언제고 같은자리에 있다가 영영 다시 내 방 책꽂이로 돌아오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처음 장소를 옮겨두고 읽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몇주에서 한달 이내일까.

어느새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그동안 공병호님의 짤막 짤막한 사유들과 마주하며 하루, 이틀 사이의 몇분동안 내 삶을 다시보고, 책 속의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돌아보면 한장이 채 안되는 짧은 글들과 캐릭터 하나로 전체를 보여주는 삽화를 보는 장소로 화장실을 택했으니 찰떡궁합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책 속의 에피소드들을 하루 한개씩 실천하고 정리하자는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을 것이고, 이 책은 단시간에 삶의 자세를 바꿔주는 '마법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도 여느 자기계발서 처럼 한번 읽고 털어버리는 먼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분명 모든 익숙한 교훈 안에는 진리가 담겨있고, 그 진리는 너무 익숙한나머지 쉽게 잊혀질 수 있다. 책 속의 초콜릿을 '먼지'로 소화할지 '진리'로 소화할지는 모두 나에게 달려있다.

 

쌉쌀하고 달콤한 '초콜릿'이라는 제목과 꼭 닮아있는 책.

다시 우리집 화장실에는 다른 향을 품고 있는 책이 놓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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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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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창현.나는 그 이름 석자를 두해전에 알게 되었다. 일본의 배우를 알게된 이후 그가 출연한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보게 되었고 그중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데다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초난강이 나온다고 했다. 이야기는 동양의 스트라디바리우스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식민지 시대를 지내고 한국전쟁 이후까지 일본에서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을지 상상해보았다. 힘 없는 나라의 노예 취급을 받던 조선인은 얼마전까지 주인 행세를 하던 일본에 가서 흔한 창씨개명도 하지 않고 진창현이라는 이름 석자를 우뚝 세웠다.

자서전으로 다시 만난 진창현 선생은 두해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던 그의 사진에서보다 더 늙으셨다. 그러나 표정과 눈빛은 여전히 반짝 빛나고 있었다. 책을 펴자마자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에 대한 관심과 부러움, 존경, 호기심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다. 고향이라는 두글자는 출신지의 의미 이상을 가진다. 그곳은 그 사람의 아버지이자 어머니, 형제, 자매와도 같다. 어린아이들은 그 시절의 알맹이만 뽑아내어 몽땅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가 살아가는 한 평생의 희망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나라든지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전쟁으로 대표되는 국가와 백성의 아픔을 조선은 참으로 다양하게 겪었다. 식민지, 나라를 잃은 설움, 살아있다는 것은 옵션일 뿐이었고 어떻게 살것인가 하는 것은 중요치 않았던 시절. 당시의 조선인은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었고, 전쟁에 끌려가 병신이 되거나 죽거나 하고,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었으며 시체를 집 앞 쓰레기 처럼 치우곤 했다. 진창현 선생이 어릴적 마을 사람들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도 느낄 틈이 없이 살았고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배가 불러야 기쁨과 슬픔도 느낄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당시의 조선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비참했을 것이다. 식민지의 백성이란 그런 것이다. 누가 발로 차면 그냥 맞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이웃도 버려야했을 것이다. 사는 것이 치열했던 시기였다.

거구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진창현 선생은 태어나서 부터 몸이 약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몸으로 싸우는 일은 그만두기로 하고 머리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조선은 힘이 있고 남과 싸워 이기는자만이 권력을 쥘 수 있었기에 그의 아버지는 늘 그를 염려하거나 남자다운 포부를 가지라고 다그쳤다. 그는 어릴때부터 감정이 풍부했던 것 같다. 여느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뛰어노는 것 보다 무엇을 만들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니는 약장수의 어설픈 연주를 듣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일본인 선생에게 바이올린을 배운다. 이후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서 여러가지 막일을 하며 번 돈으로 대학까지 졸업하게 된다. 대학 3학년 때 비로소 바이올린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 진창현. 그리고 20대를 막노동, 린타쿠 운전, 파친코 점원, 고철장수를 하는 등 혹독한 일에 매달렸다. 그런 와중에도 돈을 모아 바이올린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나이 서른을 넘길 때 나는 '하아-'하고 놀란 숨을 쉬며 잠시 책을 덮었다. 악기 제작자가 꿈이라면 그에게는 손이 무엇보다도 귀한 재산이다. 그리고 20대는 그에게 있어서 바이올린 제작을 배울 수 있을 때가 아닌가. 내가 만약 그였다면 서른이 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며 꿈을 접었을 것이다. 나는 한참동안 책을 덮은채로 '너무 늦었어'라고 중얼거렸다. 이미 바이올린 제작자로서 성공한 그의 이야기는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 놀랍고 놀라웠다. 그는 늘 바이올린을 생각했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몸을 가만히 두는 일이 없었고 늘 부산하게 일을 했다. 그에게 떨어진 수많은 행운들도 그가 노력한 결과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성공기는 믿기지 않을만큼 경이롭다. 

당시 조선인이 일본에 가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핍박을 감수했어야 했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늘 당당했고 포기할줄 몰랐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바이올린 제작하는 일을 맡기지 않겠다는 말도 들었고, 조선인이기에 공장에 취직을 할수도 없었다. 어쩌면 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조선인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스스로도 조선인이기에 늘 고난이 따라다녔고, 그렇기에 새로 마주쳐야하는 역경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누구나 노력한다고 해서 세계적인 바이올린 제작자가 될수는 없다. 그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바이올린을 만들고 얼마 있지 않아서 그의 바이올린을 사는 고객이 생겼고, 그 가격도 계속 올라갔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도 만나고 그의 바이올린을 개인전에 전시하게 되었다.

어릴적 일본으로 건너와 늘 혼자였던 그의 곁에는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가 생겼고 아이들도 낳았다. 그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도 늘 신경써주는 좋은 아들이고 오빠이기도 했다. 그가 일본에서 조선인으로서 바이올린 제작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놀라운 투지와 끈기 그리고 천부적인 재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만난 그의 일생은 활자로만 보아도 놀라울 정도이다. 마치 고장나지 않는 기계가 다른 기계의 몇배로 일을 해내듯이 그는 평생 몇 사람 몫의 노력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나는 인물서를 즐겨읽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진창현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무언가 깊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그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뼈저리게 노력했는지 더욱 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고, 무엇이든 먹을 수 있고, 배우려고 하면 학교에도 다닐 수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지도에서 어디 쯤 와 있는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는 되도록 산과 나무로 뒤덮힌 곳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 나무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고 길이 험해 구르기도 하고, 밤이 되면 두려움에 떨게 되는 깊은 산 속에 서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못하면 어쩌지'라는 약한 마음을 버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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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시에서 길을 만나다
로저 하우스덴 지음, 정경옥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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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시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겁니다. 내가 시를 읽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수많은 월간 문학지 중에서도 유독 시를 다루는 책은 많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우리집에는 작년 가을부터 '시문학'을 구독합니다. 그 책을 나는 전혀 읽지 않는편이지만 우리집에는 시를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라고 하면 입시를 준비할 때 배웠던 교과서 안의 시가 대부분이네요. 어쩌면 '시는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교과서 속의 시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종종 그런 시를 읽다가도 감동을 받곤했던 기억이 나는것을 보면 내가 시를 영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늘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답니다. 왜 시를 읽는지요, 그 시를 읽으면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나요, 지은이가 뭘 말하는 것인지 이해해요?

 시에 대해서 '이게 무슨 뜻입니까'라고 묻는 사람은 많은데 '이건 어떤 느낌이지요?'라고 묻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솔직히 놀랐어요. 아, 시는 분석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느끼면 되는것인데...... 이번에도 나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서른, 시에서 길을 만나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첫만남에서 눈빛만 보고도 맘에 들어버린 사람과도 같네요. '10편의 시를 자기계발과 어울리게 풀어놓은 책'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중에 나는 자기계발이라는 말 대신 그냥 '잠언집'이나 '명상을 위한 책'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었습니다. 책이 시와 함께 구성되어있어서도 그렇고, 요즘 유행하는 많은 자기계발서들 처럼 강력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것으로 충분하거나 혹은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싶은 책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본문 첫 장에 메리 올리버의 '여행'이라는 시가 보입니다. 읽어드릴게요 ^^

어느 날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고

마침내 그것을 시작했다

주변의 목소리는

불길한 충고를 하고

온 집안이 들썩이고

오랜 습관이 발목을 잡았지만

목소리들이 저마다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다

거센 바람이 주춧돌을 흔들고

그들의 슬픔은 너무나 깊었지만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때늦은 스산한 밤

부러진 가지와 돌멩이가

길 위에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구름이 걷혀 별이 빛날 무렵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를 하고

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생명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세상 속으로 점점 더 깊이 걸어가며

당신은 천천히 깨달았다

늘 곁에 있던 그 목소리가 바로 자신의 것이었음을

(page 8)

 

 책을 지은 로저 하우스덴은 인생에 있어서 우연한 인연을 만납니다. 그는 영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우연한 만남, 사건들을 경험합니다. 그 우연은 거짓말 같아서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시를 읽는 것도 꼭 같은 것이 아닐까요. 산문처럼 죽 풀어놓은 글을 읽을때와는 달리 소설 책 한권에서 여러 단어를 솎아서 나열한 것 처럼 아리송한 시는 '공감'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야 그 뜻과 느낌을 파악하기가 쉬워집니다.

 첫인상이 좋았던 이 책은 첫 장의 시 또한 내 마음에 쏙 들어서 정말 놀랐습니다. 어느 날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고 마침내 그것을 시작했다..시의 첫 문장을 읽고 내 안에서 둥둥둥 하고 북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것은 이제 막 새로운 것을 시작한 나에게 전해진 메시지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속도있게 읽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일부러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었습니다. 10편의 시로 나뉘어져있으니 하루에 한편씩 읽기로 했습니다. 매일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고 들어서 이 책을 명상하는 용도로 사용해보았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시는 공유할 수 있는 경험과 생각이 필요한 것이기에 내가 읽은 열편의 시가 모두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건 내가 아직 서른이 안되서일까요^^

 시는 '사람'과도 같아요. 사람은 곧 인연이라 수많은 인연 중에서도 만났을 때 번쩍하는 순간이 분명 있지요. 사람에게서 우정, 사랑, 기쁨, 연민 등의 감동을 발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에서도 그런것들을 발견하는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그것이 '백석'의 시였는데 어렵다는 그의 시는 그것을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하기 이전에 읽는 순간 '느낌'이 오는 그런 시였어요.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시는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 읽은 무미건조한 시가 오늘 눈물을 펑펑 흘리며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여기에 담긴 10편의 시는 문학상이라거나 출판사 등단 등의 딱딱해보이는 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편하게 읽어왔던 '잠언'에 가까운 것이라 자연히 읽기도 쉬웠어요.

시를 한편 읽어준 후 작가는 그 시에 관한 에피소드와 인생의 조언, 시구에 대한 느낌 등을 이야기 해줍니다. 이것 또한 여느 자기계발서 처럼 '이렇게 하라'거나 '남들은 이렇게 산다', '멋있게 살자'는 강압적 조언이 아니라 자기고백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훨씬 받아들이기 쉬웠습니다. 작가는 시를 읽고 공감했던 인생의 순간을 이야기 하면서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에 관한 약간의 지식도 알려줍니다. 나는 마치 시로 쓴 편지를 받은 느낌으로 하루에 1편씩의 시와 글을 읽었습니다.

이 책이 나를 조급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이렇게 해봐야지'하고는 얼마안가서 '나는 왜 또 안되는걸까'라며 좌절하게 하는 책이 아니라서 참 다행입니다. 나는 몹시 느린 사람이거든요. 나는 이 책이 잔잔하게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고 작은 것에 감동하게 만들어주어서 좋았습니다. 시와 글 모두 나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해주어서 고마웠고요. 하지만 자신의 현재를 조금 더 다이나믹하게 지적하고 바로잡아줄 조언자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21세기북스 얼리 리뷰어로 선정되어 미리 원고를 읽고 올린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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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선택이 기회다
왕창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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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일즈맨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라는 최후의 결과보다 ‘계약 성사를 위해 얼마나 다양한 노력을 했는가’라는 각 과정에 대한 결과를 보아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세일즈의 s도 모르는 나도 아는 사람이 ‘영업 관련 일을 한다’고 하면 우선은 어떤 물건을 세일즈 하는지를 알게되고, 그 다음은 세일즈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세일즈'라는 업무이외의 인간관계, 사람을 사로잡기, 술마시기, 사례하기 등등 어찌보면 사람을 다루는 기술을 가져야 살아남는다는 의미였다. 조금은 생소한 세일즈의 세계는 이책에서도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계약 성사를 위한 접대방식에서부터 피튀기는 경쟁... 이는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세일즈맨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닐까.

추천대상-세일즈에 종사하는 남성에 초점. '어떻게 계약을 성사시킬 것인가'와 함께 '세일즈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조언.

구성-시뮬레이션(상황)을 만들고 그것을 각각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 등장인물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상황을 설정하여 대응하는 방법과 작가의 전문가적 평가나 코멘트를 덧붙임.
책의 마무리에 그림으로 ‘한눈에 보는 픽션 시뮬레이션’을 담아 놓아서 책 속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요약-
: 주인공 홍쥔은 외국계 거대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수석대표를 지내다가 경쟁사에게 계약건을 빼앗긴 후 사직을 권고 받는다. 그러나 그는 사직을 하지 않고 ‘해고되는‘것을 선택하고 얼마 후 경쟁사인 멀베힐사의 영업팀장이 된다. 옛날의 경쟁자가 지금의 동지가 되고, 동지가 경쟁자가 되기도 하는 피튀기는 세일즈 세계에서 홍쥔과 그의 라이벌 위웨이, 그밖의 세일즈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01 사직할 것인가, 해고당할 것인가-버려야 얻는다 그리고 출구를 확보하라.
: 가진자만이 버릴 수 있고 안전한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값진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진리.

02 형편없는 대우를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 우리에게는 불행에 빠졌을 때 기댈 언덕이 필요하다. 건강한 신체, 평상심, 따뜻한 인정(인맥), 뛰어난 장기(존재감) 등의 돈이나 명성 이외의 자산을 챙기자. 

03 상사의 상사에게 상사를 고자질할 것인가, 말 것인가
: 서로를 동등한 눈으로 분석해보라. 상사가 과연 당신에게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보자. 그는 당신이 직분과 책임을 다해 일하여 자신의 손이 돼 주길 바라고, 자신이 이해 못하는 상황을 제때 보고하여 자신의 눈과 귀가 돼 주길 바란다. 또 자신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걸 도와 자신의 머리가 돼 주길 바라고, 자기 대신 말하고 비밀을 지켜 자신의 입이 돼 주길 바란다.

04 직접 나설 것인가, 물갈이를 할 것인가
: 중요한 것은 실적, 그리고 시간. 고객에게 끌려가지 말고 고객을 이끌어라.

05 위험을 무릅쓰고 인재를 영입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06 전선에 나설 것인가, 후방에 남을 것인가
: 자신의 현재 핵심경쟁력이 무엇인지 선택한다. 자신이 향후 어떤 핵심경쟁력을 갖출지 선택한다. 현재 발휘할 수 있는 경쟁력과 필요한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직책을 선택한다.

07 E-mail, 계속 사용하게 할 것인가, 규제할 것인가
08 사내 연애, 직장인의 독약을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
09 직속상사를 잡을 것인가, 고위층 상사를 잡을 것인가
10 협상의 심리 게임에서 버틸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11 검을 돈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12 고객을 친구로 삼을 것인가, 적으로 만들 것인가
: 자기 사람을 늘려라.

책의 장점- 세일즈맨으로서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기업의 법적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써 놓았다. 그리고 각 상황별 선택에 있어서의 장단점을 추려놓아 괜찮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인물을 설정하여 소설 혹은 만화처럼 이야기 형식으로 읽을 수 있기에 여타의 세일즈 관련 도서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또하나의 장점이다.

아쉬운 점-만화로 대신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었기 때문에 기본적 내용이 조금 유치할 수도 있다. 그중 ‘사직이냐 해고냐’, ‘계약에서의 배신’, ‘사내 연애의 폐해와 극복방안’, ‘(세일즈라는 것이 현재 남성위주로 행해지는 업무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성을 중심으로 한 업무내용’등의 내용이 위험하다. 즉 소재가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독자는 이를 감안하여 읽어야하겠다. 이러한 것은 책 전체를 자칫 정보전달의 기능보다는 ‘재미삼아’볼 수 있는 내용이라 여길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한 경험자이지만 동시에 ‘중국 안에서’ 또는 ‘중국과 관련있는’ 상황을 예로 들고 있기 때문에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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