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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사고치다
공성수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논술 시대에 입시를 거쳤지만 논술 시험을 볼 기회는 없었다. 당시에는 친구들이 논술학원에 다니면서 걱정하는 것들에 대해서 해방되었다고 여겨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논술 시험은 비단 입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자기 PR 시대도 한참 지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회는 개개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고 부추길 것이다. 입시 때 논술의 산을 잘 지나쳤다고 해도, 졸업 후 당장 '면접'이라는 구술시험이 기다리고 있고 성인이 되어서도 늙어 죽을 때까지 투표를 하거나 크고 작은 의사결정 과정 중에 '논술'은 또다른 얼굴을 하고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나처럼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거나, 일기라도 쓰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까'하고 고민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입시를 한참 지나온 지금도 글로 표현/주장하기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있어서 이 책은 수험생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일반인이 읽어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듯 하다.
[논술, 사고치다]의 저자 공성수는 현재 조인스 닷컴에서 논술 칼럼을 게재 중이며,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단다. 논술 입시의 일선에 있는 그가 논술을 준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책 한 권에 담아놓았다. 논술을 준비하면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 공부해야 하는지, 논술학원 선택, 주요 대학의 논술채점 기준, 출제된 문제 보기, 어떻게 사고하고 써야하는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기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앞 부분에는 주로 논술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 현재의 입시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다른 논술 책과 비슷하지만 뒷 부분에 있는 [꼭꼭 씹기, 생생한 주제를 사고하라]에서 '세계화와 서구화의 차이'와 같이 논술에서 다룰 수 있는 크고 작은 소재를 어린 학생들도 흥미를 가지고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풀어놓은 것이 눈에 띈다. 또한 함께 읽으면 좋을 책도 논술 주제별로 추천해주고 있어서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논술 입시생이 아닌지라 입시 가이드에 대한 것은 공감하기 어려운점도 있었다. 부록으로 독서 일기를 쓸수 있는 다이어리가 함께 왔는데 '수험생이 읽으면 좋은 책 목록'과 비슷하지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고민하고, 책 읽을 시간을 계획적으로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부록은 본인의 아버지께서 이미 찜하셨다.)
사실 논술을 준비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학교다닐 때만 해도 논술은 선택적인 것이었기에 절반정도의 수험생이 학원에서 수업을 받았고 대부분은 혼자 논술 준비를 하는 정도였다.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신문 사설을 이용하여 매일 스크랩 후 자신의 주장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시켰다. '5줄 이상' 이라는 기준만 있을 뿐 '매일 한다'는데 의의가 있던 연습이었으나 한자 연습까지 매일 할 수 있어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던것 같다. 학원수업이나 독학도 좋지만 각 학교에서 적절한 수업을 개발해서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비단 논술이 아니더라도 상당히 어려운 것임을 알고 있다. 단어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순한글과 한자 중에 적절한 것을 선택하고, 뉘앙스도 파악하여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것 같다. 특히 요즘은 어릴적부터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고 있어서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평균적으로 글을 잘 써서는 '튀는 글'을 쓸 수 없다.
또한 누가 어떻게 글을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글을 읽는가'도 중요하다. 현재 논술에 대한 채점 기준이 대학별, 채점자별로 모호하기 때문에 어떤 글을 쓰는 것이 좋은지 또한 모호하다. 그래서 논술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수능에 비해 작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에게 글을 잘 써야 좋은 대학에 갈수 있다고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쓴 글을 어떻게 읽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항시 점검해야 할것이다.
수험생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이 책의 '논술'의 의미를 '글쓰기'로 확대하여 읽어보았다. 글쓰기라는 것이 그리 만만한게 아니고 '내공'이 필요한 것이기에 당장 길게는 3년 이상, 짧게는 몇달 안에 논술을 끝장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다소 광범위하고, 급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논술을 준비하거나, 대략적으로 논술이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둘 만한 책이다. 학원 수업이나 책 속에 있는 가이드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철학적 사유를 하는 연습을 하고,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가장 기본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좋은 약도 먹는 사람에 따라 달고 쓴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