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 이탈리아 여자 마리안나와 보스턴에서 만나 나폴리에서 결혼한 어느 한국인 생물학자의 달콤쌉쌀한 이탈리아 문화 원샷하기
천종태 지음 / 샘터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Vedi napoli e poi muori

나폴리를 보고나서 죽어라!

베디 나폴리 에 포이 무오리



20년간 이탈리아에서 살면서 이탈리아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룬 천종태 님.

몇 해 전 영국에서 시작해서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를 마지막으로 한 짧은 여행. 이탈리아를 꼭 여정에 넣어야 했던 것은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를 느껴보고자 함이 컸다. 하지만 그 책을 읽은 것도 한참 전이었으니 여행을 하면서 대체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를정도로 감흥이 없었던게 사실이다. 여행 루트를 짜면서 영국, 프랑스는 수도인 런던과 파리 외에 한곳씩의 외곽을 정해서 다녀온 것이 전부였지만 이탈리아는 각 도시별로 워낙 유명해서 손에 꼽은 도시 중에 3곳을 고르는 것이 힘들었다. 최종적으로 베네치아를 과감히 포기하고 밀라노와 피렌체, 로마를 가기로 했다. 물론 이 루트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오모의 탓이 컸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참 생각에 잠겼다. ‘왜 여행을 갔던 것일까. 기대했던 만큼 감동으로 부르르 떨리지 않았고, 마치 옛날부터 그곳에 살았던 사람인냥 그저 편안하기만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지금도 왜 아쉽지 않은것일까. 마치 다시 내 집인 유럽으로 돌아갈것이라는 듯 아쉽지 않은 이유가 뭐지?’ 여행을 가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날씨가 쌀쌀해지면 유럽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비수기였던 겨울에 방문한 이탈리아였기에 찬바람이 불거나 흐린 날이면 어김없이 그곳이 떠오른다. 그곳의 하늘, 그곳의 냄새, 그곳의 햇살. 이탈리아는 건물이 낮은 편이라서 어디서나 하늘이 보인다. 피렌체의 붉은 지붕과 어울리는 태양이 비치는 곳. 이탈리아는 그런 곳이다.



로마 여행 때는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했다. 자유배낭여행이지만 가이드 신청을 하면 현지에서 소규모로 가이드업을 하는 사람이 나와서 바티칸과 로마를 가이드해준다. 깃발을 들고 다니는 패키지 여행의 가이드와는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아저씨는 이탈리아에 온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가끔 아이가 이탈리아 사람처럼 엄청 오버하는 제스쳐를 써가며 이야기 할 때 ‘아, 내가 정말 이탈리아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구나. 내 아이는 이탈리아에 살고 있구나.’하고 느낀다고 했다. 당시 나는 유학이나 이민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아저씨에게 고달픈 이민 생활을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민박촌 주변에는 주로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거주지가 많았는데 그곳에서도 이방인으로서 터를 일구고 사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고 느꼈다. 20년간 이탈리아에서 살고 이탈리아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룬 천종태 님의 책을 읽으니 문득 그 가이드 아저씨가 생각났다.



나폴리는 이탈리아를 그리워하는 나에게도 생소하게 들린다. 나폴리는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책을 읽다가 근래에 읽은 여행기와는 무언가 다름을 느꼈다. 가볍고, 일기같이 쓴 여행기와는 달리 이 책에는 저자의 삶이 묻어있다. 말 그대로 ‘문화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 외국인과 결혼해서 사는 것도 문화차이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법한데 고국을 떠나 홀로 터를 일구고 살았을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는 저자의 외로움과, 그리움,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단기 여행자가 아닌 ‘이탈리아인’으로서 사는 저자의 모습을 담은 책이어서 또 한번 여행 중 만난 한국인들을 떠올렸다. 나는 여행자로서 잠시 다녀간 곳이기에 내가 보고 싶었던 것만 보고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온전히 토박이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을 나도 공감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래서 여행 후에 돌아오는 걸음이 허전했는지도 모른다.



메리 미, 나폴리. 그는 나폴리와 사랑에 빠졌다. 마여사와 사랑에 빠졌고 사랑하는 나폴리에서 살고 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고 한다. 그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사랑이 녹여버렸으니 맞는 말같다. 그에게서 이탈리아의 진한 에스프레소 향이 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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