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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
오자키 데쓰오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평점 :
영어 공부라고 하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숨을 쉬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지 오래이다. 이미 '외래어'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외국어가 많이 있으니 더이상 외국어는 낯설지 않다. 다만 유독 '영어'에 대해서는 안하면 죽을 것처럼 매달리고 있는 현실이 늘 안타깝다. 물론 외국어를 적절하게 쓸 수 있다면 치열한 삶에 있어서 큰 무기가 될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영어왕국은 어쩐지 탐탁하지 않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취미생활'이 아닌 '의무'가 되어버려서일까. 자유 의자와는 관계 없이 의무적으로 영어는 꼭! 할줄 알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영어'하면 회화도 공부(study)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그냥 손짓 발짓으로 하면 될것도 괜히 겁부터 먹고 시험을 보는 사람처럼 '아다다'가 되는 것이다. 펜팔을 하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일본 사람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인은 발음하기가 어려워서 영어를 못한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있었는데 일본 친구와 통화를 할 때 아다다가 되는 것은 한국인인 나였다. 동양인 펜팔 중에서도 일본 아이들은 유독 영어를 잘한다. 특히 문법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 구어체적인 표현도 능숙하게 쓰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영어교육에도 차이가 있을테지만 영어를 대하는 '개인'의 태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단 해외펜팔이라는 것이 한국보다 일찍부터 시작된것 같고, 일본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아서 일본 아이들은 굉장히 많은 펜팔친구를 가지고 있다. 학창시절에도 학교에서 해외여행을 곧잘 가기 때문에 외국과 영어에 대해 좀더 친숙할 것이다. 어설프게 알고 있기로는 일본인들은 서양인에 대한 동경이 크다고 하는데 이 또한 그들이 영어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 이 책을 보고 '우리 나라에도 영어 숙어 책 쯤이야 쉽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은데 영어권에 사는 외국인도 아닌 생뚱맞은 일본인인가' 의아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니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을 통해 재미있게 숙어를 익힐 수 있도록 수첩 형식으로 편집해 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첩'이라는 제목을 들으니 정형화 된 방법이 아닌 자신만의 영어공부 방법을 가지고 연습하는 것이 영어 잘하는 일본인들의 비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 책은 이미지 형상화를 이용해서 숙어의 구성요소인 in, out, of, for, under, to, up 등을 그림을 그려서 미리 '느낌으로' 익숙하도록 하고 시작한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숙어 정리 부분은 일반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숙어집과 비슷하게 꾸며있다. 뒷 부분의 경우는 독특하게도 영어 간판, 표지판, 도로판 등을 그려서 설명했고 상황별 영어나 단어처럼 쓰이는 관용구, 한 단어가 지니는 이미지에서 파생적으로 사용되는 숙어를 설명하고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숙어를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책에서 다루는 숙어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시험 영어'에 익숙해진 탓일까? 내가 지금까지 공부해온 단어, 숙어 교재들의 경우는 '수능을 위한', '토익을 위한', '회사원을 위한', '여행자를 위한' 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책들은 소제목에 집중하여 단어와 숙어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이는 안심하고 선생님을 만난 듯 책을 읽을 수 있다. [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는 다른 책들에 비해 어떤 특별한 주제가 없이 영숙어를 소개하는 교재라서 이 책을 어떤 사람이 활용하면 좋을지 너무 광범위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뭉뚱그려진 책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