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가족이 모두 우천으로 출동하였다. 비가 안와서 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아직 추운 날씨여서 우리 가족과 몇 명의 청소년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첨벙첨벙  물놀이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물가에 발을 적시고 송사리 떼가 가까이 와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햇빛 때문에 화면이 안보여서 대충 송사리가 찍힐 것만 골라서 셔터를 눌렀다. 몇 번 찍다가 결국 물속으로 첨벙, 수경으로 물밑을 보니, 붕어와 작은 물고기 천지다. 결국  입술이 떨리도록 물에 있다가 나왔다.  

저녁에 모두들 물놀이 뒤라 수박 한덩이 먹고 시원하게 지내고 있다. 나는 컴으로 방수 디카 가격만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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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비가 잠깐 왔나 보다. 5시에 자전거를 타니 길이 젖어 있었다. 거의 이주일만에 내린 비라, 좀더 오기를 바랬다. 흙만 조금 적시고 간 비. 텃밭에서 고추 모종에 끈을 더 묶었다. 지지대에 끈을 묶을 때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묶는 방식을 달리 해본다. 아직 제대로 끈조차 못 묶는 초보자란 생각에 웃는다. 고추 크기도 제각각, 열무 크기도 제각각 크기도 다르고 간격도 다르다.  

어렸을 때는 슈퍼맨처럼, 원더우먼처럼 살기를 원했다. 어수룩한 사람도 변신하기만 하면, 놀라만한 세상을 바꿀 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되기를... 그것이 내 꿈이었다. 그래서 국민학교 시절 남동생과 빨간 보자기를 묶어 망토 대신 휘날리며 경사진 언덕을 뛰어 내려 보기도 했었다. 잘하거나, 아예 못하거나. 그래서 무엇인가를 보여줄 때는 최대한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었나 보다.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매년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패하는 법을 배우고 산다. 그것이 살아가는 방식임을 깨닫는데는 오래걸렸다.

옥수수 잎에 달린 빗방울을 보니 어렸을 때 읽었던 도종환님의 시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모든 것이 불확실했었다. 20년도 더 된 그 때, '접시꽃 당신'이란 시가 나와 베스트셀레가 되고 동명의 영화도 있었던, 그 어느 여름날 시골 민박집에서 노란 옥수수를 먹으면서 이 시를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비가 내린 옥수수잎을 보면 이 시를 떠올리는 것보니 시 한 줄의  기억은 얼마나 강한가.  

그런 시 중에 이성복의 '남해 금산'이 있다. 남해 금산에 가면 그 시가 생각나서 보리암의 둥근 돌들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시 한 줄의 힘은 얼마나 큰가.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남해 금산/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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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에 꽃과 작은 오이가 많이 열렸다.  

너무 자잘한 것이 많이 열리어 오이 한 주마다 오이꽃 몇 개씩 따주었다.  

가느다란  덩굴손이 뻗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그 가는 덩굴손을 볼 때, 작은 행복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살이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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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으로 가는 길에 뽕나무와 열매를 발견 한 컷.  

남편이 고향이 경북이라서 뽕나무를 발견하고 가르쳐 주었다.  

오디 열매가 무척 달다 한다. 이런 것을 발견할 때마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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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는 분이 땅을 소개해 주셔서 다시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머님이 하셨는데, 집에서 2.5km 되는 지점이라, 가시기도 어렵고 어머님이 서울에 가계실 일이 있어 나랑 남편 차지가 되어 버렸다. 

며칠 간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로 가서 밭을 한 번 휘휘 둘러보고 풀도 좀 뽑고 하면서 내려온다. 그리고 예전에 샀던 책 두 권을 꺼내들고 텃밭 가꾸기 연구를 시작했다. 위 두 권이 내용이 비슷비슷하다. 같은 부분이 많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기농 텃밭'이 4부에서 누구나 쉽게 기를 수 있는 작물, 약간의 기술과 정성이 필요한 작물,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작물 세 가지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이 분류대로 상추, 쑥갓, 시금치, 옥수수 등은 초보자용이고, 수박과 토마토는 전문가용 채소라고 할 수 있는데. 막상 밭을 해 보니 실감난다. 상추는 너무 쉽다. 씨를 뿌려 놓으니, 밥 상 가득 내가 키운 상추 겉절이다.  

반면에 토마토는 기르기 힘들어 번번히 실패인데, 이번에 다시 모종을 사서 심어놓았다. 어렸을 때 아파트에서만 자라 밭구경을 못한 나에게는 책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토마토의 겉순따기 같은 부분은 최근의 주말농장 하시는 분의 블로그 사진을 보고 이해를 했다. 

이번에는 토마토와 수박이 잘 클까? 여기저기 벌여놓은 일 중에 텃밭이 또 하나 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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