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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에 걸친 신부 - 그대가 눈을 뜨면
나카하라 히사시.나카하라 마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8년에 걸친 신부> 그대가 눈을 뜨면
- 나카하라 히사시, 나카하라 마이 지음, 민경욱 옮김, 소미미디어 출판
5월 가정의 달이라는 별명 때문일까요.
아니면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느낌 때문일까요.
집에 가는 길, 우연히 보인 들장미에 이 책이 떠올랐어요.
어느 날 문득 보인 장미
화단에 활짝 피어난 모습에 설레었죠.
장미를 바라보는 순간 이 책이 생각났던 이유는 뭐였을까요.
돌이켜 보면 지난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나고 헤어졌던 인연들이 떠올랐기 때문 같아요.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일본의 장르 문학을 생각했습니다.
'신부'라는 단어가 '성직자'를 말하는 줄 알았죠. 더군다나 소미미디어 출판이라니.
일본의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중에서는 최고의 출판사잖아요.
그래서 아무 정보 없이 딱 제목과 표지를 보고서는 어떤 사람이 8년이란 시간을 거쳐 신부가 되는 이야기. 아니면 어떤 신부가 8년이란 시간 동안 성직자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사건 같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대가 눈을 뜨면이라는 부재는 신을 찾는 내용인가 싶었죠.
그런데 책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상상도 못한 실화를 담았죠.
약혼을 앞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책의 저자 중 한 사람 나카하라 히사시.
역시 약혼을 앞둔 한 여자가 있어요. 나카하라 마이.
회식인지 미팅인지 애매한 모임에서 우연히 둘은 만났습니다. 첫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것이겠죠. 책의 첫 장면은 결혼식장입니다. 일본의 200만 관객을 울린 그 장면이라고 해요. 책의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면 다시 앞으로 돌아와 결혼식 장면을 읽게 됩니다.
여운일까 감동일까. 어떤 느낌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는 바람일 것 같아요.
결혼식장의 감동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책의 모든 장면이죠.
만남부터 결혼을 하게 되기까지. 기나긴 시간이었습니다.
20살에 만나 오랜 시간 연애를 하다가 결국 결혼했다. 뭐 이런 이야기라면 대단하긴 한데. 감동받긴 힘들죠. 두 사람의 이야기에 감동을 느끼는 것은 나카하라 히사시의 해바라기 사랑 때문입니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둘이 만나게 되고, 만남이 연애로 이어지죠.
남들과 같은 그런 평범한 시작이 결혼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이 됩니다.
신부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요. 병원에서는 죽음의 고비를 넘겼지만, 언제 의식이 돌아오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죠. 각종 검사를 진행하지만 어떤 병에 걸렸는지, 무엇이 이상인지, 왜 깨어나지 않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어쩌면 죽음을 생각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병원에서조차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눈치였죠.
가족이라면 이해할 거예요. 자식을 포기할 부모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가족은 아니에요. 나카하라 히사시는 그냥 약혼남 일뿐입니다.
식장을 예약했지만, 법적으로, 서류상 그냥 남남일 뿐이죠. 마이의 부모님도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무작정 기다리는 일. 저라면 1년도 채우기 전에 포기했을 것 같아요.
호르몬의 장난도 3개월이면 사그라 들고, 서로 만나고 즐거웠던 기억과 감정들도 차츰 가라앉을 시간이잖아요. 함께 했던 시간만큼 이별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1년이라면, 아니 넉넉잡고 2년 정도라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8년이란 시간 동안 한 여자를,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신할 수 없고, 깨어날지 알 수도 없는 여자를 기다린다는 것. 아니 의식을 회복했지만 모든 기억이 없는 사람을, 몸은 성인이지만 뇌는 아이 같은 사람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일. 어쩌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나카하라 히사시. 그는 선택을 했어요. 인생극장에서 보여주는 극적인 연출이나 고뇌 고민 그런 것 없이. 아주 당연하게,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죠.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라니요. 망설일 일이 아니었다죠. 프러포즈를 했고 받아 줬습니다. 그럼 된 거예요. 이미 가족이라고 해요. 그런 사랑이기에 그의 행동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프러포즈를 하고 여자는 받아들였죠.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요. 식장까지 예약을 끝냈죠.
그러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사랑하는 그녀가요.
처음에는 정말 심장이 미친 듯이 뛸 것 같아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잖아요.
다행히 심정지 상황에서 돌아왔습니다. 일단 살아난 거죠.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냥 잠시 잠깐의 위기였을 거예요. 금방 정신을 차리고 깨어날 거라 믿죠.
그런데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는 거예요. 이상합니다.
각종 검사를 다 했어요. 그런데 원인도 모른대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정말 오랜 시간 기다렸고 꿈꿔왔던 많은 것들이. 함께 할 많은 시간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죠.
보통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까요.
부모님을 몰라도. 연인이었을 뿐인 사람이라면 말이에요.
여자의 부모님도 괜찮다고 했잖아요. 이만하면 됐다고.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은 것이죠.
가장 힘들었을 부모님이 그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기약 없는 기다림에 신이 응답을 준 걸까요.
정말 기적이란 말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를 시작하고 수술도 성공해요. 오랜 시간 기다림의 끝에 의식이 돌아왔죠.
그런데 마치 신생아 같아요. 움직임을 배우고 말을 배우고, 아이가 배우며 성장하듯이 마이도 다시 성장합니다. 그 끝에 쓰러지기 전의 모습을 찾았어요. 다만 마이는 기억이 없습니다. 부모님은 아닌데 그냥 함께 있는 사람. 그럼에도 다시 사랑에 빠지죠. 그렇게 8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둘은 결혼식을 했어요. 8년 전 예약했던 그 장소에서, 그때의 모습 그대로 세상에 보여줬습니다.
나카하라 히사시, 나카하라 마이.
이 둘의 이야기가. 5월의 끝자락에 장미를 바라보며 떠올랐어요.
그동안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사랑'이라 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하는...
진짜 '사랑'이란 어떤 고민도 없이 당연하게 선택하는 그런 걸까요.
어쩌면 저는 아직 '사랑'을 못 해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이런 '사랑'이 언제쯤 찾아올까요.
괜히 '사랑'하고 싶은 봄날, 5월에 찾아온 진짜 사랑 이야기에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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