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을 모은다는 것.
한정된 분야에서 모음으로 인해 전문가가 된다는 것.
남자들이라면 어릴 때부터 컬렉터의 기질을 타고나는지도 모르겠다.
신발을 말하기 앞서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면
참 다양한 종류를 모으고 버리길 반복하는 것 같다.
장난감에 푹 빠져살던 시절 장난감을 모으고 싶은 마음은 무척 컸으나 자력으로
또는 부모님의 손일 빌려서도 모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스스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놀이를 빙자한 삥 뜯기라고 할까...
팽이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참 많이 했다.
어디를 가든 그 시절 ~~치기라는 것은
일종의 내기이자 컬렉터의 첫걸음이랄까.
이기면 가지고, 지면 잃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였다.
동네 친구들과 모이면 어김없이 승부를 걸었던 기억.
돌아보니 금전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거두어들인 양이 정말 많았다.
동생과 함께 라면박스 하나 가득씩 가지고 있었으니, 누군가는 그 많은 것을 샀을 텐데.
학년이 올라가고 컴퓨터가 등장하고 온라인 게임이 탄생하면서부터는
무언가를 모으는 것보다는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것에 열중했다.
게임 시장이 여전히 큰 이유는 무언가를 모으고 싶은 그 욕망 때문을 아닐까.
대학에서는 겁도 없이 책에 도전했고.
어느 순간부터 읽어내는 것보다 사서 두는 게 많아지기까지 했으니...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우표를 사기 시작했고
책과 우표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언젠가는 미술 컬렉터가 되고 싶은 마음에
쥐꼬리보다도 박한 월급에서 몇 만 원씩 꼬박꼬박 아끼고는 있지만 그 바람은 언제쯤 이룰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희망일 뿐이다. 취미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모으는 행위는 인류 유전자에 박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본이란 녀석은 너무나 거대하고 가망이 없어 보이니 물질로 대체하게 되는 것일까.
무언가를 모으고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있는 이들이 있다.
그 대상이 신발, 그중에서도 '스니커'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스니커 헤드가 말하는 신발에 담긴 이야기 가득한 책을 만났다.
다른 곳에서는 '컬렉터'라는 말을 쓰는데 이상하게 스니커 세계에서는 '스니커 헤드'라는 말을 쓴다.
헤드헌터는 사람을 중개해주는 것인데...
스니커 헤드라는 말을 쓰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 스니커를 중개해주는 걸까?
스니커 헤드라는 말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알고 싶다.
국내 유명 스니커 헤드 10인이 뽑은 10개의 스니커.
각각의 신발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신발은 그냥 발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춘 물건으로 간혹 패션 아이템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그냥 발에만 맞고 편하면 그만인 물건으로 취급했는데 스니커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물건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꼬집어 말하진 못하지만, 그래 일종의 예술가의 광기가 보이는 것 같다.
이야기와 집착이 있기 때문에 예술의 경지로 승화된 걸까
책 속에 담긴 100 켤레의 운동화 그 시작인 마이클 조든의 이야기부터 어린 날 빠져 읽었던 슬램덩크까지. 그냥 별생각 없이 이뻐서 샀던 신발들도 스니커 헤드의 선택을 받은 신발이었다니 놀랐다.
가만 생각해 보면 평소 조금 특이하다 싶은 신발을 신고 다녔던 것 같다.
별생각 없이 막 신고 다니던 신발 몇 개가 특별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대학시절 서울에서 살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내게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 느닷없이 운동화를 팔 수 없냐고 했던 기억... 알고 보니 당시에도 구하기 힘들었고 지금도 희귀종으로 남아 무척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신발이었다니... 무언가에 푹 빠질 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 무언가에 매력을 느껴 푹 빠져벌린 것. 무엇이 되었든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스니커 헤드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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