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당기는데 나는 안 끌려 가려고 버티는 중이다.
두산은 삼성 라이온스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마지막 제물이 되었다. 1루 지정석에 앉아 캔 맥주를 3개 마시면서 내년부터는 신생구단, 엔씨 소프트를 응원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두산 베어스, 오비 베어스... 아련한 추억의 이름 오비 베어스. 대구 페놀 사건이 중학교 일학년 때 터졌는데 범인이 두산이라는 뉴스를 보고 얼마나 속상해 했었던가. 몇해 뒤 두산그룹 창립 백 주년 때는 내 생일인 양 기분이 좋아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이 어딘지 알아? 두산이야~, 두산은 오비 베어스의 모기업인데 중공업 중심의 두산그룹은 당시엔 그리 대중적인 이미지의 그룹은 아니었다.
물론, 두산그룹은 우리나라 대기업 답게 돈 될만한 이런 저런 사업을 많이 벌였었는데 두산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걸지는 않았었다. 예를들어 코카콜라도 몇년 전까지 두산에서 만들었고, 케이에프씨, 버거킹도 두산 외식사업부 였었다. 또 포스트 잇, 파카글라스도 두산이 들여왔고...
저런 사소한 것들은 오비 시절 팬북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인데 그땐 저런 사실들도 자랑스러워하곤 했었다.(왜 그랬을까..)
뚝심의 야구, 화수분 야구의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를 가차없이 버리기로 유명한 두산.(넥센에 비할바는 아니나...)
변변한 취미가 없었던(지금에 비하면) 중고생 시절 나의 안식처였던 야구장. 입장료 1500원에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먹는 야구장의 구구콘이 아련하다. 7회면 목이 쉬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나면 다시 목소리가 생생하게 나곤 했다. 이제는 캔맥주를 따서 마시고 구기고, 따서 마시고 구긴다. 응원 보다는 조용한 관전이 좋아 지정석을 찾는 것도 변화다.
내년 창단하는 엔씨 소프트의 엔씨 다이노스라는 팀.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젋은 감각의 프로야구 9구단. 기대된다. 이제 내가 응원하는 팀은 두산과 엔씨 이렇게 두 팀 ㅎㅎㅎ
(엔씨소프트에서 일하는 우가가 표나오면 준다는데...ㅋㅋㅋ 창원이 어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