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결혼을 할 때, 나도 남들 못지 않게(그렇게 생각된다) 이저런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사정에 맞게 생략 할 것은 생략하고 마음이 가는 부분은 조금 더 공들이기도 하면서 내 결혼식을 디자인 하던 그 때의 즐거움은 시간이 지나 떠올려 봐도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이 된다.
  
축가는 해병대 동기이자 훈련소 작꿍인 J의 몫이었다. 그건 아내를 만나기 전부터의 약속이었고 나는 그 친구의 축하를 꼭 받아야만 했기에 수소문 끝에 J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5년 만에 만난 훈련소 동기에게 지금의 아내를 소개했고 축가를 부탁했다. 친구는 우리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고 기쁘게 축가를 맡아주겠노라 대답했다.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기로 했었는데 엄마 친구들이 태형이 결혼 선물로 축가를 연습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54년생 권사님들의 비브라토 가득한 30년 성가대 내공의 축가라니, ㅋㅋ 당황스러웠지만 재미있겠다 싶었다. 깜작 이벤트로 딱이겠는 걸~
묻지도 않고 연습중이신 엄마 친구들. 내 친구들의 엄마들. 엄마 친구 자식중에 처음 결혼을 하는 내가 기특하고 이뻐서 서프라이즈 선물로 준비를 하신거란다. 엄마는 내게 권사님들의 축가를 식순에 넣어달라고 하셨고 나는 기쁘게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목사님께 주례를 부탁하면서 축가가 두 번 있을 예정임을, 하나는 교회 권사님들이 준비했고 또 하나는 성악을 전공한 친구가 준비했다고 말씀을 드렸다. 목사님은, 꼰대 대식이 목사님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나이 먹은 권사들이 무슨 축가를 하냐며 순서에서 빼라고 하셨다. 그리고 축가는 하나가 좋다고 하셨다.
망할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하지만, 바로 개길 순 없고 일단 "네... 목사님" 대답을 하고는 나는 식순에 두 개의 축가를 넣었다. 대식이 목사....님(젠장 장인어른 친구다ㅡ,.ㅡ)도 어쩔 수 없게끔.(어쩔거야~) 

결혼하는 날. 권사 취임식 날 맞춰입은 고운 한복을 다시들 꺼내 입으시고 교회에 모이신 권사님들은 자기 자식들 결혼처럼 기쁘게 축하를 해줬고 나는 권사님들의 축가가 기대되서 축가를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는데 입장 직전에 권사님이 축가를 안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일인즉슨, 결혼 당일 아침 식순을 확인하신 목사님이 권사님들 축가를 뺀 식순지를 다시 만들라고 교회사무실에 얘기했고, 권사님들을 불러 오늘 축가를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자기 말을 안들었다고 권사님들을 혼을 내셨다는 거다. (혼을 냈는지 훈계를 하셨는지는 분명치 않다.)  

내 결혼 최고의 이벤트는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나는 주례하는 목사님을 소심하게 쏘아보는 반항을 하는 수 밖에는 별다른 항의도 못했었다. 대부분의 권사님들은 옷을 갈아 있으셨지만 몇 분 권사님들은 분홍생 치마에 하얀 저고리를 입고 하객들 사이사이에 앉아 계셨다.

요즘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을 보면 자꾸 그때가 떠오른다. 너무 아쉽고, 안타깝고, 화가 난다. 대식이 목사.......이 영감탱이.  

시간이 지나면 속상했던 일도 추억이 되고 슬픔의 순간도 조금은 무뎌지게 마련인데 아쉬움은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듣지 못한 축가는 어떤 노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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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8-1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전 더 황당한..경우를. 군대 있을 때 데리고 있던 녀석과 연습을 하고..그 녀석은 제 결혼식에 맞추어 말년 휴가를 나와 하얀 양복을 입고 대기.. 주례 후에 아내에게, 그리고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은 후 이재훈의 "난 행복합니다"를 아내에게 불러 주려고 야심찬 계획을 했습니다. 물론 그때 앨범에서 뽑은 사진으로 만든 동영상도 띄우고요. 모든 것이 다 준비 완료. 드디어 주례식이 끝나고 축가를 하려던 찰나에 주례 목사님께서 축도하시고 결혼식을 끝내셨습니다. 식순을 꼼꼼이 점검해 보지 않으신 결과죠. 여하튼 지금도 두고두고 아내에게 한소리를 먹습니다.

차좋아 2011-08-11 12:13   좋아요 0 | URL
엥? 그런 실수를 하시다니.
아내분께서 한소리 하실만 합니다.ㅋㅋㅋ

노래를 잘하시는구나 부럽습니다. 저도 노래 잘했으면 하고 가끕 생각하곤 해요. 저 내년부터 성가대 할까 고민중 ㅎㅎ 노래가 하고 싶어서요(")

風流男兒 2011-08-1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내가 왜 혈압이.. ㅋㅋㅋ

차좋아 2011-08-17 12:15   좋아요 0 | URL
나 아직도 종종 그래. ㅋㅋ 혈압 상승,,,ㅋㅋㅋㅋㅋㅋㅋㅋ

동우 2011-08-15 0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식이 목사님. 맹꽁이 목사님. 꽉 막힌 목사님... (하하, 실례의 어휘는 아니랍니다)

54년생 권사님들, 향편님 결혼 당시에는 쉰도 안되셨을 젊디 젊은 여사님들의 꾀꼬리 같은 축가를.
내가 공연히 군시렁댑니다,허허



차좋아 2011-08-17 12:33   좋아요 0 | URL
직업적 종교인들이 집안에 몇 분 계셔서 그런지 제가 좀 무례한 면이 있어요.(마음의 문제인데 성직자를 존경하지 않아요.) 물론 보는데선 안 그럽니다. 엄마한테 혼나거든요 ㅎㅎㅎ
엄마는 본인 동생이 목사님이라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시고 누나인데도 여러 사람이 있을 때는 동생보고 목사님이라고 불러요.

사실 저 만큼이나 권사님들도 섭섭했을 텐데 아무도 목사님 흉보거나 내 놓고 이야기 하지 않더라고요. 이유불문 순종하는 모습 보며 참 대단하다, 생각했었습니다.

간혹 교회 다니는 가정이 아니라 절이나 무교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봤어요. 언젠가 아는 스님이랑 차 마시면서 놀고 있었는데 스님이 빨리 예불 보고 올게 기다려, 하고는 법당으로 갔어요. 혼자 조용한 방에서 차를 마시는데 스님이 독경 소리와 목탁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때 참 좋았어요. 예불 보는데 가보고 싶고 부처님(불상)도 보고 싶고... 저는 법당을 안 들어가봤거든요. 오라, 소리를 안하니까.. ㅋㅋ


2011-08-17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