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이라고 만만히 봤다. 동삼월?
12시에 만난 카메라 교실 친구들과 선생님. 일주일 만에 또 만난 사람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각자 가져 온 간식과 이야기 꾸러미를 풀렀다.
야외 수업은 한 시가 되자 시작. 선생님은 한 시간 동안 눈으로 고궁을 보고 오라는 과제를 내주며 "어울려 다니지 말고 혼자 다니도록 하세요." 라고 말했다.
추웠다. 하루 중에 제일 따뜻한 한 시와 두시 사이. 볕이 안 드는 그늘진 곳, 나무 숲 길은 패쓰~
간간이 지나가는 구름이 나를 괴롭혔다. 구름이 지나가고 해나 나면 나는 눈을 감고 해를 올려다 봤다. 찬바람에 언 얼굴에 햇살의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사진이고 뭐고 집에 가고 싶었다. 한 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었다. 자꾸만 시계를 봤다. 시간을 보기위해 주머니의 손은 꺼내야해서 손도 시려웠다. 집에 있는 따뜻한 옷 생각이 났다. 콧물을 닦아야 해서 손을 또 꺼냈다. 찬바람에 손가락 마디가 굽어서 오후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주먹을 쥐락펴락 입김도 불어보고 비벼도 봤지만 역시 주머니가 최고였다. 꺼내면 고생이다. 인 포켓.
그러면서도 볼 건 다 봤는데 수강료의 힘이지.
2시 10분 중간 집결, 4시 반까지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36 컷 사진 한 롤을 찍어야 한다.
자연물 10 컷
인공물 10컷
자연물과 인공물의 조합 16컷.
"시간이 많이 부족하실꺼에요. 부지런히 찍으시고 4시 반에 이 장소에서 다시 만납시다"
'안 부족할꺼 같은데..'
시간은 부족했다. 날은 더 추워졌지만 추운줄을 몰랐다. 추울 틈이 없었다. 자연물 열 컷을 찍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나무를 찍을라면 뒤에는 고궁이 있었다. 인공물도 마찬가지 나뭇가지에 걸려 원하는 모습의 고궁을 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부족해서 인공물과 자연물의 조화 사진에서는 마구 찍어대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이쁜 풍경을 담아보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고궁에서 종종종 뛰는사람들은 다 내 사진수업 친구들이었다. 마감 시간 10분을 남기고 나는 탑과 나무를 다섯 컷이나 찍었다. '탑을 좋아한다고 해야지...'
"많이 추운 날씨인데 추우셨나요?" 선생님은 그렇게 묻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셨다.
'춥기는요.. 땀이 날 지경인걸요~' 그러고 보니 정말 하나도 안 추웠다. 어! 항상 들리던 이명도 전혀 못 느꼈었다. 혼자 있을 때 그 소리로 부터 자유로운 건 처음이었다. 뭐 깨닫는 순간 다시 들리기 시작했지만...
사진이 잘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