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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책을 읽을 때 전작에 대한 기억, 제목과 표지을 보고 나름대로의 연상같은 것을 하게된다.
내게 있어 <깊은 강>은 그런 면으로 본다면 예외인 셈이다. 거듭 말하지만 <깊은 강>을 읽기 전에 나는 어떤 연상이나 추측도 못하고 책을 읽었다. 마치 낮선 벽안의 작가의 처녀작을 읽듯이...
언젠가 언급했었지만 나는 엔도 슈샤쿠의 또 다른 대표작 <침묵>을 여러 번 읽었다. 또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그의 수필집을 읽었었고 나는 그를 좋아한다,라고 단정짓기까지 하였으니 어떤 선입견이 생길 법한데도 말이다.
연상을 못했다,가 아무 생각이 없었다,라는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막연한 추상이 있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라는 정도의 느낌이 그것이다. 그 느낌은 직관이라 해도 좋겠다.
어쩌면 '깊은...' 이라는 단어에 천착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엔도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종교적 색채를 의식하거나 감지하지 못했었다. '....강'을 소재로 쓴 소설이라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내 눈길과 마음이 간 건 '깊은....'이라는 단어였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한 없이 깊은 무엇에 대해 쓰지 않았나 생각을 했었다. 그 이상 이하도 말고... 막연히 그렇게 느꼈었다.
갠지스 강이었다. 소설 속에는 인도의 갠지스 강이 나온다. 제목이 말하는 강이 갠지스 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갠지스 강이 중요한 듯 보였다. 여럿의 인물들이 나름대로의 사연과 상처를 안고 인도의 갠지스강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그곳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혹은 끝을 알수 없는 혼란과 마주하는 이야기였다.
의식하지 않았었지만(앞서 그렇게 말했지만) 엔도 슈샤쿠의 작품 답게 종교이야기였고 범신론적인 내용이었다.
위 말을 정리하자면 <침묵>을 쓴 엔도 슈샤쿠의 또 다른 대표작 <깊은 강>을 사전 정보 없이 읽었는데 읽고 보니 역시 종교적이고 내면의 깊은 강이든 실재의 강이든 제목에의 그 강이 있더라.'라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본래의 나라면 책을 읽기 전에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그런 생각이 진행되었어야 하는데 <깊은 강>을 읽을 때는 달랐다. 그 다름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이상하게 들리고 뜬금 없겠지만 나는 지금 그게 특별하게 남는다.
또 다른 마음 하나.
작가에 대한 신뢰랄까... 어떤 믿음이 있는걸까...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깊은 강>은 그렇게, 그런 마음(신뢰)으로 읽은 소설이다. 엔도 슈샤쿠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깊은 것인지, 아니면 그 때 우연히 그런 독서를 했는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나는 전자의 의미로 해석한다.
소설은 읽어 나가기는 어렵지 않았다. <침묵>처럼 술술 읽혔고 여러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는 단편 소설을 읽는 듯 지루하지 않았었다.
이소베, 미쓰코, 누마다, 기구치, 오쓰 이들의 이야기가 차례로 소개 되었고 그 사연들은 하나 하나의 지류가 되어 갠지스라는 큰 강으로 모여든다. 어떤 사연이 그들을 인도의 잿빛 강가로 내몰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 기억을 잡고 있는게 무의미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아무 것도 정의할 수 없다. 독후도 언감생심이다. 읽기 전과 읽은 후의 감정 이야기도 독후라 할 수 있다면 다만 그것만 말할 수 있다.
정정해야겠다.깊은 강은 어려운 소설이었다. 막연한 추상. 나이 직관이 틀림없었다. 강을 이야기하는 것도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깊을 뿐이었다. 지금에서의 내 느낌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