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7이 무어냐 하면 서울발 부산행 야간기차의 이름이다. 나는 무궁화호 1227호를 타고 지금 부산에 도착해 피씨방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따듯한 남쪽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건 '따뜻하다' 였으나, 목도리를 잊어버리고 온 걸 깨닫는 순간 추워지기 시작했다. 스님은 여섯시에 만나기로 했고 나는 춥고 배고프고...해서 밥을 먹으면 되겠구나, 생각을 하고 부산역 근처 밥집을 찾았는데 찾는 밥집은 안보이고 유흥가의 삐끼 할머니가 쫓아온다.
은밀한 목소리.
러시아 아가씨랑 놀고가~, 싫어요~ ,솰라솰라~~~, 싫어요......., 그러지 말고~~,싫어요.
한 블럭을 내 팔을 잡고 늘어지던 할머니 대뜸 소리를 지르신다.
"그럼 뭐할라꼬!"
"밥 먹게요!!"
"..........골목으로 가봐라, 밥 먹고 오래이."
"네, 고맙습니다."  

그렇게 찾은 돼지국밥이었지만 발길을 돌렸다. 할머니 마주치면 안되니까 돌아서.. 다시 부산역 앞. 햄버거같은 거는 먹기 싫고 국밥은 냄새나고... 그래서 피씨방에 있는 지금.

스님네 가면서 고깃내 풍길 수는 없지.... 

목도리는 없지만 비상으로 챙겨 온 핫팩을 하나 뜯어 열렬히 흔들며 피씨방으로 걸어오는데 점점 빈약해 지는가 싶더니 결국 껍데기만 남아버린 핫팩. 너무 흔들었어.... 

기차에서 잘 잤더니 기분은 좋다.^^ 어젯 밤 22시 50분에 출발한 기차에서 채만식의 단편 <레드메이드 인생>을 읽고는 내리 다섯 시간을 꼼작 않고 자리에 있었다.
레드메이드 인생은 지금도 유효한 거 아닌가? 만들어진 인생. 나에 의해 계획되고 선택하는 삶을 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 일제시대의 지식인의 비애를 다룬 소설이지만 읽을 때마다 작금의 상황이 떠올려지는 이야기다.   

시간 됐다아~~~ 이제 나가야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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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8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1-0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산가셨군요.
음,음,음...전 부산 남포동 양파 간장에 찍어먹는 순대 먹고 싶어요~^^

차좋아님, 그러고보니 맘 먹으면 하고 마시는군여~

차좋아 2011-01-09 21:09   좋아요 0 | URL
저 남포동도 갔었어요^^ 순대는 못 먹었지만요 ㅎㅎㅎ

부산가기 정도야 뭐~~^^ 우리나라는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잖아요.(오랫만에 써보는 말이네요ㅋㅋㅋ)
맘 먹으면 하기는 하는데 맘을 잘 안 먹어요 ㅎㅎㅎ 그냥 대충대충 살살 사는게 좋아하거든요. 게으르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