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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인문학 산책 - EBS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이택광 지음 / 난장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영단어 인문학 산책
재미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어려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렵지 않습니다.

영단어로 인문학을 어떻게 산책하나 했더니, 영단어 문을 열고 나가 역사, 문학, 철학, 미술, 대중음악, 연극, 영화, 사회, 신화, 산업, 건축, 인물 등등 별의별 골목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영단어 문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산책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주워듣느라고 숨가쁜 산책이기도 하고 새로운 걸 보느라고 즐거운 산책이기도 합니다.


내가 동경하는 travel 문을 열고 나가면, tour와 journey와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tour 처음엔 이 말이 작업을 하는 선반이었고 일을 하다 교대하는 것을 나타내다가 여러 곳을 둘러보는 관광이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journey 고대에는 하루라는 말이었는데 하루 동안 이루어지는 노동이나 여행을 의미하게 되었구요. travel이 내가 동경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여행이 아니었다니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travel이 원래 고행을 뜻했다고 하고, 중세의 고문도구 trepalium 이 말이 어원이라고 하고, travelator는 travel의 고통을 덜기 위해 상상해낸 에스컬레이터(사람은 가만히 서 있고 길이 움직이는 거죠^^)라고도 합니다. 여기에서 travel의 산책은 그치지 않고 웰스의 “우주전쟁” SF소설, 애니메이션 “아톰” “퓨처라마”를 거쳐서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그림 “세속적 쾌락의 정원”과 영화 “트와일라잇”까지 구경하게 합니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는 것이 두려움과 공포였던 것이 오늘날의 내가 느끼는 것처럼 일상을 떠나 즐기는 동경으로 바뀐 것은 낭만주의자들 덕분이라고 하니,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소설을 한번 읽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생기고... 아무튼 travel에 대한 산책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는 집 떠나면 고생, 이라는 우리네 말도 살짝 떠올랐습니다.


선생님, 문화가 뭐에요?  밥 먹는 것도 문화, 똥 누는 것도 문화, 너희들이 욕하는 것도 문화다. (엉터리...-,.-)

초등학교 선생님이 문화는 사람 살아가는 모든 거라고 정말 쉽게 설명해주셨는데 그때는 설마 그까짓것들이 문화일까 하고 선생님이 농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난 초등학교 에피소드입니다. 좀더 거창하게 말씀해 주셨다면 믿었겠지요, 밥 먹을 때 쓰는 chopstick도 문화, 하이힐이나 실크햇도 litter 때문에 만들어진 문화, 바보의 대명사 dumb and dumber도 문화... 아무튼 재미없고 어려울 것 같았던 이 책은 사람들의 말 속에 사람들이 살아온 별의별 이야기가 다 담겨 있다는 걸 보여준 재미있고 쉬운- 화장실에 꽂아놓고 봐도 좋을 만한- 책입니다. 지은이 이택광 님이 에필로그에서 "철든 뒤에 내가 가진 꿈은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쓰는 작가였다"라고 했는데 이 책이 딱 그 꿈을 이뤄준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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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7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8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30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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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1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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