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엄다야(제 딸입니다)는 책을 가지고 노는것을 좋아합니다. 아직 글을 모르는 다야는 딱딱한 동화책으로 집을 짓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오빠를 부르곤 합니다. 꼬마 책장 앞에서 책을 읽던 여섯 살 엄다산은 책 읽기를 멈추고 다야네 집으로 놀러갑니다. 다산이도 다야네 집 옆에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동생보다 더 크고, 더 튼튼하게 지으려고 부지런히 책을 나르지요. 아이들에게 책은 이야기의 샘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건축 자재이기도 한가 봅니다. 다산이가 다야의 집을 후~후~ 불기 시작합니다. 후~후~ 불며 손으로 집을 망가트리는 다산이는 지금 늑대인가 보네요. 다야는 영문을 몰라 울지만 다산이는 더 거센 바람으로 다야의 집을 날려버립니다.(물론 손으로 반칙을...) 자기가 아기돼지인지 모르는 다야는 오빠의 집을 마구 부수기 시작합니다. 결국 치고 받고 꼬집고 구경하던 아빠는 그제야 말리지만 야무진 아기돼지의 공격을 받은 꼬마 늑대는 얼굴을 두어 곳 꼬집혀 울고 있습니다. 책으로 집 짓고 나뭇잎과 잔꽃으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아이들이 생각나네요. 놀이 만들기에 천재인 우리 아이들도 경찰차로는 경찰놀이 밖에 못하고 장난감 총으로는 권총놀이 밖에 못합니다. 월드컵 열기가 대단합니다. 오랜만의 놀 꺼리에 너도 나도 즐겁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 축구 이야기를 하며 어제 본 축구를 꺼리 삼아 또 놉니다. 어제는 김연아의 경기를 보며 놀았고 또 어제는 무한도전 1박 2일 ... 세상엔 즐거운 일이 이렇게 많이 벌어져 있습니다. 술도 맘껏 마실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세상 어디로든 여행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리 심심한 걸까요...... 벌써 월드컵이 끝나면 심심해서 어쩌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퇴근하면 뭐할까?' '주말엔 누굴 만나지...' '여름 휴가 땐 어딜가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노는 법을 잊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즐거움의 발견 플레이>를 보곤 노는 법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부러워졌습니다. 저자는 놀기를 멈추면 발달도 멈춘다고 합니다. 놀기를 멈추지 말아야 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미 노는 법을 잊어버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슬퍼지네요. 아직 더 성장하고 싶고 세상을 더 알아가고 싶은데 말입니다. 아이들처럼 즐거움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