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대륙 인디언을 생각해 본다. 서부 개척시대 미국의 영웅 '키트 카슨'의 생을 중심으로 나바호 인디언을 비롯한 여러 인디언 부족의 구전기록과 , 미국의 전투기록, 당시 인물들의 개인서신을 바탕한 장황한 이야기. 승리의 전리품으로 인디언 여자와 아이들을 포로로 파는 백인과 뉴 멕시코인, 피의 보복을 하고 백인의 머릿가죽을 벗겨가는 인디언 전사들...... 놀라우면서도 잔인한 피와 천둥의 이야기는 결국 적자 생존이라는 냉엄한 동물의 왕국이었다. 텍사스 광야 수천만 마리의 버팔로 떼와 함께 선조들의 땅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디언들에게 한 세기 동안 일어난 불행에 대해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고 있고 백인의 후손들은 무엇을 기억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른다거나 선조의 만행을 폭로하고 반성하자는 양심고백류의 책이 아니다. 사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키트 카슨'이라는 인디언의 영혼을 지닌 백인 정복자의 일생을 축으로 그의 주변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싸구려 동정이나 승자의 자기합리와 따위는 없다. 그래서 읽을 가치가 있었고 또 그래서 읽기가 싫었다. 도도새를 기억하는가? 도도새는 16세기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에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선원들에게 처음 발견되었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고 몸무게가 25킬로그램에 달해 날지 못했던 이 새를 가리켜 선원들은 포르투갈 말로 '바보'를 뜻하는 '도도(dodo)'라 부르며 마구 잡아먹었다. 게다가 섬에 사람들이 정착해 산림을 파괴하고 가축을 기르면서 도도새의 서식지와 먹이가 줄어들고 쥐가 질병을 퍼뜨려, 이 새는 1663년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나바호의 인디언들은 도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치열하게 싸웠고 피의 복수를 했다. 항복을 한 순간 그들은 도도가 되었고 도도새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선의를 가진 백인 정복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도도들에게 글과 기독교 신앙을 가르쳐 사람답게 살게 해주려 했으나 자유를 잃어버린 아메리카 대륙의 옛주인들은 이미 도도가 되어버린 듯 새로운 법과 질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만다. 인디언들은 그렇게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라졌고 지금은 정복자의 후손에 의해서 또 어느 적자생존에 성공한 어느 사람들에게 전해질 뿐이다. 보호구역에 살게 된 메스칼레도 부족 추장 카데테가 존 크레모니 미군 대위에게 한 말이다. "우리 생각을 말씀드리지요. 당신들은 어릴 때부터 열심히 일합니다. 어른이 되면 큰 집도 짓고 큰 마을도 세우고 그런 큰 일을 하지요. 그러고 이 모든 걸 이루고 난 다음에 그대로 남겨두고 죽습니다. 우리는 그런 걸 노예살이라고 봅니다. 옹알이를 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노예 신세인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바람처럼 자유롭습니다. 멕시코인들이나 다른 이들이 우리를 대신해 일하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지 않고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을 거요. 고작해야 당신네들처럼 되는 법밖에는배우지 못할 테니."p598 인디언들은 스스로 도도가 되어서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