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딸콤플렉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착한 딸 콤플렉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가보다. 착해빠져 희생만 하는 거위 치는 공주 같은 사람들과 그런 사람을 이용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대는 왕비나 시녀 같은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면 거위 치던 사람들은 내가 너무 못났구나 좀더 나를 사랑해야 되겠구나 못된년(놈)이 되고 싶다... 등등의 감상문을 쓸 것이고, 거위 치는 사람을 이용해먹던 사람들은 난 너무 잘 살고 있었구나 그런데 내가 그렇게 배려심이 없었나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될까... 등등의 감상문을 쓸 것이다.
 

옛날에 늙은 왕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왕비는 오래전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예쁜 딸이 있었지요. 공주가 자라자 왕비는 공주를 들판 저 너머에 사는 왕자와 결혼시키기로 약속했습니다. 결혼식 날이 다가와 딸을 낯선 나라로 보내야 할 때가 되자 왕비는 아주 귀한 가재도구와 패물들을 싸주었습니다. 왕비는 시녀도 하나 딸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공주와 시녀에게 말 한 마리씩을 주었습니다. 공주의 말은 이름이 팔라다였는데 말을 할 줄 알았습니다.(“거위 치는 소녀” 시작 부분)

남편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엄마는 딸을 부족함 없이 키워내며 딸을 남편대용물로 만든다. 딸을 독립시켜야 하는데 딸의 사랑까지 받을 수 없게 되는 그 허전함을 어찌할까... 결혼하는 딸을 따라가고 싶지만, 자신의 피를 떨어뜨린 헝겊을 엄마의 분신인 양 딸에게 준다. 결혼한 딸이 어려움에 빠지면 엄마 밑에 있을 때처럼 언제라도 도와주려고 말이다. 엄마의 분신, 말하는 말, 시녀, 패물... 엄마를 떠나도 엄마 밑에 있는 것처럼 살 수 있게 해주는 정말 완벽한 혼수다. 독립이 과연 이루어질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서두에 재미있는 동화가 나오는데, 본문은 그 동화를 분석하면서 끔찍하고 적나라한 의존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여(글쓴이가 심리학자라서 그런가, 의존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질타하는 것도 아니고 동정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 더욱 끔찍하고 적나라하다), 주변 친구들에게 재미있어 읽어봐 라고 가볍게 말할 수 없게 만든다. 읽고 나면 나 자신을 내 옆의 파트너를 내 부모를 내 자식을 유심히 쳐다보게 될 것이다. 과연 나는 독립했는가, 내 부모는 나를 독립적으로 키우려고 했는가, 내 자식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가, 내 파트너는 어떤 사람인가. 책 읽는 내내 이런 고민들이 얽히고 섥혀 머릿속이 난리가 났었다.

책의 원제는 “의존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란다. (역시 책도 상품인지라 원제보다는 “착한 딸 콤플렉스”라는 제목이 더 눈에 띠고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제목 바꾸기 성공 짝짝짝) 엄마와 아빠의 큰 사랑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착한 딸, 착한 아들로 자라난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와 아빠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자신의 자식들을 또다시 그렇게 키워낸다. 의존의 삶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의존의 역사가 깊고 깊어 “지금” “여기에 있는” 바로 “나”가 의존의 고리를 끊어버리기가 엄청나게 힘들다고 글쓴이 하인즈 피터 로어는 말한다(내 마음엔 위협으로 다가왔다, 헉! 그러나, 위협이 아니라, 쉽게 독립할 수 없으니 절망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라고 격려하는 말이었다, 정말!). 독립은 자유가 보장되지만 그만큼 고통이 따르고, 의존은 구속되어 있지만 그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이 그랬다지, 사람들이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고.

아무튼 글쓴이는 의존적인 사람들에게 그 달콤한 구속의 고리를 끊어버려야 한다고 외치고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밀고 있다. 그가 내미는 손에는 독서치료의 일환으로 “그림 형제”의 “거위 치는 소녀” 이야기가 들려 있다. 여느 글들보다 특히 이야기(동화, 소설)에는 인류의 오래된 상징이 담겨 있어서 이야기를 탐색하다 보면 삶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각성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다음과 같은 처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고(홍보 같다, 그러면... 다른 심리치료 책도 좋다고 해야지.) 자기치유를 시작해야 한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꾸 내 탓인 것만 같다, 도와달라는 친구에게 도저히 거절을 못하겠다, 거절하고 싶은데 원망을 들을까봐 걱정이 된다, 저 사람과는 생각이 다른데 말주변이 없어 말을 꺼낼 수도 없다... 등등.

아참, 거위 치는 공주 같은 사람들만 치유가 필요한 게 아니라, 거위 치는 공주 같은 사람들을 악용해 먹는 시녀 같은 사람들도 저 깊숙이 나르시즘이 도사리고 있어 역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말씀!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 의의로 많을 거라는 음흉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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