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술자리를 만든 건 기대했던 블라에 꺼리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조르바로 인해 왠지 자유로워진 이 기분을 그냥 흘려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네 친구들. 같은 초등학교를 나와서 같은 중학교를 가고 나 빼곤 다 같은 고등학교까지 간 묵은 친구들인데 일요일 저녁 호출에 하나, 둘 슬금슬금 기어나온 종식,재홍,용렬. 

용렬의 퇴사 소식은 즐거우려했던 술자리를 급 냉랭하게 만들었고 종식은 결혼을 앞두고 스트레스에 나름의 고충을 털어 놓는다.
재홍은 중소기업 사장인데 CEO 답게 용렬의 무모한 사표제출에 "조금 더 참았어야 했다."는 말로 시작하는 교훈성 위로를 위로랍시고 한다.(아~ 물론 바로 욕 쳐먹었다)

맥주 소주 농도를 화학실험하듯 이래보도 저래보고 실패를 거듭하다 먼저 취해버린 나는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해 신이났다.(헤헤~~) 실패한 폭탄주를 혼자 다 마시고 먼저 자리를 일어나 아가들이 보고 싶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택시에서, '종식이 결혼식 사회를 어떻게 봐야 재밌을까?' 생각하다가 답답했던 아까의 분위기가 다시 생각했다.

세 놈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니가 제일 부럽다." 였는데, 사실 잘 모르겠고 난 니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건 사실이었기에 가만이 수긍을 했었다. 그리고 '부럽다.'라는 말이 진심 같지도 않았고..  
결혼할 기약이 없다는 용렬은 퇴직까지 했으니 좌절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 나의 안정이 부럽다하고 한다. 이제 결혼하는 종식은 나의 빠른 속도가(애 둘), 그리고 사장 재홍은 나의 여유로운(?) 삶이 부럽단다(부러워 말고 너도 차마시고 태권도 다니면 될거아니야~  골프치는 자식이...)
사실이기는 한데  (결혼 잘 했고 애들 잘 크고 시간 많아 여유있고..)
엄살 배틀은 남자친구들 술자리의 특징이기도 한데 조르바를 읽고 있는 오늘은 배틀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어 '맞아','그래' 하며 여유를 부렸다.
피곤해서 금방 잠에 들었지만 자리에 누워 생각해보니 "......산다는 게 곧 말썽이오."라던 조르바의 말이 생각났다. 

오늘 화나는 건 결국 맛있는 폭탄주를 한 잔도 못 마셨다는 거였다. 럼주럼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09-10-1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남녀가 크게 다르지 않는군요..
저희도 만나면 그래요 --;;

차좋아 2009-10-19 15:5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렇겠죠?^^
하지만 남자는 유난해요!라고 우기고 싶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