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에 일렁이는 작은 촛불.
급하게 만든 분향소 초상 앞 불꽃을 바라보며 눈을 감아보지만 세상 혼란에 화만 날 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내 기도가 죽은 그 분에게 하는 말인지, 살아계신 하나님에게 하는 기도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결국 아무말도 뇌이지 못한채 눈을 뜨고는 그 분을 바라본다.
신문에서 오린 초상과 촛불말고 아무것도 올려 있지 않은 텅 빈 테이블을 보니
차를 한 잔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포트에 물을 올리고, 잠깐 어떤 차를 드릴까 고민을 했다.
일본차인게 걸렸지만, 초라한 스케치 영정 앞에 놓으면 좀 그럴듯 해 보일까 싶어 요즘 즐겨 먹는 말차를 준비한다.
카푸치노처럼 풍성한 거품이 먹음직스럽게 개어진 말차를 초상 앞에 놓았다.
지방에 간 카페형의 부탁으로 가게를 봐 주러 왔는데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카페엔 필형의 후배분이 먼저 와 있었다. 카페 한 켠에 나만의 분향소를 차리는 동안 아무 말 없이 힐긋거리는 후배분에게 "같이 기도할래요?"하고 물었다.
"노무현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난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이런 모습은 보기 좋네요."하시며 내 옆으로 온다. "그냥요. 제가 외로워서요...향 대신 초 하나식 켤까요?..이제 같이 기도해요"
쭈뼜거리긴 했지만 흔쾌히 내 옆에 서 주는 필형 후배분의 따듯함에 내 안에 가득했던 외로움이 지워지는 듯 했다.
꺼풀에 가려 컴컴해진 세상에서 나는 노무현님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본다.
'당신의 갑작스런 죽음에 많이 힘들었어요. 근데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제 마음의 위로가 되는 걸보니 당신에게 미안함 마음이 듭니다. 노무현님 저는 지금 너무 따듯하네요. 그리는 사람을 추모할 수 있어서요. 그리고 좋은사람과 함께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요. (좀 더 나은)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신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을 위로하려 했는데 이 순간 제가 위로를 받고 있네요... 안녕히가세요^^ 저는 옆에 분이랑 차 한잔 할게요.'
한참 만에 눈을 떠 고개를 드니 필형 후배분도 그제야 성호를 긋고 기도를 마친다.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내 움직임에 함께 기도를 마쳐주는 고마운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우리도 차 한 잔 할까요? 제가 만든 차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