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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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은 후 이렇게 흥분이 되고 이야기가 끝이 났다는점에 아쉬움을 참 오랜만에 느낀 것 같다.

정말 책을 펼친 순간 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오로지 책에만 몰두해 앉은자리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단숨에 읽었을 만큼 강한 흡입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약간의 썩소(?)를 짓고 있는 오드아이의 소녀의 사진과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자아내는 "궁극의 아이"를 읽을 독자에게 아무데서나 책을 펼치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엇ㅂ을테니 말이다.

 

10년 전에 자살한 한국인 신가야가 죽기 전에 보낸 편지를 받고 찾아온 FBI 요원 사이먼이 과잉 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엘리스와 그녀의 딸 미셸 앞에 어느날 나타나게 된다. 편지에는 앞으로 벌어질 연쇄 살인을 예언하고 있고, 그 예언과 관련한 사건들의 모든 실마리는 엘리스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다. 소름끼치게 맞물리는 편지 내용과 사건들,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궁극의 아이' 의 실체까지..

 

"당신이 찾는 그 아이는 미래를 기억하는 아이예요."

"미래를 기억한다?"

"평생 자신한테 일어날 모든 일을 기억해요."

 

한치 앞도 모르는게 사람일이라고 한다는데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신가야처럼 권력에 의해 희생되어야 하는 처지라면 불행이겠지만, 10년 후 일어날 일을 예측해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는 행운이 아닐까..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미리 알면 너무 재미없는 인생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책 내용만을 봤을 때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긴장감을 주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웠다. 하지만 작가의 전작 "건축무한육각면체의 비밀"이라는 책을 아는 이들이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직 책으로는 보지 못했고, 영화를 볼 당시에도 아직 어렸던 터라 그리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기회에 장용민이라는 작가가 나의 뇌리에 깊게 박혀 다시 전작과 영화를 챙겨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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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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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경제 붕괴가 겁나서 못 덤빌걸. 시민들? 부유층은 돈 많아서 관심없고, 중산층은 돈 버느라 관심 없고, 빈곤층은 먹고 살기 바빠서 관심 없어. 연령별로 보자구. 애들은 연예인에게 빠져서 관심 없고, 삼사십대는 오로지 돈타령이야. 나이 든 층에서나 빽빽 소리를 지르겠지, 뭐

조선의 국모..일본자객에 의해 살해되고 난자 시해된 것으로도 모자라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불태워버리기 까지 한 비운의 황비 명성황후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지 100년이 지난 어느날 일본의 황태자비가 납치되었다. 실오라기 같은 증거하나 남기지 않고 치밀하고 계획적인 납치범들에 의해서..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조건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에서 왜 황후의 시신이 불태워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비밀 문서가 존재하며 그 문서를 공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황태자비를 구하기는 해야했지만 자신들이 은폐하고 왜곡하고자 하는 역사 문제와 맞물려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역사 소설하면 김진명~!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수백만의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책도 무한 집중력을 보이며 감정이입까지 해가면서 단숨에 읽어나갔던 것 같다. 물론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책을 집필 한 것은 맞지만, 소설의 말미엔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가한 범죄에 대한 약간의 사과를 한다고 쓰여는데 정말 소망같은 일이고, 소설인만큼 사실과 구별해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일본의 잔인하고 비도덕적임 그리고 비윤리성을 말하고 있고, 또한 냄비와도 같은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냄비, 한국인들은 모두 냄비야. 전국이 미친 듯이 떠들썩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싹 잊어버리고 마는 놈들이란 말이야. 지난 백년 간 단 한 번이라도 그놈들이 화끈하게 덤벼오는 것 봤어? 조금만 있어 봐. 어느 놈이 역사 교과서 운운하겠어. 냄비, 그놈들은 냄비야. 부화뇌동해서 들끓다가는 이내 식어버리는 밸도 없는 놈들이라구.

 

 

정말 책을 읽는 내내 격분하고 화가 났다. 나라를 잃은 것도 서러운데 그 나라를, 그리고 왕을 지켜야 할 이들이 모두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무기를 집어던지고 도망가 버리고.. 물론 내가 그 입장의 사람이었더라도 선뜻 선봉에 서서 외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힘이 없는.. 나라를 잃은 슬픈 백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앞으로도 쭉 우리 민족의 뿌리를 흔들려는 세력들이 미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럴때마다 단지 격분만하고, 울분만 토해내서는 안된다. 누구보다 내 나라의 역사를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이 나라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프로그램에서 명성황후의 사진에 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었다. 1997년도 까지 국사책에 황후의 사진이라고 실렸던 것이 황후가 아닌 궁녀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 이후부터 사진을 삭제하고 아직까지도 정확한 황후의 사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는 누군가가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고 만다. 절대 우리는 이 얼룩진 치욕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역시...일본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감정부터 먼저 치고 올라오는 걸 봐선 나역시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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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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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고릴라다." -98p

 

 

"꿈과 환상의 나라 세렝게티. 야생이 살아 숨 쉬는 세렝게티. 복해요, 세렝게티. 즐거워요, 세렝게티. 우리는 언제나 세렝게티."라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에 단순하게 반복되는 로고송으로 동물원의 개장이 시작된다. 이 세렝게티 동물원은 다른 동물원과 차별화된 동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개 동물원의 동물들이 항상 무기력해보이게 널부러져있거나 딴청을 피우고 있다면 이 세렝게티에는 관람객들이 원할때 알아서 가슴을 치며 울부짖고,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기어오르는 마운틴고릴라, 자동차 타이어 펑크소리 처럼 '뻥'소리를 내며 공을 터뜨리는 반달가슴곰, 기둥에 뿔을 들이받는 아프라카코뿔소 등등 아주 생산적이며 활동적인 동물들이 관람객들의 요구를 적절하게 만족시켜주고 있는 곳이다.

 

 

주인공 김영수는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리해고를 당하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리고, 인형 눈알을 붙이며 본드를 불고, 종이학과 공룡알을 접는 일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그러다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의 소개로 '세렝게티 동물원'에 직원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직원이 아니다. 사실 이 굿바이 동물원은 생계유지를 위해 동물원에 들어가 가짜 동물 행세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요즘 힘든 취업난을 현실적으로 표현해주고 풍자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서 동물탈을 쓰고 마치 자신이 동물인냥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로 한끼 식사를 해결하고, 진짜 양인것 처럼 풀을 뜯어 먹는 말도 안되는..

 

 

솔직히 어떻게 보면 다소 황당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생계유지..밥벌잉를 하기위해서는 동물이 될 수 도 있는 현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어서 더 가슴아프게 받아들였던 것 같고, 읽다가 보면 어딘가 나도 모르게 짠해지는 그런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슬픈이면을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있어 한편으로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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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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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코 알지 못했다. 읽는다는 것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한 줄의 문장을,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인간을, 혹은 그의 세계를 읽는 행위하는 것을."  169p.

 

"가장 중요한 건 첫 문장이에요. 첫 문장을 제대로 쓰면 마지막 문장까지 쓸 수 있어요." 267p.

 

윤동주.. 그는 암울한 시대에 독립투쟁으로 장렬하게  저항한 투사도 아니고, 당대에 이름을 떨칠 정도로 유명했던 시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그의 작품들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에 강압에 고통받고 억압받던 조국의 아픈 현실을 시라는 문학으로 노래하고 있다. 윤동주는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 속에서 만났지만, 배워서 알기에는 그 시대상이라든지 그가 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뿌리깊은 나무' , '바람의 화원'으로 한국형 팩션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이정명 작가의 신작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짧은 생애를 살다간 윤동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들과 시대상을 이야기하고 있어, 팩션이기는 하지만 배워서 알던 윤동주 보다,그의 삶과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

 

청년의 시는 조선어였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스기야마는 일본인이었지만 청년의 시를 읽으며 가슴이 떨렸다. 부끄러웠고, 죄책감이 들었고, 떠나온 고향이 생각났고, 오래전 여인이 떠올랐다. 동주의 시는 이미 언어를 초월한 언어였다.   272p.

 

<별을 스치는 바람>은 태평양 전쟁의 종반 1994년 겨울,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죄수들 사이에서 악마라 불리우던 간수 스기야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의 죽음에 유일한 단서는 주머니에서 발견된 수수께끼와 같은 시 한편. 스기야마의 살해범으로 지목된 최치수를 조사하고 범인들을 추적하고, 또다른 용의자인 죄수 645번, 바로 윤동주를 조사하면서 잔인하고 폭력적인 형무소에서 악마 같았던 간수 스기야마의 실체를 알게되고, 죄수들의 탈출기도와 형무소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들이 드러나게 된다. 

 

"스기야마가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낸 건 연이 아니라 시였어요."

"동주가 일본어로 시를 읊으면 그는 밤새 만든 연의 뒷면에다 그 시를 적었어요. 동주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연을 날렸고, 소녀와 연싸움을 벌였죠. 질 수밖에 없었고, 지기 위한 싸움이었지만 그만 한 가치가 있었죠. 연이 형무소 밖으로 떨어지면 동주의 시는 감옥을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2권 130p.

 

책을 읽는 내내 작가 이정명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는데, 윤동주의 많은 시들을 책의 구석구석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시들이 적재적소에 자리잡고 있어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는 점이다. 배워서 느끼고 알기에 윤동주의 작품들은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팩션이기는 하지만 그가 처한 현실, 우리 조국이 겪어야만 했던 억압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그 시대를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수업시간에 배우던 시의 느낌과 달리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처한 현실때문에 윤동주의 작품들이 탄생되었고, 그게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암울했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문학의 아주 중요한 이를 잃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가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이곳으로 데리고 와 그 글자들을 읽게 할 거라고. 그가 기억하지 못해도 말해 줄 거라고. 그가 시인이었고 시인이며 영원히 시인일 것임을. 그리고 내가 그의 영혼을 나누어 가졌으며 잊어벌니 그의 시를 기억하고 있음을. 그러면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될까? 자신이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사랑한 순결한 시인이었음을. 2권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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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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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나예요?"

 

 주택가에서 한 젊은 여성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납치 현장을 목격한 자에 의해 어렵게 수사는 진행되지만, 주변에서 가족이나 친구의 납치 사실을 신고하는 전화가 없었기에 일주일이 지나도록 납치된 여성의 신원 조차 알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다. 사건의 담당자인 반장 카미유 베르호벤의 기지로 용의자가 밝혀지지만 그 역시 별효과없이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납치된 여성의 신원도, 현재 생사여부도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느다없이 납치된 여성 알렉스는 알몸으로 새장에 갇혀 근근히 버티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무기력한 상황에서 어렵사리 사건 현장에서 탈출하게 된다. 사라진 여성을 찾는 이 하나 없는 상황에서 이 미스터리한 여성을 쫓던 중 끔찍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고 카미유는 직감적으로 여자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삶은 사람들이 믿는 것만큼 그렇게 두툼하지 않다. 그래도 이 삶은 자신의 몫이다."   -256p.

 

책의 처음을 읽을 때 계속해서 '어째서 그녀는 납치되어야 했을까?' '왜 납치된 그녀를 찾는이는 아무도 없었던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이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납치되고, 새장에 갇혀 무기력하게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만 해도 주인공인 알렉스는 피해자였다.  그녀의 신원을 밝히고 그녀의 생사를 궁금해하다 마주하게 되면서 사건은 피해자 알렉스에서 가해자 알렉스로, 찾아야 하는 그녀가 아닌 잡아야 하는 그녀로 바뀌게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 책을 읽으면서 '법'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법이란 약자를 구제하고,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했지만, 현실 속의 법이란 유식한 자, 부유한 자 그리고 힘있는 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적용될 때가 많이 있기에 진정 법이 정의로운가 하는 의문이 들때도 있다.

 

상당한 분량에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스릴러적인 면이 많았고, 조금은 자극적인 면도 없지 않았지만, 작가의 탁월한 감각으로 알렉스의 심리를 아주 잘 묘사했었고, 특유의 통찰력과  뛰어난 감각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개성강한 형사반장 카미유의 매력에도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유럽 사회파 스릴러의 대가라 불리우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 '알렉스'는 다소 무거우면서 슬프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런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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