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이너스 2야 -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1
전앤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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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 너희들은 어디 있니?

엄마 카드를 몰래 사용한 댓가로 백만 원이 넘는 빚을 갚기 위해 부모님의 중국집에서 아침마다 양파 까기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주는 마지막 빚 청산을 끝내고 등교를 하다 우연히 같은 반 아이의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어제까지 한 교실에 있던 친구의 죽음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를 답답함에 미주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며칠 째 가위에 눌리며 잠 못 이루던 어느날 밤, 미주의 눈앞에 죽었다던 세아가 나타나고 기억에도 없는 빌려간 오백원을 내놓으라는 세아의 말에 당황스럽기만 한다. 큰돈도 아닌, 푼돈 오백원 이라니.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미주에게 세아는 특별한 방법을 제시한다.

"근데 미주야, 울 땐 울어야 해. 싸우고 싶을 땐 싸우고. 웃으면서 자신과 싸우는 건 너무 외로워. 죽어 보니까 그래."

마이너스와 마이너스의 만남은 마이너스 뿐일까?! 반에서 주번이라 불리며 유령같았던 세아, 학교에서 은따를 당하던 미주 그리고 존재감은 크지만 관종짓으로 학교 아이들의 기피대상인 세정이까지.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학교에서 홀로 지내던 세 아이는 부족하고 미비한 존재인 마이너스였지만, 오백원의 빚이라는 작은 함께 서로를 채워나가는 관계가 된다.

청소년기를 겪으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게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쉬울것 같은 관계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깝다가도 어느순간 멀어지는게 인간관계인데, 이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김세정한테 다른 친구는 없을까? 지금이라도 다른 애를 골라 봐. 너 잘 생각해 봐. 마이너스 1과 마이너스 1을 합치면 0이 아니라 마이너스 2야. 김세정과 내가 딱 마이너스 2라고. 근데 우리가 굳이 만나야겠니?"

"미주야, 마이너스가 꼭 나쁜 거야?"

"어?"

"함께 있어서 외로움이나 슬픈 게 줄어들 수도 있잖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서로 빚을 지고 갚는 관계로 표현한게 참신했고, 청소년 소설이라 술술 쉽게 잘 읽혔다. 스스로 벽을 쌓던 미주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던 세아, 그리고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했던 세정. 모든 관계에서 시작이 어려울 뿐,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나 혼자가 계속해서 준다고 해서, 반대로 받기만 해서는 서로 관계가 이루어지 수는 없다. 오백원의 빚에서 시작한 관계가 이제 세아는 없지만, 미주와 세정이를 더이상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의 관계로 이끌어주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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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씨네마인드
박지선.황별이.최윤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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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 정보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평가해주는 코멘트를 기반으로 그 영화를 볼지 말지를 정하기도 한다. 수많은 영화들을 다 찾아 볼 수 없기에 이러한 평가들로 대리만족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똑같은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최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그런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저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겠고, 혹은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평가라고 생각된다. 너도나도 평론가가 되어 분석해대는 영화 소개들 중에서 전문성을 느낄 수 있는 평가도 있고 아마추어 같이 속빈강정마냥 영화 소개만 하는 그런 평가들도 있다.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면 범죄 스릴러 쪽이다. 뭔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으로 인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그런 점이 좋다고나 할까. 이런 범죄 스릴러 영화를 전문가가 분석해준다면?! 범죄심리학자로 <그것이 알고싶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알쓸범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알린 박지선 교수와 함께 분석해보는 범죄영화 이야기를 담긴 책이 출간되었다. 원래는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 의 콘텐츠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엄청난 화제로 인해 TV프로그램으로 정규 편성되어 방송 되었던 "지선씨네 마인드"가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전문성을 가미해 범죄심리학을 기반으로 조금더 영화 속 캐릭터들을 디테일하게 해석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속 장면에서 사람들의 대화와 표정, 행동은 실제 우리 삶의 인간관계를 비추는 거울이다. 또한 영화 속 배경과 사건이 펼쳐지는 상황적 맥락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영화 속에서 범죄와 사람들을 둘러싼 시선에 대한 묘사와 그 안에 숨어 있는 분노, 증오, 편견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범죄를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이 책에서는 범죄, 스릴러 장르 부터 로맨스까지 많은이들에게 베스트라 손꼽히는 국내외 명작 14편의 영화를 박지선 교수만의 전문적인 시선으로 전혀 다른 해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기있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었고, 14편 모두 봤던 영화들이라 이해도와 몰입도가 높았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해석들로 새로운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추격자'의 연쇄 살인범 지영민, 프로파일링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양들의 침묵', 살인범과 살인범의 대결을 그린 '살인자의 기억법' 등 단순 영화 소개가 아닌 범죄심리학자로써 인물 개개인의 내면까지 파헤친 분석으로 새롭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점은 그저 음악 영화로만 감상했던 <위플래쉬>를 스릴러 장르라고 해석한 것이었다. 최악의 폭군인 '플레쳐' 교수는 폭언과 학대로 '앤드류'를 한계까지 몰아가고, 그로인해 앤드류의 집착과 광기가 폭발한다. 그리고 그의 엄청난 연주 실력과 속도로 인해 결국 플레처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었던 학생과 그를 혹독하게 가르키는 스승의 이야기라 볼 수 있었던 이 영화를 신체폭력 못지 않는 언어적인 폭력으로 상처를 남기고, 가스라이팅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영화라는 해석이 참으로 놀라웠다.

정의 실현이 목적인 범죄 역시 범죄일 뿐이죠. 범행 이유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범행 사실 역시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영화들을 나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했고, 영화를 보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물들의 섬세하면서 복잡한 심리를 재해석해 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책에서 소개되었던 영화들을 다시 관람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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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누구에게나 ‘살고 싶은‘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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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2
한산이가 지음 / 몬스터(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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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시간에 병원에 왔다면, 제시간에 제대로 된 치료를 했다면......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외상 외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죠. 그 결과 지금도 길에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기껏 병원에 와도 역량이 모자라서 살리질 못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어서 외상 외과의가 되었습니다."

전편에서 백령도로 출동한 백강혁 교수와 펠로우 양재원은 각각 헬기와 배로 환자를 이송하게 된다. 집요하게 따라 붙은 한 방송사의 생중계로 인해 배 위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백강혁 교수의 모습이 전파를 타게 되고 여론은 순식간에 감염의 위험도 있는 상황 속에서 수술을 하는 백강혁 교수를 탓하며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살려낸 그였고 또 생명을 살렸기에 다음날 여론은 중증외상센터와 한국대학병원을 응원하는 호의적인 반응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 여론과는 반대로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중증외상센터를 향한 병원장과 기조실장의 압박이 계속해서 가해진다. 한편 강혁의 실력에 감명 받은 마취통증의학과의 총망받는 전문의 박경은 역시 중증외상센터를 지원하게 되고 그렇게 외상센터 팀이 꾸려지게 된다.

북한산 산악사고로 위급한 환자가 발생한 순간, 병원장과 기조실장의 방해로 소방대원 안중헌 팀장이 타부서로 발령나고 구급헬기마저 승인이 없으면 이용할 수 없게되어 결국 그 환자는 뇌사 판정을 받게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다. 헬기만 있었어도 시간이 더 지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러던 중, 남수단에 파병 중이던 한빛 부대원 일부가 무장 단체와이 싸움에 휘말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거기서 우리 대원 중 한명이 무려 8발의 총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현장에 도착한 중증외상센터 팀은 참담한 현실에 할말을 잊게 되고, 서둘러 처치 후 한국으로 이송하려는데 에어 앰뷸런스 한대도 없는 한국의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람......, 사람 생명 살리는 일에 무슨 승인이......필요합니까?"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너무도 현실과 닮아있어서 씁쓸했다. 어떻게 해서든 환자만을 살리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의사를 막는, 아니 사람의 생명보다는 돈이 더 우선인 사람들이 있다는게 책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병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돈도 되지 않는 진료과들 보단 이익이 많은 진료과들을 우선시 하는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의사라면 누군가의 생명을 최우선시 해야하지 않을까. 1분 1초가 안타까운 현실에 헬기가 뜨고 내리는 그 소음때문에 민원을 제기하는 병원 주변의 시민들도 참으로 답답했다. 현실에는 없는 천재와도 같은 실력이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안타까운 백강혁 교수와 중증외상센터 멤버들이 또다른 시련 말고 꽃길을 걷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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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1
한산이가 지음 / 몬스터(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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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란 응급의료센터의 상위개념으로, 교통사고나 추락, 총상 등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센터다. 국내 외상환자 사망률은 35% 이상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일찍이 응급진료체계 정비를 서두른 나라에서는 사망률이 이보다 낮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외상외과 의료진으로 꼽히는 아주대병원 이국종교수가 외상외과 소말리아 해적에서 총탄을 맞은 석해균 선장의 치료로 중증외상센터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전국적으로 센터 건립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닌 현실이긴 하지만 많은 관심으로 지금은 예전보다는 개선되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심에 걸맞게, 웹툰을 잘 챙겨보지는 않는데 가끔 생각 날 때 마다 한번씩 챙겨보는 것 중 하나가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다. '이국종 교수'를 모델로 삼아 '현직 의사'가 직접 쓰고 있다고 해서 꽤나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고, 곧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

'돈도 주고, 중증외상팀도 만들게 해준다고 해서 오기는 왔는데......'

와보니 역시가 역시였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중증외상 환자를 제대로 된 환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그저 혹으로 여길 따름이었다. 웬만하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이왕 왔으면 대강 처치해서 보내길 바라는.

원래 바쁘기로 소문난 한국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좌측 복부에 찔린 상처의 환자가 급하게 들어온다. 돌아가며 당직들이 근무한다는 중증외상팀의 그날 당직 외과의 양재원은 응급 호출을 받고 처치실로 내려왔고 우선 CT부터 찍자고 한다. 그 순간 떡 벌어진 어깨에 하얀 얼굴, 치렁치렁한 머리를 가진 누가봐도 의사가 아닌 보호자가 들어오고 재원을 멍청한 의사라 칭하며 수술을 지휘하기 시작한다. 믿을 수 없는 실력으로 상처부위를 한번에 알아채고 순식간에 수술을 성공리에 마친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추천으로 한국대학교 병원 외상외과 전문의로 오게 된 백강혁 교수였다. 처음 응급실에서 만난 외과의 양재원을 항문학과라는 이유로 '항문'이라 부르고, 외상외과 간호사를 '조폭'이라 부르며 조금씩 팀을 만들어가려 하지만, 병원 예산 적자의 큰축이라는 이유로 미운털이 박히게 된다. 그중 외과 과장 한유림 교수는 자신과 같은 항문외과 펠로우였던 양재원을 데려가 버린 백강혁을 눈에 가시로 여기고 있었는데, 자신의 딸 한지영이 사고로 응급실로 들어오게 되고, 한치의 고민도 없이 심장수술을 해낸 백강혁에 앞으로 둘 사이가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뇌사판정 부모를 만나러 오던 보호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다 자신의 부모의 간을 이식받은 수술로 인터뷰를 하다 백령도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백령도로 향하게 된다.

"야, 넌 의사야. 의사는 의학적인 판단만 해. 네가 판사냐? 철학자야?"

"그렇진 않죠......"

"그럼 나머지 사안에 관해선느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달해. 그 사실에 네 사견 넣지 말고. 죽었으면 죽었다. 다쳤으면 다쳤다. 이렇게."

의학적인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웹툰을 기반으로 쓰여진 소설이라 그런지 술술 잘 읽혔다. 그렇다고 해서 유치해보이고 가벼워 보인건 전혀 아니다. 정말 잘 쓰여진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현실에는 이렇게 사명감 있고 천재성 있는 의사가 많진 않을 것이다.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인물들이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좀 안타깝기도 했다. 환자를 살리는 의사보다 흑자를 많이 남긴 의사가 더 대우받는 세상이라니.. 이 험난한 고난들을 헤치고 앞으로 한국대학교병원에서 백강혁 교수가 중증외상팀을 어떻게 꾸려갈지 다음권이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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