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는 결코 알지 못했다. 읽는다는 것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한 줄의 문장을,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인간을, 혹은 그의 세계를 읽는 행위하는 것을."  169p.

 

"가장 중요한 건 첫 문장이에요. 첫 문장을 제대로 쓰면 마지막 문장까지 쓸 수 있어요." 267p.

 

윤동주.. 그는 암울한 시대에 독립투쟁으로 장렬하게  저항한 투사도 아니고, 당대에 이름을 떨칠 정도로 유명했던 시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그의 작품들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에 강압에 고통받고 억압받던 조국의 아픈 현실을 시라는 문학으로 노래하고 있다. 윤동주는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 속에서 만났지만, 배워서 알기에는 그 시대상이라든지 그가 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뿌리깊은 나무' , '바람의 화원'으로 한국형 팩션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이정명 작가의 신작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짧은 생애를 살다간 윤동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들과 시대상을 이야기하고 있어, 팩션이기는 하지만 배워서 알던 윤동주 보다,그의 삶과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

 

청년의 시는 조선어였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스기야마는 일본인이었지만 청년의 시를 읽으며 가슴이 떨렸다. 부끄러웠고, 죄책감이 들었고, 떠나온 고향이 생각났고, 오래전 여인이 떠올랐다. 동주의 시는 이미 언어를 초월한 언어였다.   272p.

 

<별을 스치는 바람>은 태평양 전쟁의 종반 1994년 겨울,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죄수들 사이에서 악마라 불리우던 간수 스기야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의 죽음에 유일한 단서는 주머니에서 발견된 수수께끼와 같은 시 한편. 스기야마의 살해범으로 지목된 최치수를 조사하고 범인들을 추적하고, 또다른 용의자인 죄수 645번, 바로 윤동주를 조사하면서 잔인하고 폭력적인 형무소에서 악마 같았던 간수 스기야마의 실체를 알게되고, 죄수들의 탈출기도와 형무소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들이 드러나게 된다. 

 

"스기야마가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낸 건 연이 아니라 시였어요."

"동주가 일본어로 시를 읊으면 그는 밤새 만든 연의 뒷면에다 그 시를 적었어요. 동주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연을 날렸고, 소녀와 연싸움을 벌였죠. 질 수밖에 없었고, 지기 위한 싸움이었지만 그만 한 가치가 있었죠. 연이 형무소 밖으로 떨어지면 동주의 시는 감옥을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2권 130p.

 

책을 읽는 내내 작가 이정명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는데, 윤동주의 많은 시들을 책의 구석구석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시들이 적재적소에 자리잡고 있어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는 점이다. 배워서 느끼고 알기에 윤동주의 작품들은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팩션이기는 하지만 그가 처한 현실, 우리 조국이 겪어야만 했던 억압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그 시대를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수업시간에 배우던 시의 느낌과 달리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처한 현실때문에 윤동주의 작품들이 탄생되었고, 그게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암울했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문학의 아주 중요한 이를 잃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가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이곳으로 데리고 와 그 글자들을 읽게 할 거라고. 그가 기억하지 못해도 말해 줄 거라고. 그가 시인이었고 시인이며 영원히 시인일 것임을. 그리고 내가 그의 영혼을 나누어 가졌으며 잊어벌니 그의 시를 기억하고 있음을. 그러면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될까? 자신이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사랑한 순결한 시인이었음을. 2권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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