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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ㅣ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왜 하필 나예요?"
주택가에서 한 젊은 여성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납치 현장을 목격한 자에 의해 어렵게 수사는 진행되지만, 주변에서 가족이나 친구의 납치 사실을 신고하는 전화가 없었기에 일주일이 지나도록 납치된 여성의 신원 조차 알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다. 사건의 담당자인 반장 카미유 베르호벤의 기지로 용의자가 밝혀지지만 그 역시 별효과없이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납치된 여성의 신원도, 현재 생사여부도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느다없이 납치된 여성 알렉스는 알몸으로 새장에 갇혀 근근히 버티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무기력한 상황에서 어렵사리 사건 현장에서 탈출하게 된다. 사라진 여성을 찾는 이 하나 없는 상황에서 이 미스터리한 여성을 쫓던 중 끔찍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고 카미유는 직감적으로 여자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삶은 사람들이 믿는 것만큼 그렇게 두툼하지 않다. 그래도 이 삶은 자신의 몫이다." -256p.
책의 처음을 읽을 때 계속해서 '어째서 그녀는 납치되어야 했을까?' '왜 납치된 그녀를 찾는이는 아무도 없었던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이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납치되고, 새장에 갇혀 무기력하게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만 해도 주인공인 알렉스는 피해자였다. 그녀의 신원을 밝히고 그녀의 생사를 궁금해하다 마주하게 되면서 사건은 피해자 알렉스에서 가해자 알렉스로, 찾아야 하는 그녀가 아닌 잡아야 하는 그녀로 바뀌게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 책을 읽으면서 '법'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법이란 약자를 구제하고,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했지만, 현실 속의 법이란 유식한 자, 부유한 자 그리고 힘있는 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적용될 때가 많이 있기에 진정 법이 정의로운가 하는 의문이 들때도 있다.
상당한 분량에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스릴러적인 면이 많았고, 조금은 자극적인 면도 없지 않았지만, 작가의 탁월한 감각으로 알렉스의 심리를 아주 잘 묘사했었고, 특유의 통찰력과 뛰어난 감각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개성강한 형사반장 카미유의 매력에도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유럽 사회파 스릴러의 대가라 불리우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 '알렉스'는 다소 무거우면서 슬프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런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