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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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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하나 인수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서점이다. 얼마 전 우리는 숫자가 적힌 메

일 한통을 써 보냈다. 응찰 가격이었다. 물론 그 금액은 우리 수중에 없었다. 그리고 몇 주 뒤 답신이 왔다.

 

귀하가 서점을 인수하셨습니다!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5p.

 

초등학교를 다닐 적엔 동네에 가끔씩 보였던 작은 서점.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시내를 나가면 온갖 종류의 책들로 가득찬 대형 서점들도 있고, 한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도서를 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도 있기에 점차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엔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겠다. 사실 동네에 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찾지 않는 이유가 대형서점을 가선 책을 사지 않더라도 몇시간씩 시간을 떼우며 읽고, 책구경을 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기에 가끔 찾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책보다는 문제집이나 수험서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동네 서점엔 책구경을 갈리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제주도의 책밭서점이나 소심한 책방, 진주의 소소책방과 같은 일부의 서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동네서점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힘든게 현실이라고 한다.

 

집세를 낼 정도는 될까? 월급 줄 돈은 마련할 수 있을까? 당장 수중에 없는 돈을 한 해 내내 지출할 수 있을까? 빚은 갚을 수 있을까? 한번은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언제나 모든 것을 통계로 포장하고 엑셀 도표와 무슨 리비도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대형 컴퓨터 같은 남자다.

"우리가 도대체 가난한 거야, 부자야? 말 좀 해 봐."  그는 나를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나도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부자는 아니야."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85p.

 

이렇게 동네 서점이 망해가는 현실을 보고 느끼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이.. 어느 날 운명처럼 서점 주인이 된 사람이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살던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유서 깊은 서점이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로 인해 모든 일상이 바뀌게 된다. 직접 서점을 보고나서 꼭 그곳을 인수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고, 수중에 돈도 없으면서 덜컥 낙찰을 받게 된다. 익숙하고 안정적이던 현재의 일상들을 모두 버리고 온 가족이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서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어떻게 본다면 엄청 무모한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입찰로 서점을 낙찰받게 되었으나 돈이 없어서 친구나 은행에 꿔서 인수를 하게 되었고, 서점의 리모델링이나 대출, 법적 자문을 다양한 분야의 모든 친구들을 총 동원해 그들의 협력을 통해 서점을 꾸려나가게 된다. 심지어는 어린 딸의 양육까지도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고 혹은 딸 혼자서 스스로 컸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걸로 봐선 무모한 부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무모한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은 처음부터 성공의 가능성을 보였다. 일도 너무 많고 손님도 줄을 이었기에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하고, 사무실을 넓히고, 온라인 서비스도 진행하고 또다른 서점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폐점 위기에 있었던 빈의 작은 서점이 부활하여 10년 째 굳건하게 운영 되고 있다.

 

"300부 주세요."

영업사원이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미친 게 아닌가 하는 눈길로 말이다. 하지만 300부는 시작에 불과했다.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167p.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본다면 서점에 사람이 들끓는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울 뿐이다. 과연 무엇이 빈의 작은 서점을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만 찾게 만드는 것일까? 술술 읽히는 책만 봐도 저자가 놀라운 입담을 가지고 있는것을 알수 있을터.. 물론 그 입담 하나만으로 서점을 운영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또 아니라고는 못할 요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운영하는 서점은 단지 책만 사고파는 동네 서점이 아닌 그 지역 주민들 모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었기에 성공의 궤도를 달리는게 아닐까?! 낭독회를 열기도 하고 열정적인 직원들로 가득차 책을 추천해주고기도 하고, 온라인 서점도 운영해 편의성도 더하고.. 자꾸만 찾고싶은 서점으로 자리잡았기에 굳이 이 서점을 찾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동네의 서점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동네 서점에서도 이처럼 원하는 책들을 구해줄 수도 있을것이다. 단지 우리가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이러한 사실을 잊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물론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할 것도 많고 바쁜 것도 많은 요즘 사람들이 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재미를 알게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만 나무랄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서점들도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소통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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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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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여러 시절을 살아 온 지금, 나는 더 이상 책을 정갈하게 보는 것에 관심이 없다. 줄을 긋고, 생각을 메모하며 책을 못살게 굴고 싶다. 그렇게 못살게 굴어도 나는 그 책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를 수준이니까.

 

「모든 요일의 기록」中 32p.

 

요즘들어 자꾸만 깜빡깜빡한다. 어제 일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심지어는 검색창을 띄워놓고 '나 뭐 검색할려고 했지?'하면서 멍~하게 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는 서평을 남기려고 하고, 맛있는 곳이나 여행을 다녀온 이후엔 꼭 짧은 글이나 블로그에 써서 기록으로 꼭 남길려고 한다. 하지만.. 남긴 글들을 다시 접했을 땐, 내가 그랬어?! 이 책이 그런 내용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있긴 하지만.. 

 

어쩌면 내 상황과 비슷한 제목때문에 더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구절을 수백 번 읽어도 고스란히 잊어버리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10년차 카피라이터 김민철 작가.. 흔히들 생각하길.. 남자라 생각하기 쉬운 이름이지만 사실은 여자!!!라는 사실ㅋ어쨌든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는 그녀가 읽고, 보고, 듣고, 느낀 경험들을 머리가 아닌 기록으로 써내려간 한권의 책이다.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 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이름 모를 클럽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를 한다. 나뭇잎까지도 사각사각 잊지 못할 소리를 들려준다. 햇빛은 또 어떻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들로 세상이 넘쳐난다.

그 왜곡의 음악을 듣기 위해 오늘도 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 미세한 음악까지 놓치지 않을 정도로 귀가 열린, 마음이 열린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꿈꾼다.

 

「모든 요일의 기록」中 130~131p.

 

처음 책을 읽을 땐,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쓸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의 기록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화려한 이력?들을 알고 나면 이 평범한 기록들이 있기에 그녀가 카피라이터로써 인상적인 아이디어들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화려한 이력이라고 한다면야 '여덟단어', '책은 도끼다'라는 책으로 인문학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쉽게 했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광고인이  박웅현 씨와 11년동안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사실과 우리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네이버의 '세상의 모든 지식', e 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와 같이 유명한 광고문구들을 모두 그녀가 썼다는 점이다.

 

카피라이터라고 한다면 뭔가 창조적이고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들이 샘솟는 사람들이 하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 본인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억'과 관련된 머리는 평균 이하임이 틀림없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렇다면 그 유명한 광고 문구들은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일까? 기억의 순간들을 글로 남겼다고 해서 모든게 다 기억되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어쩌면 책이나 음악등을 통해서 그 감정을 배웠고 기억은 나지 않겠지만 그때의 어떤 감정이나 그 기억들은 몸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60살의 나를 모른다.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 모든 세월을 통과한 노인들을 볼 때면 늘 뛰어가서 사진을 찍는 걸지도 모른다. 그들 각각의 시간을 사진으로 찍으며 막연하게 나의 사간을 상상해보는 걸지도 모른다. 60이 되었을 때 나의 색깔,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핑크빛으로 두근거린다.

 

「모든 요일의 기록」中 190p.

 

10년차 카피라이터가 쓴 글이라고 해서 엄청 재미난 글들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들고 덮을 때까지 재밌었다 라거나 웃겼다, 감동적이었다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뭐 딱히 대단한 의미가 있는 글도 아니었으니까.. 단지 이 책이 어떤 면에서는 공감적이었다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무언가 경험해본다~라고 해서 그 경험들이 오롯이 내것이 되는 것도 아닐테고, 기록한다~라고 해서 모든 기록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을 할때, 또 기억을 할때 뭐든 열심히 배우려하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그게 밑바탕이 되어 온다라는 걸 작가가 말할려고 했던 건 이런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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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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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줄 알았다. 지금껏 우리 가족 이외의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상상도 안 해봤던 것이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中 39p.

 

뭔가 굵은 주제가 아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일본의 대표작가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부터 에세이까지 폭넓은 작품을 써냈고, 특히 감각적인 문체로 써내려가는 연애 소설은 독보적이라 할만큼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 할 수 있다. 공백없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지라 아직 읽지 않은 책들도 수두룩 하다. 사실 읽지 않았다고 하는게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단편집들을 읽었을 때 종종 독특하다~!! 하는 느낌을 넘어서서 특이하다?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서 잘 읽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라 반갑기도 했고,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호기심에 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그날 밤, 나는 욕조 안에서 난생처음 우리 집을 조금 걱정했다. 언니와 우즈키를. 우즈키에게는 아사미 씨라는 또 한 사람의 엄마가 있고, 언니에게는 기시베 씨라는 또 한사람의 아빠가 있다. 그것이 만약 흔한 일이 아니라면, 우즈키나 언니에게는 앞으로 뭔가 안 좋은 일, 곤란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中 52~53p.

 

3대에 걸친, 약 100년 동안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평범한 대가족들의 이야기를 600페이지에 달하는 한권의 책 속에 담아놓았다. 지은 지 70년 가까이 되는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언뜻 보면 평범하고 아주 행복해 보이는 야나기시마 일가는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 문제 없는 그런 흔한 대가족처럼 보인다. 할아버지와 러시아인 할머니에 이모와 외삼촌이 함께 살고 있고, 아이 넷 가운데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른... 그렇기에 가족 개개인의 사연을 들어보면 기구하면서도 아주 특이한 그런 가족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은 미화시키기는 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한다면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들이라 할 수 있고, 이 아이들은, 그 전 세대인 이모와 외삼촌 엄마도 포함해서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시킨다는 독특한 교육 방침 아래서 성장한다. 선을 보고 결혼 한 남자와 6개월만에 파경을 맞은 유리 이모,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외삼촌 기리노스케, 권위적인 할아버지까지.. 독특한 생활방식에 걸맞게 가친관 또한 독특한 각각의 구성원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게 된다.

 

"소금도 같이 가져다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내 말에 여느 때처럼 기리노스케는 웃었다.

"라이스에는 소금을." 암호를 중얼거린다. 그래서 나도 말했다.

"그래, 유리. 라이스에는 소금을!"

이건 우리 세 사람에게만 통하는 표현으로 굳이 번역하자면 '자유 만세!'다. 공기에 든 흰쌀밥은 그대로도 맛있어 보이는데 접시에 담긴 밥에는 왜 그런지 소금을 치고 싶어진다. 우리 셋 다 그렇다. 하지만 예의 없어 보이고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는 이유로 어릴 적에는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다행이다, 자유 만세'라는 의미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中 290~291p.

 

소설은 각 장이 바뀔 때마다 화자가 바껴서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시대와 장소를 바꿔가며 하고 또 그 속에서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80년대 였다가 2000년대로 또 70년대의 어느날로.. 독특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처음에는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고 누구의 이야기인가 하고선 막 유심히 읽었다가 뒤로 갈 수록 몇 줄만 읽으면 아~ 누구의 이야기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뭔가 특별할 것 같은 가족이야기 이지만 작가 특유의 담담함으로 그려냈기에 그리고 사실 처음엔 막 몰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술술 잘 읽히기에 열심히 읽었다면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 지루해지는 느낌은 없지 않았다.

 

가족이라고 하면 늘 함께 생활하기에 서로를 다 아는 사이라고 쉽게 말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 느낀 가족들처럼 사실은 아주 가까이 있는 가족이라고 해도 또 평생을 함께 한다고 해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각자의 시간이 존재할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과연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또 내가 알고 있는 사실만으로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근사한 집이었어요, 그렇죠?" 다카오가 뭔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가 따뜻한 기분이 들고, 거기에 내 스스로 당황하고 있었다. 미혼인 채 아이를 낳는 데에는 적지 않은 각오가 필요했을 테고, 더구나 본부인이나 그 가족들에게 환영받았을 리 없다. 하지만 한곳에 모여 손을 흔들고 있던 그들은 행복한 대가족처럼 보였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中 4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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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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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내가 지금 "한국 사람들을 죽이자. 대사관에 불을 지르자."고 선동하는 게 아니잖아? 무슨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태극기 한 장 태우지 않아. 미국이 싫다는 미국 사람이나 일본이 부끄럽다는 일본 사람한테는 '개념 있다'며 고개 끄덜일 사람 꽤 되지 않나?

 

「한국이 싫어서」中 10~11p.

 

요즘 젊은이들이 흔히들 하는 말 중 하나인 다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고 3포세대. 더 나아가 인간관계 그리고 내집 도 포기했다 하여 5포세대까지.. 아직 앞날이 창창한 이들이 벌써부터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간다니 참 웃지 못할 현실이다. 전체 실업율에 청년실업은 두배가 넘는다고 한다. 불황에 청년 10명 중에 1명 꼴로 실업자라는 말이다. 물론 취업에 성공 한다해도 최저임금에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에 하루하루가 전혀 즐겁지 않은 현실을 보낸다. 그럴때마다 드는 생각들..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누구든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그래서 책 제목이 더 눈에 확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이 싫어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건 그게 성공할지 성공 안 할지는 몰라. 지금 내가 의대 가서 성형외과 의사 되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되면, 본전 뽑을 수 있을까? 아닐걸? 10년 뒤, 20년 뒤에 어떤 직업이 뜰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 얘기하는 건 무의미한 거고,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정말 주용한 거지. 돈이 안벌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좀 덜 억울할 거 아냐. 지명이가 그렇게 자기 진로를 선택한 거지. 그런데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몰랐어.

 

「한국이 싫어서」中 151~152p.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주인공 계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로 마치 친구에게 수다를 떠는 듯한 느낌의 친숙한 말투와 이야기들도 읽으면서 너무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에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특별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고 지극히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낮은 시급에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직장, 출퇴근 시간마다 마주쳐야하는 지옥철.. 등 한국이 본인과 잘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으로 호주로 이민을 떠나게 되는 계나가 부모님의 반대, 공항에서의 남자친구와의 이별, 호주에서의 불안정한 미래까지.. 모든 걸 무릅쓰고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주인공 계나. 부모 잘 만나 금수저 물고 태어난 부잣집 자식이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에서 흔하디 흔한 20대 후반의 흑수저로 태어나 가진게 너무도 없는 20대 후반의 여자다. 서울에서 출퇴근을 해보지 못해서 겪어보진 못했지만,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매일 울면서 출퇴근하고, 재미도 없는, 적성에도 잘 맞지 않는 일을 꾸역꾸역 하고 있는.. 그러다 이민을 가고 싶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가족들의 반대에 쉽지 않은 선택이긴 하지만 그 용기는 정말 부럽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남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 가게에서 진상 떠는 거, 며느리 괴롭히는 거, 부하 직원 못살게 구는 거, 그게 다 이 맥락 아닐까? 아주 사람 취급을 안 해 주잖아.

난 그렇게 살지 못해.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고.

정말 우스운 게, 사실 젊은 애들이 호주로 오려는 이유가 바로 그 사람대접 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접시를 닦으며 살아도 호주가 좋다 이거지. 사람대접을 받으니까.

 

「한국이 싫어서」中 186p.

 

어쩌면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였기에 소설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 역시도 한국이 싫다. 그래서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두어번 해봤던 것 같다. 물론 떠난다고 해서 무조건 달콤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고, 현실의 문제들이 다 해결되는 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인으로서 타국에서 살아남는 다는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거 만큼 힘든 일이지 않을까? 어쩌면 이곳에서보다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계나 역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엔 호주에서 살아남는다. 앞으로 열릴 미래가 무조건 밝은 빛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원하는 걸 얻은 셈이다. 한편으론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기는 하지만.. 가끔씩 한국이 싫어질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 있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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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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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더 행복한 건 어쩐지 불안하고, 남의 행복에서 덜오온 듯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세상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의 양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느꼈던 날들이 있었다. 누구 하나가 많이 행복하면 다른 하나가 그만큼 불행할지도 모른다고. 타인의 행복이 커진다고 해서 내 행복이 줄어들진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기까지는 세월이 많이 걸렸다.

 

「잠옷을 입으렴」中 50p.

 

책을 읽을 때, 읽었던 책을 또다시 읽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전에 읽었던 내용이 너무 좋아서 다시한번 기억하고자 책을 다시 꺼내드는 경우가 있고, 읽었는지 모르고 다시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이도우 작가의 '잠옷을 입으렴'은 후자에 해당되는 책이다. 제목이며 작가며 그리 낯설지 않았는데, 표지가 바껴서 재출간되었고, 가장 중요한것! ㅋ 내 책장에 이전 책이 없었기에 처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그 책은 대체 어디로간건지..ㅋ 아무튼 읽다가보니 주인공 둘령과 수안이를 예전에 내가 만났었고, 또 웃었고, 슬퍼했던... 사실 전체적인 내용은 가물가물... 하지만 그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읽고나서 감동은 여전한지라 다시 한번 읽을 수 있어서 너무도 좋았던 책이었다.

 

"생각해보니 둘녕이 너야말로 풍향계 같은 사람이야. 내세우지 않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넌 어딜 가든 잘 살 거야."  이상하게도 그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못내 다정하면서도 서운했다. 그 때문인지 밤새 잠을 설치고 말았다.

 

「잠옷을 입으렴」中 302p.

 

엄마가 집을 나가 버린 후 모암마을 외가에 맡겨진 열한 살 소녀 둘령. 그곳에서 만나게 된 외할머니와 이모 내외, 막내이모와 막내삼촌 그리고 동갑내기 사촌 수안. 처음엔 가족이라기엔 너무도 낯선 이들이었고, 특히나 자신에게 곁을 주지 않고 데면데면하게 대하던 수안이까지. 둘령은 너무도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지만 작은 사건을 시작으로 둘령이와 수안이는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더할 나위 없는 단짝이기에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비밀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이 책은 성인이 된 둘녕이의 1인칭 시점 소설로 그녀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하며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두 소녀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었던 닳을 만큼 읽었던 수많은 책들, 종이인형 놀이, 늘 아팠던 수안이를 위해 둘녕이가 만들어주는 만병통치약, 걸스카우트, 첫사랑... 등 둘녕이와 수안이의 성장기에는 늘 함께였기에 서로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만들어준다. 그러하기에 성인이 된 지금도 둘녕은 과거의 수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닫아버린 듯 조용한 목소리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언제나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내 사촌은 그랬다. 그런 점이 함께했던 시절 동안 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그 순간은 다 고마운 기억뿐인 것 같았다. 습한 바람이 불어와 오동나무 옷장 문이 삐걱거렸다.

 

「잠옷을 입으렴」中 372p.

 

가끔 이기적인 수안의 모습에 화가났다가도 수안이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어떻게 보면 늘 약자라 할 수 있었던 둘녕이 너무도 안쓰러웠기에 자꾸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둘녕이가 행ㅂ고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도 컸다. 그러하기에 다 읽고 나서 자꾸만 밀려오는 아련함에 가슴이 아팠다. 또 잔잔한 결말이지만 그 누구도 행복한 이는 없어 보였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련해지는 듯 하다.

 

책을 읽은 이라면 꼭 한번은 써보고 싶어질 법한 멘트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그럼 이만..총총,,,

 

해가 저물어 밤이 내릴 때까지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어둠이 깃들자 기척이 들려왔다. 누군가 오고 있고, 나는 그걸 안다. 그 아이는 내게 묻겠지. 왜 이제 왔어. 그럼 나는 대답해야지. 그러게, 어딘가 다녀오느라 늦었네 라고. 그게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기를, 아마도 풍향계가 가리키는 곳. 언젠가 삼촌이 말한 것처럼, 북쪽보다 더 북쪽이고, 남쪽보다 더 남쪽인 곳이었다 하리라.

 

"어서 와, 수안아."

 

「잠옷을 입으렴」中 4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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