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직업은 고릴라다." -98p

 

 

"꿈과 환상의 나라 세렝게티. 야생이 살아 숨 쉬는 세렝게티. 복해요, 세렝게티. 즐거워요, 세렝게티. 우리는 언제나 세렝게티."라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에 단순하게 반복되는 로고송으로 동물원의 개장이 시작된다. 이 세렝게티 동물원은 다른 동물원과 차별화된 동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개 동물원의 동물들이 항상 무기력해보이게 널부러져있거나 딴청을 피우고 있다면 이 세렝게티에는 관람객들이 원할때 알아서 가슴을 치며 울부짖고,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기어오르는 마운틴고릴라, 자동차 타이어 펑크소리 처럼 '뻥'소리를 내며 공을 터뜨리는 반달가슴곰, 기둥에 뿔을 들이받는 아프라카코뿔소 등등 아주 생산적이며 활동적인 동물들이 관람객들의 요구를 적절하게 만족시켜주고 있는 곳이다.

 

 

주인공 김영수는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리해고를 당하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리고, 인형 눈알을 붙이며 본드를 불고, 종이학과 공룡알을 접는 일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그러다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의 소개로 '세렝게티 동물원'에 직원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직원이 아니다. 사실 이 굿바이 동물원은 생계유지를 위해 동물원에 들어가 가짜 동물 행세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요즘 힘든 취업난을 현실적으로 표현해주고 풍자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서 동물탈을 쓰고 마치 자신이 동물인냥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로 한끼 식사를 해결하고, 진짜 양인것 처럼 풀을 뜯어 먹는 말도 안되는..

 

 

솔직히 어떻게 보면 다소 황당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생계유지..밥벌잉를 하기위해서는 동물이 될 수 도 있는 현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어서 더 가슴아프게 받아들였던 것 같고, 읽다가 보면 어딘가 나도 모르게 짠해지는 그런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슬픈이면을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있어 한편으로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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