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인간 1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8월
구판절판


하지만 그녀의 관심사는 매출이 아니라 낭만이었다. 그녀는 모든 상황을 낭만과 연계해서 추론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지론에 의하면, 낭만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의 가슴이 삭막해지고, 사람들의 가슴이 삭막해지기 때문에 세상이 황무지로 변하고, 세상이 황무지로 변하기 때문에 소망의 씨앗들이 말라죽는다. 한 페이지의 낭만이 사라지는 순간에 한 모금의 음악이 사라지고, 한 모금의 음악이 사라지는 순간에 한 아름의 사랑 또한 사라진다.-120쪽

나는 남들이 다 알고 있는 현상을 혼자 모르고 있는 경우보다, 남들이 다 모르고 있는 현상을 혼자 알고 있는 경우가 몇 배나 더 외롭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가고 있었다.-145쪽

겨울에는 가급적이면 그리움을 간직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에 간직하는 그리움은 잠시만 방치해 두어도 혈관을 얼어붙게 만든다.-219쪽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겨울 벌판의 나무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시인의 이름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면, 적어도 겨울 벌판의 나무들처럼 한 계절 아픔쯤은 헐벗은 몸으로 기꺼이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지상에 봄을 보내주시는 까닭은, 겨울 벌판의 나무들을 너무 오래 추위 속에 서 있도록 만들고 싶지 않아서일 거라고 생각했다.-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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