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CJ㈜ 식품연구소 생명공학박사 신정규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많습니다. 이런 음식을 크게 구분하면, 우리가 옛부터 먹어 오던 '우리음식'과 서양에서 그 음식문화가 도입되어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 있는 '서양음식'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두 음식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어떤 음식이 우리에게 더 좋은지 생각해 보셨나요? 아마도 뒤의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우리 음식이 좋겠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앞의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로 우리음식과 서양음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물(水)과 불(火)의 차이입니다. 지금 드시고 있는 음식들을 생각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 음식은 밥을 지을 때도 물, 국거리에도 물, 동치미, 물김치 등 반찬에도 물을 사용한 것이 절반 가량을 차지할 만큼 물을 많이 사용합니다. 반면 서양음식을 보면, 불에 구운 스테이크, 오븐을 사용하는 빵류, 기름에 튀긴 튀김류 등 대부분 불을 사용해서 조리를 하고 있으며, 물을 사용한 것은 가벼운 스프, 청량음료, 와인정도가 전부입니다. 또한 약을 보더라도 우리 전통약은 대부분 약초를 약탕기를 이용하여 만든 탕을 위주로 하고 있으나, 서양의 약은 대부분 가루약이나 알약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를 '음양오행'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동쪽의 나무(木)에 해당하고 서양은 서쪽의 쇠(金)에 해당되기 때문이라 합니다. 나무는 당연히 자라기 위해서 물을 필요로 하고 쇠는 제련을 하기 위해 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국 나무에 해당하는 우리의 체질에 맞게 물을 이용한 음식이 많아 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차이점은 채식 중심과 육식 중심의 식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음식은 식물에서 얻어진 쌀을 주식으로, 김치, 나물 무침,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콩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반찬으로, 조미료로 사용되는 것도 고추장, 된장 또는 근채류에서 우러난 단맛, 감칠맛 등을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서양음식은 주식을 육식인 스테이크나 맥류로 만든 빵으로 하고 있으며, 반찬도 대부분 기름을 이용하여 튀기거나 구운 것들을 사용하며, 조미료도 자연에서 우러나는 것보다는 육류 등에서 우러난 맛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듭니다. 쌀(밥)은 빵보다는 칼로리가 적은 반면에 먹고 난 후에는 포만감이 더 커서 과식을 방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여기에 배추, 무, 고추, 마늘, 파, 새우젓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발효된 김치도 칼로리는 낮은 반면에 칼슘, 인, 비타민 A와 C, 무기질 등이 많고, 발효에 의한 유산균, 풍부한 식이 섬유 등이 인체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나물 무침도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소가 많고, 채소에서 유래된 단백질 섭취로 인해 간장 기능과 소화 기능을 도와 주어 비만을 방지하고 혈압까지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서양에 비해 고혈압이나 비만 인구가 적은 이유가 이러한 식생활에 의한 것으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마지막 차이점을 살펴 본다면 체질과 기운을 고려한 음식과 획일적 공급에 의한 음식이라는 점입니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서양 음식은 대부분 계절과는 크게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양 음식은 단순히 영양 공급을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공급하기 위한 식단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 음식은 각 지방에서 계절마다 흔히 나는 재료를 이용해서 그 계절의 특색에 맞게 잘 발달시켰으며, 음식이 가지고 있는 뜨겁고 차가운 성질을 적절히 이용하여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한여름에는 보리밥을, 한겨울에는 쌀밥을 즐겨 드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단순히 여름엔 보리가 많고 겨울엔 쌀이 많아서가 아니라 찬 기운을 받고 자란 보리를 여름에 먹고, 더운 기운을 가진 쌀을 겨울에 먹음으로써 부족한 기운을 채우고 속을 편안케 하려는 배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외에도 한 여름에 오이 냉국, 가을철의 밤송이 등은 계절에 지친 몸에 기운을 더해 준다고 합니다.

우리의 음식을 요약하면 1) 소식, 절식을 통해 장수를 이끌고, 2)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영양을 갖추고 있으며, 3) 하나의 재료가 아닌 다양한 재료의 조화에 의해 맛을 내고, 4) 발효를 통해 음식에 다양한 이로움을 만들어 내고, 5) 맛의 표현이 다양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음식과 서양음식을 비교했지만 무조건적으로 우리의 음식이 좋고 서양음식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보다는 수천년동안 우리 전통 음식으로 길들여진 우리의 체질을 무시하고 급히 도입된 서양음식에 우리의 입맛이 빠르게 적응되어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면서 각종 성인병, 비만, 면역력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우리의 식단을 우리 음식 위주로 바꾸어 간다면 보다 건강하고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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