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 있다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3월
구판절판


남의 평가에 예민하고 자아상에 조금만 금이 가도 참아 내지 못하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자신감이 없는 건 어른들의 탓이다. 특히 ‘평가’는 아이들의 자신감을 가장 많이 갉아먹는다.
어렸을 때부터 무수한 평가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자아상이 결코 좋을 리 없다. 우리 때도 물론 평가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기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일찍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며, 또 평가가 너무 많다.
어른들에게도 평가는 좋은 경험이 결코 아니다. 보통 내가 생각하던 ‘꽤 괜찮은 나’의 이미지가 시험을 통해서 ‘점수 안 좋은 나’의 이미지로 바뀌기 때문이다.-74쪽

사교육을 시키려거든 제대로 시켜라
옛날 중국에 ‘곽탁타(郭槖駝)’라는 사람이 있었다. ‘탁타’라는 이름은 원래 이름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그가 곱사병을 앓아 허리를 굽히고 걸어 다니는 게 낙타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그런데 장안의 모든 권력자와 부자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나무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왜냐하면 탁타가 심은 나무는 옮겨심기를 해도 죽는 법이 없이 하나같이 잘 자라났으며, 열매도 일찍 맺을뿐더러 많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의 재주를 신기하게 여겨 그에게 비법을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저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를 많이 열게 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나무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할 뿐입니다."-180~181쪽

나무는 그 뿌리가 펴지기를 원하며, 평평하게 흙을 북돋워 주기를 원하고, 단단하게 다져 주기를 원한다. 그러니 일단 나무가 원하는 바대로 해주면서 잘 심고 나면 옮겨심기도 말고 염려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무의 천성이 온전하게 보전되어 잘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곽탁타는 자신이 그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가 없다고 답했던 것이다.
자식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알고서 그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것 정도다. 감히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부모의 손으로 더 꽃피우게 만들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아이는 오히려 시들어 버릴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생 부모들이 겪는 가장 큰 딜레마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이가 아무리 힘들다고 소리쳐도 그 앞에서는 그래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역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가는 건 둘째치고 아이 혼자 너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181쪽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부모들이 그렇게 목숨 거는 공부, 즉 ‘학습’이야말로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시킬 수가 없다. 학습의 가장 큰 특성이 바로 아이가 가진 타고난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개별화’ 지도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마다 맞는 학습법이 따로 있는데 엉뚱한 학습법을 계속 강요한다고 생각해 보라. 역효과가 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181~182쪽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경제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돈을 잘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작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큰돈을 만들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경제 교육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소박한 삶도 좋다는 걸 알게 하는 게 아닐까? 콩나물 값을 아끼고, 자신을 위해서는 돈 한푼 쓰는 걸 아까워하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다 채워 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이여! 공부를 잘해야 나중에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다고 가르치는 부모들이여! 진정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물질적인 가치가 최고이며, 더 많이 가져야만 더 행복해진다는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늘부터라도 돈이 많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보여 주기 바란다. 더 나아가 나의 바람은 대한민국 부모들이 모두 뜻있는 구두쇠 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나중에 아이의 인생을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길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215~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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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3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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