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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
김선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명화의 치유력!
요즘은 명화의 가치가 재테크의 가치로 환원되는 한심한 일도 벌어지고 있지만, 명화가 가진 치유력 이야기는 명화의 또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명화의 위력을 재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미술치료는 "미술과 심리학이 접목된 치료 기법으로, 시각 매체를 사용하여 인간 내면의 심상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무의식 속의 자가 치료 능력을 개별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치료법"이라고 설명된다. 회화에 그것을 그린 사람의 심리가 고스란히 배어난다면,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명화 속에도 그것을 그린 화가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는 발상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면서, 또 그것을 심리학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새로운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은 명화의 치유력을 증거하는 책이다. 이 책은 "예술의 기능이 의사소통"이라는 것,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감상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술치료적 관점에서 오랜 세월 시간과 문화, 환경의 장벽 없이 많은 사람과 소통해온 명화에 주목하고, 명화를 통한 다양한 미술치료 경험들을 나눈다.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은 화가는 그림을 통해 내면세계를 표현함으로써 숨겨진 어둠과 고통, 욕망을 해소하고 스스로 치유를 받게 되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명화의 치유력이라고 표현한다. "회화작품 속에는 의식성과 무의석성이 동시에 담겨지는데, 작품을 통해 무의식의 형태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언어적으로 자유롭게 나타낼 때 자신을 더욱 깊이 알게 된다. 회화작품의 창조적 과정은 치료적 효과가 있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양식이다. 이를 통해 억압된 감정이나 위기, 트라우마로부터 구원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행복감을 높이고 일생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또한 개인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36-37).
미술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이 책이 특별한 것은 화가의 삶과 그 작품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다. 특히, 화가의 '자아'와 만나고, 명화에 숨겨진 심리적인 해석을 듣는 일이 흥미롭다. 작가의 삶에 대한 이해가 명화를 보는 눈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저자는 한 가지를 더 시도하는데, 그것은 바로 '명화'라는 매개를 통해 일어나는 의사소통과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치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고갱, 클림트, 샤갈, 로트렉, 뭉크, 고흐, 달리, 마그리트를 다루는데, 내가 재밌게 읽은 부분은 마더콤플렉스를 가진 클림트와 유독 여성들의 죽음(어머니, 누나, 여동생 등)의 죽음을 많이 경험한 뭉크의 삶과 작품이었다. 클림트의 그림에는 반드시 여성이 '죽음'과 함께, 혹은 '죽음의 이미지'와 함께 등장하고 있는데, 어딘가 퇴폐적인 표정을 띤 여성들의 '창백한' 얼굴빛이나 절정의 쾌락을 즐기는 듯한 표정은 동시에 '죽음의 모습'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클림트의 평생에 따라다닌 '죽음'에 대한 생각들과, 불행했던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이 그의 그림에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49). 재밌는 것은 뭉크 또한 클림트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뭉크의 그림은 클림트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클림트에 비하면 뭉크의 것은 음습하고 어두운 공포로 가득하다. "뭉크 작품의 깊은 내면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또는 순탄하지 않은 인간의 삶에 대한 내면의 심리적 갈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116).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쉽게 느껴진 점은 너무 많은 욕심이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사례가 소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책의 원래 취지였던 명화의 치유력을 보여주는 측면에서는 설명이 다소 미흡하게 느껴진다. (미술치료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명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 심리 분석을 위한 화가의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 미술치료와의 접목을 '모두' 잘 다루려는 욕심을 버리고, 화가의 삶에 대한 이해와 연결지어 '명화에 나타는 심리 분석'이나, 아니면 본격적으로 명화를 통한 미술'치료'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어떨까 싶다. 같은 설명이 여러 번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간혹 지루해지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과 심리학이 만났다는 것이 흥미롭고, 명화와 유명 화가의 삶을 심리 분석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 자체는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재 하나만은 기가 막히게 잘 잡은 듯하다.) 미술치료는 모든 연령층, 모든 질병에 다 쓰일 수 있다고 하는데,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치료에 관한 책들을 더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