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시리즈 세트 (반양장) - 전5권 데일 카네기 시리즈 (코너스톤)
데일 카네기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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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의 위대한 고전"



<데일 카네기> 시리즈, 자기계발서의 효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책소개를 보니 정말 "현존하는 모든 자기계발서의 효시"라고 불리고 있었습니다. 데일 카네기 시리즈 이후 모든 자기계발서들은 이 책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계발서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모든 것들이 이 시리즈 안에 다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데일 카네기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리더십 관련 공부를 하고부터입니다. 몇 년 전, 리디십학회가 주관하는 학술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카네기 연구소'(정확한 명칭이 기억나지 않네요)의 강의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의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무엇보다 강의하시는 분들의 열정과 확신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마치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이번에 코너스톤에서 최신 원전 완역본으로 <데일 카네기> 시리즈 전집을 내놓았다고 해서 욕심을 내놨습니다! 소장가치도 충분하다고 여겼고, 무엇보다 시대와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자기계발서가 이렇게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전 5권이라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혔습니다. 우선은 번역이 매끄러웠고, 또 다섯 권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강의(?)를 계속 진행해나가기 때문입니다. 


<데일 카네기>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설득력"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신앙인들이 간증을 들을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처럼, 이 책에는 데일 카네기의 조언대로 작은 실천을 했을 뿐인데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의 뜨거운 간증(!)이 넘쳐납니다. 데일 카네기 자신도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를 강요하거나 주장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작은 습관이 그들의 인생에 얼마나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기적을 불러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며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을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줍니다. 


<데일 카네기> 시리즈는, 가장 기본적인 대인관계 문제에서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을 다룬 <인간관계론>, 업무나 직종에 상관 없이 '걱정'에 시달리는 성인들을 위해 걱정을 없애고 평안과 행복을 얻는 법을 다룬 <자기관리론>, 자기계발서의 핵심주제라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계발하고 성공적인 연설가가 될 수 있는 법을 다룬 <성공대화론>, 데일 카네기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멘토로 삼았던 링컨의 생애를 재구성한 <링컨 이야기>, 또 데일 카네기가 수년간 조사하고 연구하여 파헤친 명사들의 성공 비밀을 담은 <성공습관>까지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섯 권을 통틀어 데일 카네기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바로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데일 카네기> 시리즈를 통해, 성공과 행복의 기초는 바로 "관계"이며, 그 관계를 이끌어나가는 법칙은 "언제나 다른 사람을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모든 설득의 법칙, 대화의 법칙, 대인관계의 비밀, 성공하는 비밀이 모두, 데일 카네기가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이 한 문장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다른 사람을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도록 하라!" 원리는 간단합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얻고 싶거든 먼저 그가 원하는 것을 주라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이 원리를 실천하기 위해 확장된 지침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 뿐 아니라, 가족관계,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중요한 원리입니다. 지극히 단순하고 마땅한 말이지만, 실제생활에서는 가장 놓치기 쉽고 실천하기 어려운 핵심이기도 합니다. 


저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말하여지는 '성공'에는 다른 삶을 밟고 올라선다는 느낌이, 경쟁자를 발 아래 두고 정상을 차지한다는 이미지가 먼저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데일 카네기는 미국의 산업혁명 이후, 개인화된 사회의 무한경쟁 속에서 서로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입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한 성공은 행복이며, 행복은 관계에서 오고, 링컨처럼 원수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자질과 삶의 태도를 가져야 진정한 성공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깨달은 선구자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집니다. 미소를 짓고, 이름을 외우고, 체면을 세워주고, 칭찬을 하고, 내 관심이 아니라 상대의 관심에 집중하고, 잘 들어주라는 가르침들이 모두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런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행복감이 데일 카네기가 역설하는 용기와 자신감과 에너지와 믿음과 긍정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자기계발서를 많은 읽은 독자에게 데일 카네기의 가르침은 어쩌면 지루한 반복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강의에서 들려지는 풍부하고 생생한 사례들은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깨달아지고 나도 그렇게 실천해봐야겠구나 하는 뜨거운 열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데일 카네기가 억지로 목줄을 매고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길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놓게 됩니다. 특히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독자라면, 머릿속으로 원리는 알아도 실천력이 약하다는 반성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케네기의 강의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예화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흥미롭게 이 시리즈를 완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값이 신경 쓰일 독자분들도 많으실 텐데 코너스톤 <데일 카네기 시리즈 전집>은 독자들의 가격 부담도 많이 고려하여 책값을 책정해주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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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 지친 당신의 마음속에 걸어놓다
채운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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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적인 자기계발서?



철학과 그림의 만남이라는 소재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고고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동서양의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면서 강의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력이 기대감을 더 높였습니다. 그런데 <철학을 담은 그림>은 철학책도 아니고 철학적 사유를 통해 그림을 재해석하는 책도 아니고, 오히려 자기계발서처럼 읽힙니다. 세상은 고통스러운 곳이지만 사는 게 고통스럽더라도 위로와 의지처를 찾아 해매지 말고 내가 나를 구원해야 한다는 저자 개인의 철학이 강하게 녹아 있습니다. 어떤 그림을 보아도 모든 결론이 이 한 곳으로 모아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우리네 인생이 매일 저렇게 요동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인생은 길들이 잇는 육지가 아니라 저처럼 출렁거리는 바다일지 모릅니다. 길이 없는 바다에서 내비가 무용하리란 건 말할 필요도 없지요.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해야 할 일은 바람과 물결의 요동을 느끼면서 순간순간 방향을 잡는 일입니다. 가족을 잃고, 사업이 망하고, 관계가 절단 나고, 원인 모를 두려움과 우울함에 허우적거리며, 그렇게 저마다의 고민을 가득 안은 채 우리는 바다 위를 떠돕니다. 이런 고비나 갈림길마다 인생의 내비가 나를 안내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내비는 없습니다. 폭풍우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터너처럼 있는 힘을 다해 중심을 잡는 일뿐입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흔들거리며 중심을 잡는 것, 폭풍우를 응시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러다 보면 방향감각도 생기겠지요. (...) 우리의 가장 확실한 내비게이션,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119).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책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처럼 힘찬 응원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메시지와는 모순되게 오히려 생에 대한 깊은 비관에 젖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위에 인용한 문장을 읽으며 살짝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난파 당한 사람에게 "폭풍우를 열심히 응시하는 것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방향감각도 생기겠지요"라는 말보다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까요.



"우리 자신과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다시 아이 되기를 시도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믿어온 모든 것들을 다시 의심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혹 사는 게 고통스럽다면, 위로와 의지처를 찾아 헤맬 일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다른 감각과 사고를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요?"(9)



<철학을 담은 그림>은 일단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익숙하고 유명한 작품도 많지만 가장 강렬했던 건, 프롤로그에 소개된 "고통에 봉헌된 아이"(파울 클레)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작품으로 강렬하게 치솟았던 흥미는 책을 읽어갈수록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저자의 철학이 제가 가진 인생관 부딪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정확히 똑같은 상황에서 정반대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요? 저자가 어찌할 수 없는 위기와 깊은 절망의 끝에서 나 아닌 그 누구도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저는 인간은 누구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나 자신에 집중하라고 외치는데(스스로 척도가 되라는!), 제 생각은 정반대입니다. 척도(진리)는 주관적인 내 안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와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철학을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에 거부감이 들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한 실망은 순전히 저 개인의 감상일 뿐입니다.


우리가 믿어온 모든 것들을 다시 의심하라고 하면서도 철학적 사고가 아니라 정답을 주입하는 듯한 논리, 고통에 대한 다른 감각과 사고를 배워야 한다고 하면서도 잔인한 현실을 긍정해야 한다는 강요가 독자가 스스로 성찰하고 사유할 기회를 앗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자는 글을 쓰면서 길을 알려 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말입니다. 저의 이런 비관적인 감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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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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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뭔가 잘못되었다.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다"(16).

2011년 8월, 베를린 공원 한복판에서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히틀러, 그가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히틀러는 왜 자신이 독일제국 총통 관저도 아니고 지하벙커도 아닌 곳에서 깨어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1945년이 아니라 66년이나 시간이 흐린 2011년이라니! 히틀러는 되살아나지 않는 기억에 매달리는 대신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현재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대체 독일제국의 아군이 누구이고 누구를 향해 총을 겨눠야 하는지조차 모른다"(25).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내겐 군대도 없고, 사령부도 없고, 무장친위대도 없다"(31).

독일은 전쟁에서 졌으며, 독일제국은 일명 독일연방공화국이 되었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독일연방공화국 총리란 직함을 맡은 여자이고, 독일 영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쟁터에 흘린 우리 독일 국민의 피와 땀이 이렇게 배반당하고 말다니!"(34). 히틀러는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이고, 1919년 전쟁에서 패한 독일이 끝없는 나락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가던 그때 독일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다시금 세상을 바꿔놓은 것처럼 고독한 투쟁의 길을 걸으며 독일 국민을 수렁에서 끄집어내기로 결심합니다.


"이 세상에서 주어진 내 운명의 길을 가려면 나를 만천하에 드러낼 획기적인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급하다"(58).

독일 시민이 보기에 히틀러보다 더 히틀러 같은 히틀러는 곧 방송관계자의 눈에 들어 정치를 풍자하는 TV쇼에 출연하게 되고, 많은 사람이 그의 완벽한 독재자 코스프레(?)에 열광하게 되면서 그는 일약 유튜브 스타로 떠오르게 됩니다.



만일 히틀러가 2015년 서울 한복판에서 깨어난다면?

<그가 돌아왔다>는 66년만에 다시 깨어난 히틀러가 미디어를 통해 다시 대중을 선동하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독일의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한 단면을 해부한 블랙코미디입니다.



예전에,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런 풍자유머가 유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사랑하여 에디슨, 퀴리 부인, 아인슈타인을 다시 태어나게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한참 활동할 나이가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천사를 보내셨습니다.

천사가 세기의 과학자들을 찾아보니,

에디슨은 발명 특허를 내려 했지만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아서 접수가 되지 않았고,

퀴리 부인은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으나 얼굴이 못생겨서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졌으며,

아인슈타인은 수리영역 외에는 점수가 좋지 않아 대학에 떨어져 논문을 발표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책 말미에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로 유명한 김태권 작가의 스페셜 만화가 한정판 특별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히틀러가 베를린이 아닌 서울에서 깨어난다면 그는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겟지만, 이 책이 우리 사회를 풍자한 블랙코미디였다면 훨씬 몰입도가 높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히틀러가 처음 TV를 접하는 장면입니다. 기대감을 가지고 TV를 켠 히들러는 크게 실망합니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우스꽝스럽게도 요리사가 나오다니! (...) 하지만 그래도 독일 어디에선가 혹은 세계 어디에선가 요리보다는 뭔가 좀 더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화면에서는 어떤 부인이 나와 요리사가 칼로 야채를 써는 동작에 대해 굉장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화를 했다. 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독일 국민은 웅대한 가능성을 하늘로부터 선물 받았는데 요리나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다니"(70).


"지도자의 특별한 재능이란 하나하나의 사건을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빠르게 결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떠맡는 것"(102)이라는 신념을 가진 히틀러는 정치인으로서 자기 할 일을 분명히 하기 위해 독일 민족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공원에서 개똥을 주워 담고 있는 '미친' 여자에 놀라고, 사소한 규칙으로 뒤덮은 독일식 탁상공론이 독일 국민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것에 절망하고, 매년 낙태수술이 훗날 동부전선에 투입할 4개 사단 반큼의 병력 부족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정당의 대표라는 놈은 당원들의 고초보다 자기 스포츠카의 도색이 벗겨질까 봐 더 걱정하고 있는 현실에 한탄하고, 국제적 금융 세력의 대자본이란 독으로 독일 땅이 오염되었음에 분노합니다.



"진정으로 집을 짓는 사람은 바로 독일 국민이오"(326-327).

히틀러는 연설의 천재였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선동의 대가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히틀러의 그러한 면모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나치운동에 앞장섰던 프리모 레비라는 인물은 "질문 없는 국민이 히틀러라는 괴물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히틀러라는 괴물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국가가 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아닌지 묻지 않는 국민들이라는 것입니다.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 인간들이 히틀러라는 괴물보다 더 위험다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온 히틀러는 미디어의 힘에 눈을 뜨면서, 예전처럼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 10만 명 이상의 돌격대원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책을 덮으며, 우리가 가장 경계하고, 감시해야 하고,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은 '미디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재자들이 항상 미디어를 장악하려고 혈안이 되었던 것처럼, 국민 모두가 미디어 지킴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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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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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영원히 정착하고 싶어지는 땅?



"함흥차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왕위를 물려주고 함흥으로 가버린 뒤, 태종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풀고자 함흥으로 여러 번 사신을 보냈으나, 이성계가 그 사신들을 죽이거나 잡아 가두고 보내지 않아 한 번 가면 깜깜소식이라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우리는 심부름을 간 사람이 소식이 없을 때, "함층차사"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호주" 하면 가장 먼저 "함흥차사"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게 호주는 한 번 가면 안 오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어학연수를 위해 갔건, 여행을 갔건, 일 때문에 갔건 한 번 호주로 떠난 지인들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고 호주로 아예 삶의 거처를 옮겨버렸습니다. 여행을 간 후배 여러 명, 워킹홀리데이비자로 1년 정도 일도 하고 외국생활도 익히겠다고 했던 사촌 동생과 교회 청년 여러 명, 호주로 출장을 갔던 또 다른 사촌 동생이 모두 호주에 정착해있습니다. 딸의 출산을 돕기 위해 호주에 다녀오신 고모도 이번 참에 이민을 갈까 하십니다. 호주는 그런 곳인가 봅니다. 영원히 정착하고 싶어지는 땅말입니다. 


제 동생 둘도 호주에서 2년 정도 살다 왔고, 거기서 만난 친구는 호주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이 친구들의 호주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지상에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어집니다. 호주가 좋은 이유를 물어보면, 첫째는 아름답다는 것이고, 둘째로 꼽는 것은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제 동생은 호주에서 돌아와 대한민국 땅에 들어선 순간 잊고 있었던 걱정근심들이 가득 차오르더랍니다. 호주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살았는지 새삼 깨달아졌고요. 오자마자 이민 가겠다는 걸 부모님이 겨우 겨우 말렸습니다. 이런 동생들의 반응 덕분인지, 언제나 제 수첩에는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호주가 매년 기록되고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



"시드니는 모든 좋은 날의 시작이 가능한 곳이다" 


이 책도 역시 호주의 매력에 푹 빠져 호주로 거주를 옮긴, 오늘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만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호주 곳곳을 누비는"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여행 가이드북이라기보다 12년을 호주에서 살며 직접 경험하고 느낀 '리얼한 호주'의 매력을 담아냈습니다. 생의 가장 절박한 순간에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자 끊었던 시드니행 티켓이 그녀의 운명이 되었고, 오랜 시간 시달려온 고열과 고열 같은 삶이 "늘 새로운 인연으로 북적이고", "따뜻하게 때로는 격하게 그 모든 인연들"을 반기는 시드니에서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니 왜 지인들이 호주에만 가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지도는 가방 안에 넣어두고 천천히 걷기로 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은 총 10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리얼한 호주의 매력을 소개하는데, 하나의 꼭지마다 제목 + 감상 + 정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내게 주는 가장 멋진 선물, 멜버른"은 제목만 읽어도 설레이고, 멜버른에 있는 '레인웨이'라는 길이 영화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사들의 쇼핑 거리, '다이애건 앨리'와 꼭 닮았다는 이야기는 가보지도 않은 멜버른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줍니다. 또 이곳을 여행할 때는 이색적인 장소가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무료 워킹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과 함께 무료 워킹투어에 관한 대략정보도 알려줍니다.


이 책은 마치 친구가 보내온 편지인듯, 우연히 손에 넣은 누군가의 일기장인듯 그렇게 읽힙니다. 호주 여행에 관한 책이면서, 또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만일 호주를 여행하게 된다면 지도는 가방 안에 넣어두고 천천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도를 보느라, 목표지를 향해 가느라, 진짜 만나야 할 호주를 놓쳐버릴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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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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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비틀고, 세상을 비틀고, 나를 비틀다!



책 제목부터 뭔가 암호스럽습니다. 부제가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이라고 하는데, 일단 '존버'의 뜻부터 찾아보았습니다. '존버'는 "더러븐 세상 존*게 버티자"의 줄임말이랍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더러운 세상을 열심히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 지혜서입니다. <뚝,>은 매우 권위있고, 신비로운 언어입니다. 막무가내로 떼쓰며 엉엉울던 아이도 엄마의 "뚝,"이라는 엄한 한마디면 언제 울었냐 싶게 눈물을 그치곤 하니까요. 한마디로 세상 더럽다고 징징대지 말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주인공에게 선배가 주었던 따끔한 조언이 떠오릅니다. "솔직히 자기가 무슨 노력을 했어? 징징대기만 하잖아!" 같은 맥락 아닐까요.

 

  


<뚝,>은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인 문인 하창수 선생님이 묻고, 이 시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 중 한 분인 이외수 선생님이 답을 한 대담집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가 그 첫 번째 대담집이고, 이 책은 두 번째라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창(질문)과 무엇이든 막아낼 수 있는 방패(대답)가 불꽃을 튀깁니다. 날카로운 질문에 덩달아 심각해지다가도 어떤 질문도 능청스럽게 다 받아내는 이외수 선생님의 내공에 활들짝 놀라곤 했습니다. 질문이나 답변이나 워낙 기발해서 어떤 것들은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농담 속에 뼈가 있다는 말처럼 가벼운 듯 싱거운 듯 툭툭 던지는 대화 속에 놀라운 성찰로 얻어진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으로 생각의 허를 찌른 답변 중에,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었습니다. 


질문 )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항상 갈등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답변 ) 짜장면은 짜장면대로 고유의 맛이 있고, 짬뽕은 짬뽕대로 고유의 맛이 있어요. 둘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건 번갈아 가면서 먹으려 하지 않고 한꺼번에 먹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버려야 해요. 둘을 놓고 더 맛있는 건, 더 나은 걸 택하려는 자신을 바꿔야지 짜장면이나 짬뽕을 바꿀 생각을 하면 안 되죠. 뚝! (82-83).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은 생각 비틀기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보이는 대로, 보이는 것만 믿고 살면 세상은 힘 센 놈이 다 해먹는 더럽고 서러운 곳일지 모르지만, 비틀어 생각하면 하찮게 대우받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일 수 있고, 약하다고 괄시받는 것이 사실은 가장 강한 힘일 수도 있다는 것에 눈 뜨게 될지도 모릅니다. <뚝,>을 읽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는 어디에서 오는가, 참 지혜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요. 이 책은 그렇게 비틀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남들 하는 대로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고, 이 책의 통해 세상을 한 번 비틀어보면 바로 눈앞에 있어도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질문 ) 성공해서 부자가 된 친구 앞에 서면 평범하게 살아온 나는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잘못 살아온 것일까요?


답변 ) 인간은 돈이 없을 때보다 사람이 없을 때 한결 초라해집니다. 그러나 돈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 경우는 돈이 떠나면 사람도 떠납니다. 비록 돈은 없지만 곁에 머물러줄 사람이 많다면 그가 바로 진정한 부자입니다. 사람 부자가 되십시오. 뚝! (98-99).




이 책이 한창 책으로 만들어질 즈음, 이외수 선생님은 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더러운 세상 존*게 버티자고 외쳤던 이외수 선생님에게 이 세상은 좀 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징징대는 울음을 "뚝," 그치고 인생의 꽃을 피우자는 선생님의 조언이 더 절절히 가슴을 파고드는 건, 그 자신이 혹서와 혹한을 잘 견뎌낸 분이며, 지금도 씩씩하게 고난을 정면으로 돌파해가고 계신 분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우리의 인생을 열심히 응원하듯이, 저도 이외수 선생님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들려주신 말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선생님도 아직 우리에게 들여줘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걸 꼭 기억하시고, 이전보다 더 멋진 님이 되어주시기를, 뚝!


"진흙을 헤치고 연꽃이 피듯, 어둠을 걷고 새벽이 오듯 행복도 그렇게 옵니다. 봄꽃, 가을꽃의 표정을 보십시오. 봄에 피는 꽃들에는 햇볕을 간절히 그리워한 표정이 나타나 있고, 가을에 피는 꽃들에는 서늘한 바람을 그리워한 표정이 나타나 있습니다. 인생의 꽃을 피우려면 혹서와 혹한을 잘 견뎌내야 합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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