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드 - 신인류 "글로마드"는 어떻게 비즈니스 세상을 바꾸는가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인류를 이해하는 보편적 코드는 정말 존재하는가?" 이 책이 던지는 화두입니다. 저자의 이 질문이 흥미로운 것은, 그가 바로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는 <컬처 코드>를 주장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전작 <컬처 코드>에서 각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고유의 코드를 세상을 알렸다면, 그 후속작인 이 책을 통해서는 전 인류가 공통적인 성향을 보이는 '글로벌 코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딩과 창조성, 혁신 분야의 전문가로서 평성이 높다"는 저자가 <컬처 코드>를 통해 주장했던 것은 "왜 미국에선 인기를 끈 스포츠카가 프랑스에선 외면당하는지, 전통차를 마시는 일본인에게 커피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컬러 코드"(6)라는 것이었습니다. <컬처 코드>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의 코드는 '통제', 미국의 코드는 '엽총', 독일의 코드는 '원칙'(29)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글로벌 코드>에서는 이러한 자기 주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은 개개의 문화를 넘어 글로벌적인 무의식에 강력하게 영향받는 시기에 이르렀다"(7)고 단언합니다. 



"컬처 코드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특정 문화의 시선을 말해준다면, 글로벌 코드는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그 대상을 바라보는지를 알게 한다"(7)


저자는 '글로벌 코드'를 "글로벌적인 무의식", 즉 "인류의 무의식적인 코드"라고 정의하며, 총 12가지(글로벌 부족, 도시국가, 이동, 아름다움, 고급문화, 쾌락, 안전, 변화와 적응, 리더십, 교육, 밀레니얼 세대, U곡선)로 그것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12가지 코드를 모두를 연결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글로벌 부족'이라는 개념입니다. 글로벌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부족'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코드를 창조하고, 공유하고, 퍼뜨리는 것이 바로 "글로벌 부족"이라는 신인류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글로벌 부족"이라 이름 붙인 "특정 집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족과 함께 쉼 없이 세상을 돌아다닌다"(36)는 것입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며, 여러 언어(세 가지 이상)를 구사할 줄 알고, 적어도 세 문화 이상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으며, 그래서 특정한 지역을 고향이라 정의하기 애매하며,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글로벌 부족의 다양한 구성원과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이루는 사람들입니다. '다문화적 인간', '유목민적 라이프 스타일', '플래티넘 집시' 모두 글로벌 부족을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이중 '플래티넘 집시'라는 말은 "플래티넘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여행 가방을 들고 허브에서 또 다른 허브로 이동하는 집시라는 의미"입니다(36). 자신이 글로벌 부족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다음의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보면 됩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몇 개 국어가 가능한가? 얼마나 많은 모임에서 활동하는가? 얼마나 많은 기업에서 일하는가?"(67)


허브에서 살고, 끊임없이 여행하며, 세상을 비교하고, 그 과정에서 유행을 창조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또 다른 세계관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창조해내는 새로운 가치 체계가 바로 '글로벌 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부족들은 '도시국가'로 모이고, 함께 "이동"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때 이들의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입니다. 이런 식으로 '글로벌 코드', '글로벌 부족', '도시국가', '이동', '예측 가능성', '안전' 등의 개념은 유기적으로 서로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키워드가 됩니다. 그런데 또 어떤 글로벌 코드는 그 유기적 연결에서 동떨어져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저자가 "아름다움"이라 이름 붙인 글로벌 코드는 '0.7'이라는 숫자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문화마다 극명하게 다르게 나타나는 가운데, 저자는 문화를 뛰어넘는 인류 공통의 미적 기준을 찾아내었습니다. 배꼽을 드러낸 아랍, 인도, 미국 여성을 보며, 엉덩이와 허리의 이상적인 비율을 말하는 '0.7'이 "아름다움"에 대한 글로벌 코드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설명에 사고의 흐름이 다소 혼란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코드를 창조하는 주체가 '글로벌 부족'이라는 설명과, '0.7'이라는 아름다움의 글로벌 코드는 글로벌 부족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저자는 글로벌 부족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가치는 재산(돈의 규모)이 아니라, "태도"라고 말하지만, 글로벌 부족의 구성(왕실, 신하, 공급자, 창조자, 제3의 컬처 키드열망자)을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글로벌 부족은 다름 아닌, 신흥귀족계급처럼 이미자화되기도 합니다. 열린 세계의 사람들이라는 설명과 달리 그들만의 네트워크는 쉽게 끼어들 수 없는 닫힌 세계로 보이기도 하고, (제가 책을 잘못 읽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들이 퍼트리는 문화에 열광하며 그들과 같이 되기를 열망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미지는 꼭 귀족들이 던져주는 뼈다귀를 갈망하는 하등한 존재로 느껴져 마음이 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이름은 '글로벌 코드'인데 (아직은) 글로벌 부족이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극히 지엽적인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아이러니도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문화적 변화에 쉽게 적응하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특정 지역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국가에서 일하고 거주한 경험이 있으며, 지속적인 변화를 즐기며, 인간적인 접촉과 가족에 대한 책임, 죽음이 아닌 생명, 아름다움과 고급문화, 쾌락, 여성의 가치와 같은 덕목을 지향하는 글로벌 부족이 리더의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가 그러한 글로벌 부족,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고 봅니다. 


순전희 독자의 역량 부족 때문이겠지만, 저에게는 그리 재미있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부분 부분의 단편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으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모호하기만 한 것이 독서의 뒷맛이 영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이름은 글로벌 코드인데 전혀 '글로벌'하게 보이지 않는 코드가 있다는 것, 전 인류의 공통적인 관심사라고 하기에는 자본주의의 욕망에 현혹되고 있는 듯한 불편한 느낌, 글로벌 부족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세상에서 도태되고 말 것 같은, 아니 그들에 비해 하등한 존재인 것만 같은 검은 좌절감이 더 큰 책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책을 잘못 읽고 용감한 글을 쓴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오독을 나무라시면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더 핑크 출애굽기 강해 아더 핑크 클래식 4
아더 핑크 지음, 지상우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보통 '성경 강해'라고 하면 목사님과 같은 전문 사역자들이 설교 준비를 위해 많이 읽는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기독교 독자들에게 더 널리 익히는 책은 '강해 설교집'입니다. 강해가 좀 더 전문적인 성경연구라고 하면, 강해 설교집은 그것을 조금 더 은혜롭게 메시지화한 책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경연구를 위한 '강해'는 그만큼 전문적이 지식을 소화할 수 있는 신학적 배경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더 핑크 출애굽기 강해>, 이 책에 주목한 이유는 '아더 핑크'라는 이름 때문입니다. 출판사가 <아더 핑크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시리즈를 발간할 만큼 권위가 있는 성경연구가일텐데 제게는 낯선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놓쳐서는 안 될 고전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출판사는 '아더 핑크'를 "많은 책을 저술한 20세기의 유명 기독교 작가이자 성경 연구가"라고 소개하며, 그에게 "말씀의 빛을 전해주는 청교도 정신의 신학자"라는 별칭을 붙여 주었습니다. 저자 소개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복음주의와 청교도 정신에 입각한 설교를 했던 아더 핑크는 '듣기 좋은 설교'들이 주를 이뤘던 당시의 회중들에게 심한 배척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가 제대로 평가된 것은 안타깝게도 그의 사후에 이루어진 일이랍니다. 듣기 좋은 설교가 아니라, 들어야 할 말씀(메시지)을 전한 사역자였다는 것을 그의 삶이 말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배척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정이나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꺾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말씀의 능력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더 핑크 클래식> 시리즈로 <요한복음 강해>, <산상수훈 강해>, <창세기 강해>, 그리고 이 책 <출애굽기 강해>가 나와 있는데, <출애굽기 강해>는 "핑크의 가장 뛰어난 저서 중 하나"라고 단언합니다. 특히나 '출애굽기'는 하나님의 구원의 원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모든 성도들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점에서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는 성경책이기도 합니다. "성경의 첫 번째 책이 구원을 위해 하나님이 선택한다고 가르쳐주듯이, 두 번째 책은 하나님이 이른 바 구속을 통하여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렇다면 구속이 출애굽기의 지배적 주제가 된다"(10). 그런 의미에서, 일생에 한 번은 <출애굽기>를 집중해서 연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하나님을 힘써 알라는 명령에 순종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혼자 의미를 부여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더 핑크 출애굽기 강해>만의 성격과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강해와 설교의 중간 정도 되는 책이고 평하고 싶습니다. 보다 깊이 말씀을 이해할 수 있는 신학적 지식과 성경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원리,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들이 말씀을 읽을 때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인 포인트를 짚여주는데, 그 포인트들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독자들은 출애굽기의 핵심 구절로 간주되는 출애굽기 15:13을 주목하기를 바란다. "주께서 구속하신 백성을 인도하시되 주의 힘으로 그들을 주의 거룩한 처소에 들어가게 하시나이다." 여기서 하나님의 '은혜'에 내포되어 있는 구속의 요구를 주목하라. 구속자의 능력은 그의 '힘'으로 언급되며, 구속의 특징은 '백성을 인도하심'으로 묘사했으며, 구속함을 받은 자들의 책임과 특권은 성막을 언급하는 '거룩한 처소'로써 보여준다"(11)



<아더 핑크 출애굽기 강해>는 출애굽기라는 성경의 두 번째 책이 성경의 전체적 맥락 안에서 갖는 의미와, 출애굽기 자체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각 장과 각 구절이 말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통찰해냅니다. 또 성경연구를 '지식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깊은 영성 가운데 일구어낸 통찰이라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줍니다. 평신도를 위한 출애굽기 성경공부 교재로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한꺼번에 통독하기 힘든 독자들은 이 책을 옆에 두고, 출애굽기를 읽다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찾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 성경연구를 위해서는 단 한 권의 책(강해)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아더 핑크처럼 믿을 만한 신학자들의 책 한 두권을 함께 참조하는 좋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백록 - 라틴어 원전 완역판 세계기독교고전 8
성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 오버해서 말하자면,) 제 신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나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이,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읽어본 사람도 별로 없다는 것이 함정일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언젠가는 꼭 읽어야겠다는 다짐만 여러 번 했던 책인데, 이번에 크리스천다이제스트에서 '라틴어 원전 완역판'으로 <고백록>을 출간했다고 하여 완독에 도전해볼 좋은 기회다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역시 세월을 거슬러 읽혀지는 고전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신앙인 사이에서 사랑을 받아온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당시에 나를 기쁘게 해 주었던 것이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 외에 무엇이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밝은 길을 걸어가지 못하였고, 도리어 진흙 뻘처럼 끈적끈적한 "정욕"과 젊음에서 솟구쳐 나오는 "혈기"가 내뿜는 뿌연 안개가 내 마음을 덮어 어둡게 하였기 때문에, 청명한 날 같은 "사랑"과 안개 같이 희뿌연 "정욕"을 분별할 수 없었습니다. 이 둘은 내 안에서 서로 뒤엉켜 끓어올라서, 불안정했던 나의 청년기를 정욕의 낭떠러지로 이끌고 가서는, 소용돌이치는 치욕의 심연 속에서 던져 버렸습니다. ... 나는 음란함에 사로잡혀서 온갖 짓을 다하며 내 자신을 함부로 굴리며 제멋대로 살다가 결국 다 터버리고 소진되고 말았지만, 주님께서는 침묵으로 일관하셨습니다. 나의 기쁨이신 주님이여, 주님은 왜 그리도 느려터지신 것입니까!(60-61)


해설을 맡은 김명혁(전 합동신학대학원) 교수는 <고백록>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가 개종한 후 11년 되던 해인 397년 그가 43세 되던 때, 출생 후부터 그 당시까지의 그의 전생애의 내면생활의 변화 과정을 적나라하게 파혜쳐 묘사한 "영혼의 자서전"이다(512). "영혼의 자서전"이라는 한마디에 이 책의 성격이 잘 응축되어 있습니다. <고백록>이라고 하면 자신의 죄를 '낱낱이' 아뢴 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고백록>은 죄가 초점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 진리이신 하나님, 아름다우신 하나님께 드리는 영혼의 '깊은' 기도요, '기쁜' 찬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목적으로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까? 나의 목적은 나와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에게는 "깊은 곳"이 있고, 우리는 그 "깊은 곳에서" 주님께 부르짖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시 130:1). 왜냐하면, 우리 마음의 "깊은 곳에서" 고백하는 것과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더 하나님께 기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63).


<고백록>이 많은 신앙인들에게 그토록 엄청난 영혼의 떨림을 안겨줄 수 있었던 것은 무서울 만큼 솔직하다는 것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고백 앞에 내 영혼도 벌거벗겨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홀로 괴로워했던 갈등들, 완벽하게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정욕들, 긴긴 밤 몸부림쳤던 의문들, 나를 집어삼켰던 절망의 실체를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짙은 어둠들이 더럽고 추악하고 과장되게 고백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진솔하게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는지 그 한 문장 한 문장이 아름다운 기도가 되었습니다.





내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내내 목소리를 높여 으르렁거리며 사납게 짖어댔던 대상이 참된 그리스도교 신앙이 아니라, 나의 육신적인 생각으로 만들어 낸 허구적인 그리스도교 신앙이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한편으로는 기뻤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탐구하여 제대로 알려고 하거나 확인하려고 하지 않고, 아주 성급하고 불경건하게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런 것이라고 내 멋대로 단정하고서 단죄해 버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님은 가장 높이 계시면서도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계시고, 아무도 찾지 못하게 가장 은밀하게 숨어 계시면서도 우리 곁에 가장 분명하게 임재해 계시며, 크고 작은 지체들을 가지고 계시지 않고, 그 어느 특정한 공간에 묶여 계시지 않지만 어디에나 전체로 계시며, 우리와 같은 유형적인 육체를 가지고 계시지 않지만 자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지으셔서, 머리부터 발까지 공간 속에 존재하게 하셨습니다(170).


<고백록>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도전을 준 것은 진리를 알고자 하는 격렬한 몸부림과, 그것을 통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 가운데로 나아가는 신앙의 자세였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안다고 할 때, 나는 무엇을 아는 것인지? 내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할 때, 나는 무엇을 믿는 것인지? 내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할 때,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 것인지?' 진리를 가르쳐주시기를 하나님께 간구하며, 깊이 고뇌하는 그 모든 순간이 바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전심으로', '온전히' 하나님 앞에 나아가고, '순결하고 정결하게' 하나님 앞에 선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마음을 다하여, 목숨을 다하여,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만듭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참된 그리스도교 신앙이 아니라, 나의 육신적인 생각으로 만들어 낸 허구적인 그리스도교 신앙"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이번에 크리스천다이제스트에서 발간한 <고백록>은 라틴어 원전 완역판입니다. 총 1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서전적 고백을 담은 9권까지가 많이 읽히고, "완전한 하나님의 인식을 위한 창조의 말씀, 시간의 철학, 창세기의 풀이를 통해 하나님의 위대함을 찬양하고 있"는 마지막 11, 12, 13권은 출간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508). 그러나 마지막 11, 12, 13권까지 읽지 않았다면 <고백록>을 온전히 읽었다고 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시간 동안 번역되어 나온 <고백록>이 많이 있지만, 크리스천다이제스트의 책으로 완독하기를 권해드립니다. 번역도 아주 잘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문장들이 매끄러우면서도 아름답고 힘이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아프리카 사람, 그러니까 흑인이 맞습니까? 그의 고향은 아프리카이고, 그의 부모님 역시 아프리카에서 출생했고, 그가 오랫 동안 동거했던 여인이 흑인(혹은 흑인 노예) 여성이었다고 들었는데, 아우구스티누스가 흑인이었다는 설명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를 그린 성화들을 보면 그가 흑인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어쩌면 이것은 교회사에 감추어진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나는 어디에 풀빛 그림 아이 58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라는 명성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의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일까요? 일단 그림(일러스트)이 굉장히 화려하고 섬세합니다. 그림책이요, 어린이동화책이라 글만 읽으면 5분도 안 되어 후다닥 읽어버릴 수 있지만, 그림을 구석구석까지 찬찬히 훑어보며 그림 안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읽어내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책입니다. 그림이 (글로 다 설명되어지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그림책'이나 '아이들의 것'이라고 하면, 특히 일러스트 같은 부분은 조악하게 만들어진 것이 흔했는데, 요즘은 '어린이용'의 수준에 깜짝 깜짝 놀랍니다. 예전에는 어린아이의 수준(?)이 무시되었다면, 지금은 어린아이의 것일수록 더 많은 공을 들입니다.  만큼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어린이 시장이 넓기 때문이겠지요? 출판계가 불황일 때도 부모들이 자신을 위해서는 책을 사지 않아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지갑을 기꺼이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데르센이나 이솝처럼 쉬운 이름이었만 좋았을 텐데 아이들은 그 이름을 부르기도 힘든) '스벤 누르드크비스트'라는 이름의 건축가 출신의 그림책 작가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상당히 수준높은 아동문학'이라는 평이 절로 나올 만큼 깊이가 있습니다. <누나는 어디에>라는 짧은 동화를 읽으면서도 "우리가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가 이런 것이었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릿했습니다.


 


 



누나를 찾아 떠나는 대모험, 비밀의 열쇠는 내 안에 있어요!



"누나가 또 사라졌어요!"


누나는 곧잘 사라집니다. 그래서 동생은 누나를 늘 찾아다녀야 합니다. 동생도 함께 데리고 다니면 좋겠지만, 이 나이 때에는 동생이 귀찮을 때가 많지요. 동생은 사라진 누나를 찾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할아버지는 누나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제공합니다. "누나가 어디 있을지는 누구보다도 네(동생)가 잘 알 거야." 할어버지의 말을 듣고 동생은 누나가 있을 만한 곳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의 이 말은 우리에게도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의 열쇠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할아버지의 말을 자꾸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누나는 할어버지 정원을 좋아해요. 배나무에 새들이랑 앉아 있는 걸 좋아해요. 먼저 거기 가봐요."


동생은 누나가 좋아하는 곳, 누가가 좋아하는 일, 누나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누나가 있을 만한 곳에 모두 가봅니다. 누나는 할아버지 정원을 좋아하고, 새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새들의 말도 다 알아들 수 있대요. 또 누나는 갈매기처럼 하늘 높이 구름 사이를 날고 싶다고 했고, 도시의 높은 빌딩 같은 높은 곳을 좋아하고, 산이란 산은 다 오르고 동굴이란 동굴은 다 들어가 보고 싶어하는 누나는 참 엉뚱한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누나가 하는 말을 모두 믿지는 말라고 하네요.



 


 


어쩌다 어른이 된 후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일까요?



동생과 함께 누나를 열심히 찾아다니다 보니, 그림 속 어딘가에 누나가 숨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누나를 찾아다니다 참 재밌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하늘을 나는 기구를 타고 인간들의 박물관 위를 날아가며 동생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누나는 언젠가 새가 먹다 남긴 솔방울을 발견했대요. 베개 옆 상자에 오랫동안 두었다가 버렸대요." 동생의 말을 들으니, 인간들이 박물관이 꼭 누나가 솔방울을 간직해두었던 상자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어쩌면 하루종일 인상을 찌푸리며 사는 어른들의 '진지한' 세계가 훨씬 더 유치해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이든 즐거운 놀이가 되었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이 무서운 세상도 모두가 함께 모여 놀 수 있는 재밌는 놀이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놀랄만한 사건은 기억을 더 풍부하고 촘촘하게 한다. 많은 것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그것을 정보로 저장하면서 기억을 풍부하게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한 어른들은 기억으로 남길 만한 새로운 것이 별로 없어서 시간을 빠르게 느낀다." 


<나를 위한 시간 혁명>이란 책에서 읽은 글입니다. 어른들은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시간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고 투덜거리지요. 그런데 시간이 빨리 흐르는 이유가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을 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비밀의 문도 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누나처럼, 누나를 찾아나선 동생처럼 "안전지대를 벗어나 매일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어쩌다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여전히 "누나"가 필요해요!



세상을 낯설게 보는 누나말입니다. 누나는 절대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아요. 세상을 낯설게 보는 누나에게는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누나는 어디에>라는 이 작품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겁고, 새로운, 어린아이의 두근거리는 세상을 열어 보여줍니다. 우리도 그렇게 세상과 마주하며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고, 성난 '개'를 무서워하기도 하고, 겨루기도 하고, 장기를 뽐내기도 하고, 나만의 비밀을 만들기도 하고, 상상의 세계로 빠져 들기도 하면서 나만의 꿈을 키웠지요.


이 그림책을 읽으며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보는 법을 다시 배웠습니다. 매일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더라고요.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세상을 낯설게 보는 것입니다!


<누나는 어디에>는 얇은 그림책이지만 '문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책이고, 어린이동화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유쾌한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책이고, 책값은 좀 나가지만 아름다운 것을 위해 한 번쯤 사치를 부려보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동화는 참 힘이 셉니다. 그것을 다시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질별 면역밥상 - KBS <건강혁명> 김동석 캠프 대장이 권하는 면역밥상
김동석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밥이 보약이 되려면 잘 먹어야 한다"(53).



나이 들면서 가장 힘든 일은 새로운 인연을 맺어가는 일보다, 오래 정들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암소식에 가슴이 철렁할 때마다 축하하는 자리보다 장례식에 갈 일이 더 잦아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아니 100세 시대여서 그런지 질병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듯합니다. 한창 팔팔해야 할 젊은 사람들도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걸 보면, 우리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는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체질별 면역밥상>은 식습관과 생활환경 개선을 통해 실제로 많은 암환자들의 호전사례를 만들어 낸 명문요양병원 김동석 원장의 책입니다.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KBS <건강혁명> 캠프 대장으로도 활동하는 김동석 원장은 한의사들 사이에서 암에 관한 전문가로 통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먹는 음식이 약"(약식동원)이라는 신념으로 환자 치유에 앞장 서고 있습니다. 


약이 되는 음식이 몸을 살린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식이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적은 듯합니다. 바쁘다, 귀찮다, 어렵다 등의 핑계로 미뤄오다 병이 발병하고 나서야 뒤늦게 식습관을 개선하기보다 건강할 때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투병 중인 분들뿐 아니라, 아직은 건강하다고 자신하는 사람들도 같이 보아야 할 책입니다. 


책의 제목은 <체질별 면역밥상>이지만, 음식에 대한 상식뿐 아니라, 음식 조리법, 발효식품 제조법, 면연력 키워주는 식품과 그 효능, 체질별 면역밥상 레시피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깜짝 놀랐던 것은 "암으로 사망한 사망자의 20% 이상의 직접적인 사인은 영양실조"(57)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암 환자의 대부분은 영양소의 부족, 체력 저하, 혈액 순환과 소화 흡수 기능 장애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암치료를 하면 영양실조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암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암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친구 어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사실상 음식을 먹지 못해 굶어서 돌아가셨던 일이 기억납니다. "암을 극복하는 기본은 체력이다. 체력이 없으면 항암과 같은 치료를 견뎌낼 수 없고 항암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항암을 하는 기간이 늘어나 문제가 된다"(53). 한마디로 암치료, 잘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체질별 면역밥상>의 핵심은 자연치유력을 증가시켜주는 식품으로 식생활을 개선하여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그중에서의 관건은 "올바르게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사람의 주 영양원 공급원이 탄수화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배운 또다른 음식 상식은 음식에서 재료만큼 양념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좋은 재료에 좋은 양념"을 넣어서 항산화 효능과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핵심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이 <체질별 면역밥상>인데 "체질감별법"이 따로 소개되지 않아 이 책의 레시피를 활용하려면 자신의 체질을 따로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확한 체질감별을 위해서는 한의사와 충분한 문진을 통해 보다 정확한 체질을 감별해야 하기 때문에 책에 따로 소개를 하지 않은 듯합니다. 또 하나, <체질별 면역밥상> 레시피를 소개해주고 있는데, 레시피 자체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체질별로 몸에 좋은 음식은 무엇인지, 어떻게 조리를 해서 먹는 것이 좋은지 '힌트'는 얻을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다 먹고 살자로 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왕 먹는 것, "면역증강 작용을 하는 음식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식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겠습니다. 건강과 음식에 관한 너무 많은 상식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라 어떤 것이 정확한 정보인지 오히려 헷갈릴 때가 많은데, 시중에 떠도는 상식과 이론을 무턱대고 따라하기보다 이처럼 자기 이력과 이름을 걸고 나온 건강서적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