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혁신가 입니까 - 성공한 CEO에게 듣는 기업문화 만들기
아담 브라이언트 지음, 유보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보스는 공포를 조성하고, 리더는 자신감을 키운다.

보스는 누구를 탓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리더는 실수를 바로잡는다.

보스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리더는 질문을 던진다.

보스는 일을 힘들고 지루하게 만들고, 리더는 흥미로벡 만든다.

보스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있고, 리더는 팀에 관심이 있다.

 

- 러셀 어윙, 영국 저널리스트(1885-1976), 152

 

 

 

직장인이십니까?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계십니까? 혹시 직장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합니다. 이런 책은 우선적으로 기업의 오너나 리더가 읽으면 좋을 책이지만, 언제 리더가 될지 모르고 또 누구라도 오너가 될 수 있으니, 리더이든 팀원이든 모두에게 해당되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혁신적인 기업문화의 요소는 무엇인지, 또 그것을 만들어가는 전략은 무엇인지를 탐구한 책입니다. 한마디로 행복한 직장,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어가는 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고 나니, 혁신적인 기업문화란 일하고 싶은 직장, 매일 출근하고 싶어지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사장실로 가는 길>의 저자이기도 한 '아담 브라이언트'는 (무선 네트워크 장비 기업인 아루바 네트웍스 CEO 도미닉 오르의 말을 빌어) 이 책에서 답하고자 하는 질문의 핵심이 이것이라고 밝힙니다. "기업이 성장해서 규모가 커지더라도 스타트업 기업의 뛰어난 장점인 빠르고 기민한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키워가는 방법은 무엇일까?"(13)  

 

(책에서 정확하게 정의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저자는 혁신적인 기업문화의 모델을 스타트업 기업에서 찾고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스타트업 기업이란 미국 실리콘밸리의 용어인데,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데,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창업기업"을 말합니다. 저자는 스타트업 기업문화의 특징을 이렇게 간추립니다.

 

모든 팀원이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부서 간의 장벽도 없고 부서 이기주의도 없다.

모든 직원이 새로운 업무를 빠르게 배우고 여러 가지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사내 정치와 관료 문화는 거의 없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두 알고 있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지 않고 솔직한 피드백을 준다.

조직의 목표가 사적인 감정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직원은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에 고무되어 있고 의무감이 아니라 즐겁기 때문에 일을 한다(30).

 

모두 옳은 말이지만 직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꿈같은 일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이런 직장을 원하지만 실현은 어려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은 혁신가입니까>는 다양한 분야의 CEO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이루어낸 혁신의 비결을 들려줍니다. 성공사례 뿐만 아니라, 실패를 통해서 깨달은 뼈아픈 교훈도 녹아 있습니다.

 

<당신은 혁신가입니까>를 읽으며 지금 내가 속한 조직의 문제는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그리고 나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고, 또 그것을 바꾸기 위해 조직이 해야 할은 무엇인지, 또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파악한 우리 조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매년 성장 목표를 정해놓고도 아무도 그 목표에 실제로 도달하리라고 믿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목표에 달성하지 못해도 매번 정확하고 진지한 평가와 반성 없이 지나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이 책에서 말하는 혁신의 기반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바로 기업문화라고 말합니다. "기업문화, 가치 공유, 협력의 근본 규율이 없다면, 직원들은 팀의 일원임을 쉽게 잊어 버리고 방어적이 되며 각 부서는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25).

 

이 책에서 배운 것을 스스로에게 적용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이면 또 뼈아픈 교훈은 "서로 존중"하기와 "성숙한 대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책임자의 자리에 앉고 보니, 실력이 없는 팀원보다 팀워크를 해치며 책임감이 없는 팀원이 제일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계속된 잘못을 하고 불량한 태도를 보일 때, 어떻게 화내지 않고 성숙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극복해나갈 것인가를 가장 고심하게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감정이 앞서고 내가 먼저 마음이 상하다 보니 화를 내게 되고, 또 화는 내면서도 마음은 약해서 그 팀원에게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됩니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은 소리지르며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분명 필요하지만, 팀 분위기를 망치고 혼자만 돋보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많은 CEO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팀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은 절대 불가'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타가 되려는 사람을 고용해서는 안 됩니다. 정말 회사에 해를 끼치게 됩니다"(99). 포용해야 할 때와 단호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일이 언제나 리더에게는 가장 어려운 듯합니다.

 

이 밖에도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위해서는 냉소주의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록커즈의 전 CEO 캐시 사빗은 냉소주의의 심각함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디어는 상처만 되고, 문제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51). 냉소주의를 없애려면 모든 팀원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규칙을 세우고, 리더부터 반드시 규칙을 지키며, 규칙을 어기는 직원을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당신은 혁신가입니까>는 현장에서 뛰는 CEO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경영학의 조직이론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법칙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떤 전략이든, 어떤 종류의 리더십이든, 각 조직이 처한 상황마다, 팀원의 개성마다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은 기업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함께 큰 그림을 그려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법, 가치를 공유하는 법,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법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말하면서도, 직원들의 열정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직원이 삶에 진정으로 의미있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다시 말해 '사람'이 중요하다는 큰 그림을 각인시켜 줍니다.

 

이 책에 인용된 테스코의 전 CEO, 테리 리이히 경의 말이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리더로서, 저는 직원들이 저를 좋아할거라고 절대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저를 신뢰하고 존경하는가는 중요합니다"(301). 이 책을 읽으며 작지만 책임을 맡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운영할 꿈을 꾸고 있는 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위한 중요한 전략과 가치, 마음의 자세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보낸다"(98)고 합니다. 자신의 자리만 지키는 데 급급한 회사가 아니라, 모두가 열정으로 일하며 함께 행복을 가꿔갈 수 있는 꿈의 직장이라면 그것 자체가 경쟁력이요, 성공이지 않겠습니까? 우선은 리더가 변해야 하겠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목표와 가치를 공유할 때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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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연대기 - 나폴레옹시대의 신고전주의부터 21세기의 복고와 신미래주의까지 패션의 역사를 만든 위대한 순간들
N. J. 스티븐슨 지음, 안지은 옮김 / 투플러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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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패션을 요구했다"(168).

패션은 시대를 읽는 주요한 아이콘인 것은, 패션의 본질에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패션의 본질은 언제나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합니다. 패션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또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기도 하면서 끊임없는 변천의 역사를 거듭합니다. 그러므로 패션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은 시대의 변화를 읽는 것과 동일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1800-2020

 

 

<패션 연대기>는 1800년대부터 2020년 패션 예측까지 시대별로 패션의 변천 역사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패션 연대기는 단순히 패션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각 시대별 패션의 특징과, 패션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각 시대별로 이상적인 여성상과 남성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흥미롭게 분석했습니다. 각 시대를 주도했던 혁신적인 디자이너와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재미입니다.

 

 


 


"우리는 패션 때문에 어리석은 일들을 수없이 저지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은 일은 스스로 패션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

 
 
<패션 연대기>를 보며, 패션은 때로 신분과 역할을 옭아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또 과시와 저항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패션만큼 나를 잘 표현하는 수단도 없지만, 동시에 천박하게 유행을 쫓는 것만큼 스스로 개성을 함몰시키는 어리석음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적, 어쩌다 패션 쇼를 접하게 되면 "저런 옷을 어떻게 입지?", "저런 옷을 누가 입지?", "입으라고 만든 옷인가, 감상하라고 만든 옷인가?"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습니다. 그만큼 '파격적'이었다는 뜻일 겁니다. <패션 연대기>가 보여주는 패션의 파격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와닿은 극적인 변화 하나는, 바로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LBD)입니다. 요즘이야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컬러로 통하는 '블랙'은 패션의 기본으로 통하지만, 샤넬이 블랙 드레스를 만들어내기 전까지 '블랙' 컬러는 상상도 하지 못한 옷이었습니다. "1920년대 리틀 블랙 드레스(LBD)를 고안하기 전까지 검은색은 상복에만 쓰이는 색이었다. 하지만 샤넬의 디자인은 심플함의 극치를 보여주었고 <보그>는 모든 여성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드레스라고 극찬하여 LBD를 '샤넬의 포드'라고 불렀다"(160). 상복에만 쓰였다는 블랙 컬러를 사용하여 귀여우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옷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패션 연대기>는 사회적 변화를 통한 패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저고리 길이를 보면 시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회가 평안할수록 저고리 길이가 길어지고,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특히 전쟁의 기간에는 저고리 길이가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서양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있었는데, 사회가 어려울수록 남자들의 넥타이 폭이 좁아진다는 분석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전쟁의 시기에 군복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보여주는데, 특히 2차 세계 대전 때, 건강한 체격의 미국과 캐나다 군인의 영향으로 유럽의 군복이 "건장한 흉부와 넓은 어깨를 강조하는 스타일"(140)이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또 패션은 늘 새롭게 변모하면서 역사를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행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패션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은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또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이기도 합니다. "패션을 사회와 역사를 반영하는 하나의 도구로 보는 순간, 흥미롭게도 패션은 사회를 의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곤 한다." <패션 연대기>는 패션에 관심이 없더라도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새로운 코드의 하나로 관심을 가지고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굵직하게 역사를 관통하며 재밌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으며 감상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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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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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All Joy and No Fun)

 

 

'엄마'로서 생각보다 심각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친구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마음 때문에 힘겨워 하는 엄마가 친구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얻었으니 하루하루가 기쁨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친구는 무척 힘겨워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정말 못 견디겠는건, 피로한 육체보다 부정적인 감정이었습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아이로부터 온전히 자유롭고 싶은 마음. 그 숨겨진 욕구가 "나는 나쁜 엄마"라는 자책과 함께 무거운 죄책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사랑과 부정적 감정 사이를 오가는 이런 마음의 혼란은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나 전업주부로 아이들과 종일 함께 있는 엄마나 별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감정 이면에는 남편에 대한 미움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밤중에 전화를 건 친구는 "꼭 남의 집에 온 것처럼 행동하는 남편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부탁'을 하지 않으면 도와줄 생각이 없고, 퇴근을 하면 문을 닫고 들어가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남편을 보면, "저 사람은 누군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혹시 출산 후 우울증이 아닐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친구의 육아 스트레스는 분명 결혼 생활의 환멸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계획된 출산이라 해도 부부 사이에 자녀가 생기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결혼생활 자체를 극적으로 바꿔어 놓습니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그 '부모됨'의 과정과 혼란, 그리고 갈등과 의미를 깊이 탐구한 책입니다. 저자는 많은 육아 서적들이 부모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책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성인인 부모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이는 자기 엄마와 아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문제에 초점"(10)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All Joy and No Fun)입니다(14). 제목이 우리에게 말해주듯이,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분명 기쁨이고 축복이지만, 부모로 산다는 것이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저자가 주목하는 문제가 이것입니다. "내가 관심을 가진 주제는, 자식이 있는 사람은 자식이 없는 사람보다 결코 더 행복하지 않으며, 오히려 몇몇 경우에는 덜 행복하다는 사실이었다"(11). 어쩌면 이 책은 "그럼에도" 우리가 부모로 사는 이유를 찾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문화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마지막 족쇄이자 의무여서 우리에게 영원히 헌신적인 의무를 요구한다"(74).

 

 

이 책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육아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생활 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아빠의 생활을 깊숙히 관찰하며 그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극적인 변화를 다각도로 심층 분석합니다. 관찰 대상이 미국의 부모들이지만, 우리의 주요 법률과 제도가 미국의 것을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육아 환경이 우리와 많이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비교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것과 대조적인 프랑스의 육아 환경을 보면, 우리가 미국과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더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가르쳐주는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우리가 어린이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19세기 초가 되어서 비로서 어른들은 아이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210). 저자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서 (어쩌면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대부분의 시기 동안 이런 일이 없었다고 설명합니다(18). 손아랫사람이었던 아이들이 어른들의 '상전'이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아빠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육아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모든 부담을 개인 가정에 떠넘긴 덕분이라는 점입니다(17). 이 책은 이러한 사회적 요인보다 개인이 경험하는 변화에 더 초점을 두고 있지만, 외부적(사회적) 요인도 깊이 다루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논의는 왜 아이들이 자기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이 아니라, 부모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지와 같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당연하지 않은 문제들을 숙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테니 말입니다.

 

 


 

 

"진짜 위험한 것은 아이들이 자기 부모를 마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무절제한 바람, 행동, 활력 등은 모두 부모가 살아온 잘 정돈된 생활을 위협한다"(42).

 

 

<부모로 산다는 것>은 현재 아이를 키우며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많은 부모님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책입니다. 때로는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위로를 받으니까요. 저자는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그들을 관찰하고 또 권위 있는 연구와 통계 자료를 통해 부모가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밀하게 포착해 내었습니다.

 

우선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달리게 되는 수면 부족의 문제, 수면 부족에 따라오는 짜증,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 등 부모, 특히 엄마의 가슴 곳에 놓은 감정들을 잘 잡아냅니다. 뿐만 아니라, 가사 노동의 분담 문제, 새롭게 정립되는 사회적 관계나 부부 사이의 성생활 문제까지 깊이 파고 들어가며 아이가 태어난 뒤에 의견 충돌이 잦아지는 이유, 기쁨을 갉아먹는 지루함과 부정적인 감정, 피 마르게 진행되는 아이와의 협상 등을 정교하게 그려나갑니다.

 

<부모로 산다는 것>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내와 남편이 똑같이 가사 일을 5:5로 분담해도 왜 아내의 스트레스가 더 클 수밖에 없는지, 서로의 입장과 태도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의 차이가 엄마와 아빠의 행복 지수에 격차를 가져온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똑같이 아이를 돌보는 일이라 하더라도 엄마가 하는 일과 아빠가 하는 일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엄마의 일은 "양치질을 시킨다거나 음식을 먹인다거나 하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97)에 치중됩니다. 그러나 엄마의 잔소리가 늘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들려줍니다. "엄마는 3분에 한 번씩 아이에게 어떤 명령을 내리거나, 안 된다는 말을 하거나, 아이가 하는 요구를 얼렁뚱땅 받아넘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아이들은 엄마의 말에 평균적으로 60퍼센트만 복종하고 따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상태가 엄마나 아이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20). 이에 반해, 아빠는 주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상대적으로 "자기만 좋은 부모가 되려고 하는 남편"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아야 하는 엄마에게 또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또 아빠는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과 자신의 시간을 구분할 수 있는데, 엄마들은 아이를 돌보는 일과 자신의 시간을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도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입니다. 아빠와 달리 온갖 잡다한 집안일을 다 떠맡고 있는 엄마는 하루 종일 육아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쏟고 있기 때문에 자기 시간과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따로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달리 말해,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엄마의 촉수는 언제나 아이에게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아버지들이 과거 그 어느 세대의 아버지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에게 붙들려 있지만, 엄마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공평하게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힘든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시간 소비 방식 때문일 것입니다. 엄마들의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드러지게 떨어질 때는, "남편이 집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것을 볼 때"라는 것이 재밌습니다(94).

 



 

 

"과잉 양육이라는 현상이 미래에 대한 혼란과 불안이라는 새로운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다가올 미래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중산층의 확고한 믿음이다"(204).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에게 몰두하며 더 집중적인 시간을 쏟는 오늘날의 양육 방식이 "과잉 양육"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문제는 이렇게 "과잉 양육"을 하는데도 행복의 질은 더 높아지지 않고, 아이들은 부모 마음처럼 자라주지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부모 노릇"에 지친 많은 "부모님"에게 육아와 행복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는 순간 하늘이 노래졌던 출산의 고통은 한순간에 잊어버리게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모든 일상을 붙잡고 늘어지지만, 그 모든 일상에 깊은 의미가 되어주고 (너무 빨리 잊혀질지라도) 그 무엇으로도 경험할 수 없는 황홀한 행복을 맛보게 해주는 존재도 바로 아이들이라는 사실이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 책은 특히 육아로 힘들어 하는 부부가 같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첫 출산을 앞둔 부부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사회학, 특히 가족사회학 전공자들에게는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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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 콘서트 - 세상을 보여주는 포토 영단어, 어원 이야기 보카 콘서트 시리즈 1
김정균 지음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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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를 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관점이 하나 생기는 것입니다"(머리말 中에서)

 

 

영어 단어를 외운답시고 단어장을 만들다 지레 지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휴대용으로 따로 파는 단어장이 없어서 저마다 단어장을 만드는 일이 당연한 공부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나중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단어장을 구입해서 열심히 들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암기 방법은 대부분 "사전적 의미"를 외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어와 그 단어가 가진 한 두가지 뜻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입니다.

 

<보카 콘서트> 저자는 이러한 암기 방법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하나의 단어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단순히 사전적 의미만을 외운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어학습은 단순하게 주입식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납득, 그리고 공감이라는 과정을 통해 느끼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영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는 비법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보카 콘서트>의 저자는 10분에 수백 단어를 외울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속임수이며 가짜라고 잘라 말합니다. 이런 광고에 혹하지 말고 "1만 시간의 법칙"을 믿으라고 조언합니다. "1만 시간은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3시간씩 연습한다고 했을 때, 10년을 채워야 하는 시간입니다." 한마디로, 꼼수를 부리려고 하기보다 정도를 걷는 공부를 하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보여주는 포토 영단어, 어원 이야기"

 

 

<보카 콘서트>는 영단어의 어원을 추적하여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뜻과 파생된 뜻을 탐구하는 책입니다. 그렇게 단어를 탐구해 들어가다 보면 저절로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지식이 더해집니다. <보카 콘서트>는 설명을 보다 쉽고 깊이, 그리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사진을 함께 수록하고 있습니다.

 

"24년간 IT업계에 몸담았다가, 아들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어 교육사업을 시작했다"는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써내려간 <보카 콘서트>는 세상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알아야 두어야 할 상식이 가득합니다.

 

 


 

 

"김태는 왜 아름다운가?"

 

 

이 책의 첫 주제는 "김태희는 왜 아름다운가?"입니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이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왜 그런 것인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결국, 답을 찾아냈는데, 아름다운 얼굴은 눈, 코, 입의 우치나 크기, 비율이 아주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15). 그리고 '직관적으로 인간이 아릅답게 느끼는 것들을 분석한 결과 황금비라는 것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보카 콘서트>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reason, golden ratio의 단어를 설명합니다.

 

이 책에서 배운 재밌는 상식이 많습니다. 권투 경기 때 "공이 울렸습니다"라고 하는데, 공(gong)은 한국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인도네시아에서 온 말이라는 것(24), "커피 문화권에서는 뭔가 일의 피치를 올리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시는 편인데, 차 문화권 사람들은 한숨 돌리며 쉬고 싶을 때 차를 마시는 경향이 있다"는 것(98-99), 커피 마시는 시간은 'coffee break'라고 하고, 차 마시는 시간은 'tea time'이라고 하는 것이 괜히 생겨난 차이가 아니라는 것, 희생양(scapegoat)은 양이 아니라, 염소라는 것, science(과학)을 우리는 일본이 "사물을 나누어서 본다는 나눔과 분류의 뜻'으로 "과학"이라 번역한 것을 그대로 따라 쓰고 있지만, science은 양심(conscience)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177) 흔히 접할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보카 콘서트>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영단어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면, "account for"는 "계산서를 통해서 거래내역을 설명하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의미가 더욱 확장되어 돈 뿐 아니라 어떤 "행위나 사건을 설명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142). "Bad weather accounted for the long delay."는 보통 "많이 늦어진 것은 안 좋은 날씨 때문이다"로 해석하는데, 본질적으로는 "안 좋은 날씨가 그가 많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Money accounts for only 15% of the accident." 이 문장으로 다시 보면, "돈은 그 사건의 15%밖에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143).

 

이 책은 영단어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읽어도 좋고, 교양을 넓히기 위한 상식 책으로 읽어도 충분히 재밌는 책입니다. 영단어도 읽히고 상식도 넓힐 수 있는 1석 2조의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영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책은 그리 경제적(?)이거나 체계적인 학습 방법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영단어를 공부한다면, 정말 1만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지레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영단어와 지식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단어는 깊이 있게, 상식은 넓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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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 남에겐 친절하고 나에겐 불친절한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손희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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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나는 조금 울었다."

 

 

만성피로 증세를 보이며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던 제가 어느 날부터인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이 많았습니다. 낮에는 멀쩡하게 생활하다가도 밤만 되면 이유도 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많이 지쳤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저 '번아웃' 상태로만 알고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낮에는 웃던 그녀들이 밤마다 우는 이유"

 

 

이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한 건, "한낮엔 웃다가 한밤엔 후회와 자책으로 우는 당신에게"라는 문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난 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문장부터 저자는 제 마음을 읽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는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조차 모른 채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은 왜 유독 여자가 남자보다 우울증에 많이 걸리는지를 탐구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우울한 여자는 전반적으로 유쾌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남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대화 상대로 꽤 인기가 많다(307)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그녀가 우울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결국은 스스로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 채 지쳐가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여성이고, 얼핏 보기에는 우울증과 전혀 상관없는 모습을 보이고 열심히 성과를 거두려 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척 친절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비하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은 "남자와 판이하게 다른 여자만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압박감"의 실체를 파헤쳤습니다. 여자는 "특별한 종류의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여자가 경험하는 그 특별한 종류의 스트레스의 실체를 한마디로 "관계'라고 정의합니다.

 

"여자의 우울은 일종의 관계장애이다"(16).

 

 

 


 

 

 

"이렇게 우리는 타인을 잃어버리지 않고자 하는 소망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유독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 우울증에 많이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의 설명이 재밌습니다. 일단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의사에게 더 솔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의사들이 가진 선입견 때문에 남자에게보다 여자에게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더 많이 내려지기 때문이랍니다. 생물학적 요소(호르몬, 유전자)와 심리적 관점(유년 시절, 성격)으로 이를 설명하는 학자들도 많은데, 저자는 생물-심리적 모델만으로는 "여성의 우울증 발병률이 이토록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저자가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곳은 '사회적 관점'입니다.

 

"여자가 우울해지는 이유는 호르몬이나 유전자, 혹은 여자 특유의 성향 탓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겪는 불화가 더 큰 원인이 된다"(174).

 

본질적으로 여자의 하루는 "다른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100). 여자는 남자보다 걱정해야 할 일이 많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도움과 관심, 원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이를 무시하지 못합니다(161). 또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지 못하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그들이 내게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너무 골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74).

 

문제는 불균형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만큼 자신에게도 필요한 격려와 공감을 얻지 못할 때, 갈등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갈등상황이나 상대의 거부를 무서워하는 여자는 이런 경우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뒤집어쓰고,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울한 여자는 자신의 욕구는 접어둔 채, 더 친절해지려고 애쓴다는 것입니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는 이렇게 현대 여성을 덮치는 다양한 콤플렉스, 스트레스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반응하는 여자의 심리를 다각도에서 분석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우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길을 가르쳐줍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어떤 설명 하나가 남자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점을 가르쳐주었고, 그것 때문에 내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여아와 남아가 성장 과정에서 어떻게 각각 다른 성향을 학습하게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설명을 통해 "여자가 관계 속에서 감정적으로 외로워할 때 남자가 어찌할 바 모르고 그저 바라만 본다고 해서 그녀를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223)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하겠는가?"


 

저는 근 20년 동안 다른 사람을 우선으로 돌보고 격려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져왔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나의 욕구나 필요보다 늘 다른 사람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것을 당연시해왔습니다. 친구들나 가족들과의 만남도 늘 뒷전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문득 문득 나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바람 때문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낮에는 늘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다 밤이면 무기력 속에 갇혀 늘어지곤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내 자신에게 지나칠 정도로 소홀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자는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 이유를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고 합니다. 더구나 "우울한 여자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가장 잔인하게 대하며 자신의 사정을 이해하고 위안하지 못한다"(279)고 합니다. 지금 당신이 우울하다면, 그것은 나의 이해와 위로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우울은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오랫동안 침묵해왔다는 신호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일에 너무 많이 신경쓰고, 지나치게 순종적으로 다른 이의 상황에 자기를 끼워맞추며,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본인을 존중하지 않으며 살았다는 신호이다"(302)

 

 

튤리안 차비진 목사님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날 (미국) 고등학생이 평균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의 수준은 1950년대 초 정신병 환자의 수준과 똑같다", 또 "2007년 <뉴욕타임스>는 미국 여성 열 명 중 세 명이 취침 전에 상습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한다"고 보도했다고 합니다. 현대의 많은 여성들이 (과도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른 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 없습니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심리분석학자인 융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이렇게 충고했다고 합니다. "우울증은 검은 옷을 입은 여인과 같습니다. 이 여인이 나타나면 일단 내쫓지 말고 탁자에 앉으라고 권하세요.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이세요"(256).

 

현대 사회는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 서로를 비판하는 목소리, 많은 매체에서 쏟아내는 소리들이 홍수를 이룹니다. 어쩌면 그 소리들에 뭍혀 정작 들어야 할 내 마음의 소리는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더 이상 방치하지 않으려 합니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하겠습니까?"

 

"하지만 방법은 의외로 쉽다. 일단 내 마음의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하자. 애써 모른 척했던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그것이 나와의 화해를 위한 첫걸음이다"(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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