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연대기 - 나폴레옹시대의 신고전주의부터 21세기의 복고와 신미래주의까지 패션의 역사를 만든 위대한 순간들
N. J. 스티븐슨 지음, 안지은 옮김 / 투플러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패션을 요구했다"(168).

패션은 시대를 읽는 주요한 아이콘인 것은, 패션의 본질에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패션의 본질은 언제나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합니다. 패션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또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기도 하면서 끊임없는 변천의 역사를 거듭합니다. 그러므로 패션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은 시대의 변화를 읽는 것과 동일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1800-2020

 

 

<패션 연대기>는 1800년대부터 2020년 패션 예측까지 시대별로 패션의 변천 역사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패션 연대기는 단순히 패션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각 시대별 패션의 특징과, 패션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각 시대별로 이상적인 여성상과 남성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흥미롭게 분석했습니다. 각 시대를 주도했던 혁신적인 디자이너와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재미입니다.

 

 


 


"우리는 패션 때문에 어리석은 일들을 수없이 저지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은 일은 스스로 패션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

 
 
<패션 연대기>를 보며, 패션은 때로 신분과 역할을 옭아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또 과시와 저항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패션만큼 나를 잘 표현하는 수단도 없지만, 동시에 천박하게 유행을 쫓는 것만큼 스스로 개성을 함몰시키는 어리석음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적, 어쩌다 패션 쇼를 접하게 되면 "저런 옷을 어떻게 입지?", "저런 옷을 누가 입지?", "입으라고 만든 옷인가, 감상하라고 만든 옷인가?"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습니다. 그만큼 '파격적'이었다는 뜻일 겁니다. <패션 연대기>가 보여주는 패션의 파격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와닿은 극적인 변화 하나는, 바로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LBD)입니다. 요즘이야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컬러로 통하는 '블랙'은 패션의 기본으로 통하지만, 샤넬이 블랙 드레스를 만들어내기 전까지 '블랙' 컬러는 상상도 하지 못한 옷이었습니다. "1920년대 리틀 블랙 드레스(LBD)를 고안하기 전까지 검은색은 상복에만 쓰이는 색이었다. 하지만 샤넬의 디자인은 심플함의 극치를 보여주었고 <보그>는 모든 여성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드레스라고 극찬하여 LBD를 '샤넬의 포드'라고 불렀다"(160). 상복에만 쓰였다는 블랙 컬러를 사용하여 귀여우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옷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패션 연대기>는 사회적 변화를 통한 패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저고리 길이를 보면 시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회가 평안할수록 저고리 길이가 길어지고,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특히 전쟁의 기간에는 저고리 길이가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서양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있었는데, 사회가 어려울수록 남자들의 넥타이 폭이 좁아진다는 분석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전쟁의 시기에 군복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보여주는데, 특히 2차 세계 대전 때, 건강한 체격의 미국과 캐나다 군인의 영향으로 유럽의 군복이 "건장한 흉부와 넓은 어깨를 강조하는 스타일"(140)이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또 패션은 늘 새롭게 변모하면서 역사를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행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패션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은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또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이기도 합니다. "패션을 사회와 역사를 반영하는 하나의 도구로 보는 순간, 흥미롭게도 패션은 사회를 의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곤 한다." <패션 연대기>는 패션에 관심이 없더라도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새로운 코드의 하나로 관심을 가지고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굵직하게 역사를 관통하며 재밌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으며 감상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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