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두뇌튼튼 종이접기 - 치매를 예방하는 실전 뇌훈련
최수진 옮김, 일본종이접기협회 외 감수 / 책밥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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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심심풀이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종이접기는 의학적 의미가 분명한 활동입니다. 손가락을 사용해 종이를 접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뇌 훈련법이기 때문이지요"(5).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있습니다. 가끔 서랍을 열어 무엇을 찾을 때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 있습니다. 원래도 엄마가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물건들이 전혀 엉뚱한 곳에 들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부쩍 깜박깜박하는 일이 잦다고 우울해하시는 엄마를 보면 저도 모르게 치매 걱정이 앞섭니다.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수록 제일 무서운 것이 치매라고 하시는데, 치매가 늘고 있다는 뉴스라도 나오면 가슴이 또 철렁하지요. 

<시니어를 위한 두뇌튼튼 종이접기>는 이런 염려를 가진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칠매를 예방하는 실전 뇌훈련으로 종이접기를 권하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대뇌연합영역 연구의 일인자로 유명한" 구보타 기소 의학박사에 의하면, "일정한 시간 내에 정해진 순서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행위는 뇌의 전두연합영역을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종이접기가 "이 행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재활이나 요양의 현장에서 종이접기를 활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이라고 합니다(7).

<시니어를 위한 두뇌튼튼 종이접기>는 "주어진 시간 안에 종이접기를 완성하는 연습"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뇌를 단련하고 더욱 활성화시키는 싶은 분들께 종이접기가 완성맞춤"(8)인데, 이 책은 특히 "시니어'를 위한 안성맞춤 종이접기인 것입니다. 





                                                                                                                                   

한창 종이접기 재미에 빠져 있는 아이가 있어, 주일이면 종이접기 놀이를 하며 놀곤 합니다. 그동안은 주로 동영상으로 종이접기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동영상으로 배우다 보니,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면 배울 수가 없었고, 영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접던 종이를 내려놓고 매번 다시 동영상을 리플레이 해야 하는 번거러움도 있고, 어떤 것들은 보면서도 잘 이해할 수가 없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두뇌튼튼 종이접기>는 그런 단점들을 모두 없앴습니다. 무엇보다 종이접기 시트를 제공하고 있어서, 종이접기에 처음 도전하는 분들도 쉽고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대로 (간혹 자르기도 있지만) 따라 접기만 하면, 그림을 따로 그리지 않아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종이접기를 하고 난 후의 만족도가 훨씬 높습니다. 작품을 보며 혼자 뿌듯해 하는 것이지요. 

종이접기라고 하면 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며 많이 반성했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님들에게도 이런 놀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요즘은 젊은이들도 치매 발병률이 높다고 하는데 가족이 다 같이 이런 즐거운 취미, 건강한 취미 하나 가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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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셀프 트래블 -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0
조은정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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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자유여행은 뉴욕 셀프트래블과 함께!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 뮤지컬의 고장 브로드웨이, 뉴욕의 심장 센트럴 파크, 예술가들의 놀이터라는 브루클린, 뉴욕의 관문 퀸스, 허드슨강, 가본 듯 익숙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뉴욕은 제게 동화 속 나라 같은 세상입니다. 화면을 통해 그 익숙한 풍경을 볼 때마다 늘 상상을 하지요. 언젠가 한 번은 나도 저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박물관과 라이브 재즈 연구 감상에서부터 타임스퀘어, 자유의 여신상, 뮤지컬 관람, 그리고 쇼핑까지" 뉴욕에서 즐겨야 할 수많은 것들을 꼼꼼하게 일러주는 상상출판의 <뉴욕 셀프트래블>은 그래서 제가 동화책과 같은 책입니다. 뉴욕 자유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주고 마치 그 풍경 속에 이미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뉴욕 셀프트래블>은 단순한 여행 정보가 아니라, 뉴욕에서 놓쳐선 안 될 즐거움과 함께 뉴요커들의 삶을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이드 하는 분이 신나니 덩달아 우리도 신이 납니다. <뉴욕 셀프트래블>은 뉴욕을 여행하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뉴욕 셀프트래블>의 또 하나 장점은 놓치지 말아야 할 뉴욕의 즐거움 중에서도 베스트만 골라 추천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지를 즐기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뉴욕을 사랑하고, 뉴욕에서 1년을 체류했고, 여전히 뉴욕앓이 중인 직접 골라준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니 믿어볼 만 합니다. 





<뉴욕 셀프트래블>이 추천하는 베스트 중에서 가장 마음이 끌리는 것은 "실내라서 즐거운 비 오는 날 가면 좋은 장소 베스트 4"입니다. 이런 주제, 이런 추천이 처음이라 뉴욕이 비가 많이 오는 곳이었나 잠시 멈칫했지만, 첼시 마켓, 뉴욕 공립 도서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모두 비가 오지 않아도 꼭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곳들입니다.

낯선 곳일수록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똑같은 비용, 똑같은 시간을 들여, 똑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다가오는 감동이 다르고, 만끽하는 즐거움이 다르고, 쌓이는 추억이 다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뉴욕 셀프트래블>은 뉴욕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과 여행자를 살갑게 챙기는 세심함이 색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가이드북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어느 페이지를 펴든지 그저 뉴욕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즐거운 에너지가 가득한 가이드북입니다. 혼자 뉴욕 자유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꼭 <뉴욕 셀프트래블>과 동행하라고 일러주고 싶습니다.





놓쳐선 안 될 
뉴욕에서 꼭 해봐야 할 경험

1.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관람하기 
돈 아깝다고 망설이지 마라.
나중에 돈 벌어서 다시 가는 게 더 힘드니까!
최근 인기 있는 뮤지컬 중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골라야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2. 뉴요커처럼 브런치 즐기기 
시끌벅적 떠드는 뉴요커들 틈에서
아침 겸 점심을 즐겨보자.
여유 있게 천천히 그 자리, 그 시간을 즐기면서 말이다.


3. 뮤지엄에서 오디오 가이드 체험하기 
일부는 한국어로 안내가 되니 꼭 한 번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박물관을 둘러보도록 하자.
현대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의 경우 
별도의 애플리케이션도 있으므로 다운받아 
가면 훨씬 유용하다. 
다만 와이파이 상태에 따라 만족스럽지 
못할 수가 있으니 이 점을 참고할 것.
또한 현대 미술관은 사진이 있는 신분증을 가져가야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는데,
여권과 신용카드는 안 되고 코스트코 회원증이나
국제학생의 경우 가능하다.

(뉴욕 셀프트래블, 상상출판,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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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의 셀프 헤어 스타일링 - 묘정쌤이 제안하는 내 얼굴에 딱 맞는 단발머리 스타일!
김묘정 지음 / 싸이프레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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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쌤에게 배우다, 셀프 헤어 스타일링

이 책을 통해 '단발머리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묘정'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묘정쌤이 제안하는 단발머리 스타일링보다 '묘정'이라는 헤어디자이너가 더 좋아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단발머리 대통령이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며 단발머리 대통령으로 인정받기까지 "더 이상 물러나거나 숨을 곳도 없었고 무엇보다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없었기에 그냥 견디고 또 견뎠던"(7) 스토리를 담담하게 들려주는데, 그 글을 읽는 저는 혼자 울컥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연한 기회에 헤어디자이너라는 꿈을 갖게 되었고, 달리고 달려 결국 그 꿈을 이루어낸 이 당찬 헤어디자이너 선생님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해 글쓰기 학원을 다녔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자신감 있게 말하기 위해 웅변학원도 다녔"고, "컬러감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림도 그렸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책도 많이 읽었"(9)다고 하니, 그녀가 제안하는 셀프 헤어 스타일링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고민과 애정과 정성이 쏟아졌을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탁월하다', '전문가다'라는 수식어는 이런 분들에게 붙여 주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용은 저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선물은 저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준 것입니다"(7).  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쌤이 제안하는 헤어 스타일이 더 예쁘고, 멋져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의 셀프 헤어 스타일링>을 보며 드는 생각은,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주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머리 감는 것도 귀찮아서 대충 드라이만 하고 다녔던 제 자신을 더 사랑하지 않으면 셀프 헤어 스타일링 자체가 또 하나의 귀찮은 일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 묘정쌤이 제안하는 단발머리 셀프 헤어 스타일링을 열심히 배워보았습니다. 





                                                 

                               

<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의 셀프 헤어 스타일링>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단발머리도 이토록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 똑같아 보였던 단발머리가 작은 변화로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여러 셀프 헤어 스타일링 중에 가장 도전해보고 꼭 마스터해보고 싶은 스타일은 C+S컬 스타일입니다. 단정하면서도 리듬이 있어 전체적으로 지적이면서도 상큼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모델이 예뻐서 더 그렇게 보이는 듯 합니다. 이 책과 똑같이 따라하기에는 손기술도 아직 부족하지만, QR 코드를 연결하면 동영상으로 보면서 따라해볼 수도 있습니다.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저의 머리카락은 일명 '앞으로 쏟아지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앞머리를 두면 답답해서 견디지를 못합니다. 문제는 머리숱도 많아 단발머리를 했을 경우 어정쩡한 길이의 앞머리가 처리곤란이라는 것입니다. 마침 가르마도 3:7이라 이 책을 보며, 앞머리가 귀찮을 때는 '벼머리 스타일'에 도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를 가꾸고 표현하는 데 부지런한 분들이라면 <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의 셀프 헤어 스타일링>을 강력 권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삶에 활력이 생길만큼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세련된 단발머리 스타일이 가득합니다. 매일 머리를 만지고 외출하는 일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판매직기를 가지고도 활용할 줄을 몰라 조금 사용하다 아는 동생을 줘버리고 말았는데, 다시 차분하게 작은 변화라도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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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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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이란 인물 때문에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작품이다.

20세기 초기에 일본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셰익스피어의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 <살 일 파운드> 등과 같은 다분히 감각적인 제목으로

부분적인 편집 및 각색을 거쳐 매우 제한적인 시각에서 알려졌다(5).


'한국외국인대학교 지식출판원'에서 발간한 <베니스의 상인>을 읽으며, 이 책을 꼭 다시 읽어야만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꽤 친숙했던 작품이고,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줄거리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유대인이자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악의 화신 같은 인물로, 평소 자기와 자기의 일을 경멸하는 도도한 '베니스의 상인'에게 앙갚음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베니스의 상인이 그에게 돈을 빌리고자 하는 친구의 보증을 서겠다고 하자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베니스의 상인에게 만약 약속한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살 일 파운드'를 떼어내겠다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그의 책략에 걸려든 베니스의 상인은 불행하게도 그에게 살 일 파운드를 떼어줘야 하는 위기에 몰립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한 인물의 활약으로 도리어 악한 꾀를 내었던 샤일록은 기세등등했던 법정에서 오히려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베니스의 상인은 위기에서 벗어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이, 제가 기억하고 있는 <베니스의 상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주 단편적인 이해였습니다. <베니스의 상인>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을 통해 <베니스의 상인>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부분적인 편집및 각색을 거쳤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어르신, 지난 수요일에 저한테 침을 뱉고,

어느 날인가는 저에게 발길질을 하고, 또 언젠가는 

저를 개라고 불렀지요. 이런 예우를 받은 대가로 

저는 그런 거금을 빌려드리겠나이다.

(샤일록, 63).


<베니스의 상인>을 다시 읽고난 지금,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악의 화신, 주인공을 괴롭히는 못된 사람, 권선징악의 구도에서 벌을 받아 마땅한 인물로 여겼던 '샤일록'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베니스의 상인(안토니오)보다 오히려 샤일록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그에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해설'에 보면,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나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모두 이윤을 추구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일록이 돈밖에 모르는 비정하고 비도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고리대금업에 대한 당대의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다고 설명합니다(25).



삼천 듀카트를 받지 않고

왜 썩은 살코기 한 점을 가지려고 하는지 궁금하시죠?

(샤일록, 161).


그의 불의는 사회적 편견이 낳은 또다른 불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습니다. 돈밖에 모르는 고리대금없자가, 빌려 준 돈의 이십 배를 받는 것보다 "값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양고기나 소고기나 염소고기만도 못한"(66) 살 일 파운드를 떼어내겠다고 무익한 소송을 그토록 고집했던 것은, 그 증오만큼 사회적 편견의 상처가 크고 아팠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상처가 그를 잔인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을 향한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자 탐욕 때문에 스스로 파괴되는 어리석은 조롱감이라는 두 개의 복합적 시선"(25)에서 읽어야 제대로 감상했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당신은 피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되오. 

"살 일 파운드"라고만 거기엔 쓰여 있소.

그러니 계약에 따라 살 일 파운드를 떼어 가시오. 

그러나 살을 떼어내느라고 기독교인의 피 한 방울이라도

흘리는 날에는 당신의 땅과 재산이 베니스의 법률에 의해서

국가의 소유로 몰수될 것입니다.

(포셔, 179).


그러나 <베니스의 상인>의 가장 큰 묘미는 극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법정에 남장을 하고 나타난 '포셔'라는 인물(여인)의 대활약일 것입니다. 과연 "살 일 파운드"를 떼어내야 하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두근두근 지켜보는 독자에게 피를 흘리지도 말고, 계약대로 더도 덜도 말고 "정확하게" 일 파운드의 살만 잘라내야 한다는 판결 선포되는 순간이야말로 '사이다'처럼 속을 뻥 뚫어주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2의 다니엘'이라는 찬사가 그녀에게 너무도 잘 어울려 보입니다.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이 "인종적 편견, 종교적 위선, 초기 자본주의 체제가 필연적으로 잉태하고 있는 고리대금업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들"(5)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또 하나, 셰익스피어 희극의 묘미는 "말장난의 다의성"에 있으나 번역으로는 이를 다 담아낼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이 책은 왜 우리가 <베니스의 상인>을 다시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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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오수진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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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자들이나 미치광이는 머릿속이 들끓어

온갖 모양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으로 냉철한 이성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내오.

미치광이나, 사랑에 빠진 자나, 시인은 하나같이

상상으로 가득 차 있는 자들이오.

(테세우스, 145).


깨어보니 꿈이었지만 한바탕 꿈같은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로미오와 줄리엣>만큼이나 셰익스피어의 이 희곡을 사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여름이면 세계 곳곳에서 상연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이 작품을 한 번도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습니다. 몇 해 전, <무한도전>에서 도전 달력모델을 위해 연기했던 <한 여름밤의 꿈>을 보며 줄거리라도 제대로 알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한 여름밤의 꿈>과 만났습니다. 


<한 여름밤의 꿈>은 1)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와 전쟁 포로가 된 아마존 족의 여왕 히폴리타의 결혼, 2) 라이샌더를 사랑하는 허미아, 허미아를 사랑하는 드미트리어스, 그런 드미트리어스를 사랑하는 헬레나의 엇갈린 사랑, 3) 숲의 요정 오베론 왕과 티타니아 여왕의 갈등, 4) 그리고 아테네 공작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연극을 준비하는 직공들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법,

그래서 날개달린 큐피드를 장님으로 그리지. 

사랑하는 마음은 판단력이 눈곱만큼도 없어

날개만 있고 눈이 없어서 무턱대고 서두르기만 해.

(헬레나, 38).


가장 극적인 장면은 아버지의 결혼 반대로 사랑하는 이와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라이샌더와 허미아와, 이들을 좇아온 드미트리어스와 헬레나가 장난꾸러기 요정 퍽의 실수로 한바탕 소동을 겪는 장면일 것입니다. 허미아를 놓고 사랑을 다투던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어스는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처럼, 허미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헬레나에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맹세하기 시작합니다. 헬레나는 갑작스러운 이 사랑의 맹세를 모욕으로 느낍니다. 또 숲의 요정 오베론 왕의 마법에 걸린 티타니아 여왕은 당나귀 머리로 변해버린 인간 '보틈'(직조공)에게 홀딱 반해버리고 맙니다. 그들은 사랑의 마법에서 풀려난 후, 이렇게 고백하지요.


이 자들이 잠에서 깨면, 이 모든 소동이

한낱 꿈이요 무익한 환상으로 보일 거야.

(오베론, 116-117).


한때 겉잡을 수 없었던 사랑의 열기가 결국 "한낱 꿈이요 무익한 환상"임을 깨달을 때만큼 쓸쓸한 순간도 없을 텐데, 그것이 요정의 실수로 잘못된 사랑임을 알고 있었던 독자들은 오히려 사랑의 마법에서 풀려난 연인들을 보며 안도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진실한 사랑이 잘못 되고, 잘못된 사랑이 제대로 된 꼴이구나"(97-98)라는 걸 알아채는 건 늘 당사자가 아니라, 제삼자라는 것이 사랑의 함정이지요. 


나의 오베론! 별 희한한 꿈을 다 꾸었어요!

내가 당나귀와 사랑에 빠져 있었나 봐요.

(티타니아, 130).

 

그러나 이 보다 더 씁쓸한 순간은, 꿈에서 깨고 보니 내가 사랑했던 이가 사실은 '당나귀'에 지나지 않았다는 황당한 사실일 겁니다. 얼마 전, 어느 드라마에서 "너 같은 놈을 좋아했다는 게 너무 쪽팔려"라는 대사가 나오던데,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이 부끄러워지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의 배신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을 쓴 연도가 1595년경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그때 벌써 사랑의 이런 감정까지 담아낸 셰익스피어가 새삼 진정한 대문호로 느껴집니다. 


여러분, 이 보잘 것 없는 허황된 연극이

한낱 꿈으로 보인다 해도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퍽, 173-174).


어찌 보면, 정말 허왕되기 그지 없는 한바탕 소동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미치광이나, 사랑에 빠진 자나, 시인은 하나 같이 상상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 아름답게 와닿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5)는 <한 여름밤의 꿈>은 '낭만 희극' 또는 '축제 희극'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이성과 감정, 현실과 꿈의 세계가 공존하는 <한 여름밤의 꿈>은 상상력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더불어 이 작품을 연극이 아니라, 희곡으로 만난다면 독자 스스로도 행복한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가 깨어있는 거야?

아직도 잠에 빠져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

(드미트리어스, 138).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번역하려고 노력"했다는 이 책(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은 셰익스피어에게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번역본으로 느껴집니다. "독서의 방해를 막기 위해 주석을 초최대한 자제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분만 각주로 처리하였다"(6)고 하는데, 각주가 있어 작가(원작)의 본래 의도를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 편의 연극과 함께 좋은 강좌를 듣고 난 기분이 듭니다. <한 여름밤의 꿈> 공연을 찾아, 오랫만에 연극 나들이를 나가고 싶은 기분입니다. 더불어, 이를 계기로 셰익스피어 전집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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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2021-02-24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찾고 있었던 대사였는데,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