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온 조개 개구리 책이 좋아 1단계 2
고수산나 지음, 박영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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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호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래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의 한 유형으로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한국 사회가 빠르게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었다. 급속한 다문화 가정의 증가는 사회적인 관심을 증폭시키며 새로운 고민을 한국 사회에 안겨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은 통계적으로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 사이의 국제결혼이 압도적이다. 이러한 국제결혼 양상은 그동안 순수혈통과 가부장적 단일문화주의를 고수해온 한국의 문화적인 전통과 ’이주여성’의 인권 문제가 부딪히면서 새로운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고충과 저항은 다층적인 차원에서 일어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말고도 이주 여성들이 겪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단일민족주의뿐 아니라, 부계 혈통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는 ’이주 여성’들에게 일방적인 동화가 강요된다는 점이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매매혼’의 형태로 이주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주 여성들은 가정 안에서 낮은 지위에 자리하게 된다. 게다가 문화적으로도 시댁의 전통과 가풍을 따르는 것이 당연히 되기 때문에 문화적 적응은 당연히 여성의 몫이 된다. 그러다 보니 한 가족 내에서도 아내요, 며느리요, 엄마인 이주 여성의 나라와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이주 여성과 그 자녀에 대해 사회 일반의 태도가 매우 배타적이라는 것도 문제이다. 뿌리 깊은 ’단일민족’ 신화는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이주 여성과 그 자녀에 대해 다양한 편견과 차별을 양산하면서,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혈통적으로 다른 그들의 피부색과 생김새가 ’놀림’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온 조개 개구리>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그 ’놀림’이 만들어내는 상처가 얼마나 큰 아픔인지 잘 보여준다. 저자 고수산나 선생님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친구들의 놀림이었어요. 아이들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외모를 가지고 놀리기도 하고, 엄마가 못 사는 나라 사람이라고 놀리기도 한다고 했어요"(작가의 말).

고수산나 선생님은 <필리핀에서 온 조개 개구리>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순호’라는 친구를 소개해준다.

어느 날, 2학년 2반 ’경태’네 반에 얼굴이 까맣게 생긴 ’순호’가 전학을 왔어요. 까만 얼굴에 곱슬머리, 그리고 유난히 까맣고 큰 눈, 아이들은 아무리 보아도 순호가 한국 사람 같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묻고 또 물었어요. "너는 우리랑 좀 다르게 생겼는데?"(11)

순호는 도시 아이들이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자기를 어떻게 받아줄지 걱정이 되어 결국 자기가 혼혈아라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어요. 혼혈아라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얘기를 말이에요.

경태는 할머니랑 살고 있어요. 엄마는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나시고, 아빠는 원양 어선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가 계시기 때문이에요. 순호에게 친구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이 싫었던 외톨박이 경태는 순호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들에게 소문을 냈어요. 그리고 순호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혼혈아라고 놀렸어요.

경태와 싸우고 집에 돌아온 순호는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엄마,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한국 사람도 아니고 필리핀 사람도 아니고. 난 뭐야?"(28)

순호는 학교에서 자기를 놀리는 경태와 다시 한바탕 싸웠어요. 상처투성이로 씩씩대던 경태와 순호는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으며 서로의 얼굴을 보았어요. 순호는 조금 미안하고, 경태는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싸움은 나쁜 거라고 선생님께 야단맞는 것보다, 서로의 상처를 보는 게 더 힘들었던 모양이에요"(45).

순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김치전이에요. 어디선가 고소한 김치전 냄새가 솔솔 나자 순호는 김치전을 먹고 싶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순호의 손을 끌고 김치전 냄새가 나는 이웃집에 놀러를 갔어요. 그 집은 바로 할머니와 살고 있는 경태네 집이었어요. 부엌에서 김치전을 뒤집고 있던 할머니는 순호를 경태의 방으로 밀어 넣었어요. 

어색한 경태와 순호는 김치전을 나누어 먹으며 화해를 할 수 있을까요?

<필리핀의 조개 개구리>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면서도,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순호’의 이야기는 순호가 겪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순호 엄마’가 겪고 있는 어려움까지 세밀하게 포착한다. 이 착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결코 가벼운 동화가 아니다. 인종적, 문화적 ’차이’를 어떤 시각에서 보고,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도록 호소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다문화 가정의 시급한 쟁점과 대안적인 시각을 누구나 접근이 쉽고 읽기에 편안한 ’동화’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탁월하다. 몇 편의 무거운 논문보다,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소중한 메시지가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쉽고 강렬하게 전달된다. 세계시민을 지향하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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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기술 - 지식시대에서 지성시대로
최민자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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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시대에서 지성시대로!
통섭, 파편화된 삶을 넘어 전일적인 삶으로 가는 길!



학문과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지식의 융합을 꾀하는 움직임이 학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분석적 사고가 아니라, 복합적이며 다차원적인 통합적 사고를 지향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도 이와 같은 흐름에 한몫했다고 본다.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는 세상을 하나로 통합해서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 최민자 교수님은 "자원과 에너지의 과잉소비, 지구 경제의 남북 간 분배 불균형, 빈곤과 실업의 악순환, 민족간, 종교간, 지역간, 국가간 대립과 분쟁의 격화, 군사비 지출 증대,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와 대기, 해양의 오염, 유해폐기물 교역과 공해산업의 해외 수출 등 우리를 괴롭히는 이슈들은 자연과학적 지식과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의 경계를 넘나들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294-295고 진단한다.

<통섭의 기술>은 이처럼 학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통섭’의 의미를 다양한 층위에서 제시한다. 자연과학와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은 물론 물성과 영성 등의 이원적 세계관,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 과학과 종교, 예술과 과학, 마음이 과학 등 살피는 층위가 그야말로 우주적이다. 웬만한 교양적 지식으로는 소화하기 상당히 어려운 책이다. 이론을 구축하는 개념어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책이다. 솔직히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내었는지 자신이 없다.

최민자 교수님은 ’통섭’을 하나의 학문이 아니라 철학을 넘어선 하나의 종교적 영성으로, 그리고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다. "통섭의 기술은 단순히 다양한 지식세계를 넘나드는 지식 차원의 언어적 기술이 아니라, ’아(我 self)’와 ’비아(非我 other)’의 두 대립되는 자의식을 융섭하는 지성 차원의 영적 기술이다. 소통의 미(美)의 발현을 통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예술이다"(37). 정리하면, 통섭의 기술이란 한마디로 지성 차원의 영적 기술이다. 설명을 읽을수록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초월’이라는 개념이 머리에 그려진다. 그러나 학문의 방법으로서 ’지성 차원의 영적 기술’이라는 개념이 내겐 너무 어렵기만 하다.

<통섭의 기술>은 이원론적 세계관을 거부한다. 의식계와 물질계의 상관성을 새롭게 인식시키며, 학문과 삶의 조화를 꾀한다. <통섭의 기술>은 삶과 소통하지 못하는 지식을 넘어서기 위해 ’통섭’ 개념이 등장하였다고 말한다. "비존재와 존재, 영성과 물성이 하나임을 알기 위해서는 앎을 존재로서 체험해야만 한다. 정신은 오직 물질을 통해서만 스스로를 구현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분법은 앎의 원을, 삶의 원을 완성시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방편일 뿐, 진정한 앎은 이원성을 넘어서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선과 악의 진실게임에 빠져들면 ’삼사라(samsara 生死輪廻)’가 일어나는 것이다"(61). (난무하는 동양적, 불교적 용어가 머리에 쥐가 나게 한다). <통섭의 기술>에서 최민자 교수님은 사물의 근본 이치와 관련된 초논리, 초이성, 직관의 영역을 배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연과학 중심의 학문적 제국주의를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서양의 분석적 사고와 동양의 종합적 사고가 융합할 때, 비로서 완전한 통섭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리는 설명 차원이 아니라 이해 차원이 문제이며, 추론 차원이 아니라 직관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통섭이라는 툴을 사용하는 주체가 바로 일심이다. 일심[참본성, 영성]이 통섭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우주 생명력 에너지인 동시에 우주 지성이며 근본 질료인 까닭에 본체와 작용, 전일성과 다양성, 정신과 물질을 하나로 관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심은 지식(knowledge)이 아니라 앎(knowing)이며, 앎은 지성에서 일어난다. 앎은 곧 ’봄(seeing)’이며, 봄 또한 지성에서 일어난다"(389).

최민자 교수님의 <통섭의 기술>은 무엇보다 자연과학 중심의 서구 통섭론의 문제점을 동양적 사고와 철학의 관점에서 비판하면서, 통섭의 의미를 새롭게 풀어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어 보인다. 여기 제시된 ’통섭’을 이해하는 것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통섭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서구의 학자들과 대화하기에는 동양적인 개념과 추상적인 언어로 제시되는 테제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진다. 우주적인 차원에서 논하여지는 <통섭의 기술>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통섭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민자 교수님께 직접 강의를 들으면 이해하기 좀 더 쉽기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겐 너무 어려운 책, 앎과 삶이 하나로 만나는 길을 모색하는 <통섭의 기술>을 살짝 엿본 것으로 일단은 만족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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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가장 궁금해하는 최고의 경영지식 - 경영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스토리 경영학 세계 대학생 지식 라이브 1
서진영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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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스토리 경영학 


울지 않는 두견새를 울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전국시대의 세 지도자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서로 다른 대응방법을 비교한 것이 재밌다.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어야 한다"(오다 노부나가).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해야 한다"(도요토미 히데요시).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도쿠가와 이에야스).


위의 세 사람은 한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각자 대응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경영학 리더십 이론에서 오다 노부나가 스타일은 ’카리스마형’, 도요토미 히데요시 스타일은 ’상황판단형’, 도쿠가와 이에야스 스타일은 ’인화형’이라 이름한다. 세 지도자의 리더십 스타일은 시대가 만든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세 사람의 리더십 스타일이 각각의 시대를 열어갔다고도 할 수 있다. 리더십 유형이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어떤 리더십 유형이 적합한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 전국시대 이 세 지도자의 리더십 스타일 비교 분석은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감초처럼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경영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리더십’ 이론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리더십’ 이론이 경영학의 한 분야로 연구되어지고 있다. 

저자 서진영 선생님은 "경영학과에 다니지 않아도 경영학을 알아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경영학을 처음 접하는 대학생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대학생이 가장 궁금해하는) 최고의 경영지식>으로 제목을 바꾼 이 책은 2002년에 초판된 <한 번 보면 이야기책 두 번 보면 경영학책>의 개정판이다.

저자 서진영 선생님은 ’프롤로그’에서 경영학을 권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나도 이 글을 읽으며 ’경영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음을 고백한다. 그만큼 설득력이 세다. ’경영학’을 꼭 공부해야 하는 첫째 이유로, 눈을 미래로 가져가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략’에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고 달성해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둘째 이유는, 조직과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즉 힘은 산을 뽑을 만큼 세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큼 웅대하다는 항우는 사람을 얻은 유방에게 천하의 황제 자리를 양보하고, 천하의 명장 한니발도 조직을 갖춘 로마에 무릎을 꿇었다는 한마디 설명만으로도 그 중요성의 크기가 와닿는다. 그래서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과 힘을 집결시키는 조직론을 통해 사람에 대해 배워나가야 한다고. 셋째 이유는, 지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과 제품, 서비스에 체화된 지식과 문화의 힘만이 고부가가치의 근간을 마련해준다. 어떻게 지식을 관리하고 브랜드를 키워나갈 것인가는 ’지식 경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최고의 경영지식>의 장점은 무엇보다 ’경영학’의 매력에 눈을 뜨게 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생활 속의 이야기’와 ’최신 경영 이론’을 접목시켜 이 책을 완성했다고 밝힌다. 저자가 들려주는 마케팅 이야기, 리더십 이야기, 전략 이야기, 조직 이야기, 지식 경영 이야기는, 사실 <최고의 경영지식>이라는 제목이 다소 거창하게 느껴질 만큼 설명이 쉽고 재미있다. ’경영학’ 이론이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제대로 맛보게 해주면서, ’경영학’이라는 것이 전공자들만을 위한 먼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유대인들은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전에 성경책에 꿀을 발라놓아 성경 말씀의 맛이 꿀처럼 달다는 것을 먼저 알려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최고의 경영지식>은 ’경영학’을 단맛을 미리 맛보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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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협상 교과서 - 어느 학교에서도, 어떤 회사에서도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협상의 비법
리 웨이시엔 지음, 박지민 옮김 / 아라크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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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고시에이터>라는 영화를 보며 ’협상’의 전략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던 것 같다. <세계가 인정한 협상 교과서>에서도 확인되어지듯이, 우리의 삶은 매일 크고 작은 협상의 연속이다. 직업적인 협상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협상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 늘 손해보는 듯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의 ’협상’ 능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정적인 파이를 나눠먹으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생활 환경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협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인정한 협상 교과서>는 협상의 본질과 속성을 파헤쳐서 이기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고도의 심리전술에서부터 협상가의 기본적인 자질까지 마치 전문적인 협상가를 길러내는 훈련 교본인 듯 읽힌다. 전쟁에 임하는 군사와 같은 비장함이 있다. ’협상 교과서’라는 책 제목 답게 협상에 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이론과 실전을 겸하여 익힐 수 있다. 

가장 흥미롭고 인상적인 가르침은 ’상대방이 승자라는 느낌을 갖게 하라’는 전략이었다. 고도의 심리전이고, 사실 약간의 속임수가 보이는 전략이라 거부감을 넘어 협상의 세계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좋게 생각하면 서로가 기분 좋은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어놓고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는 접근이 사실 썩 유쾌하지만은 않게 받아들여진다. 

나는 사실 ’옳다고 생각지 않는 부분’과 맞닥뜨리면 늘 감정적인 흥분을 먼저 하여 손해를 보는 입장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으냐, 그렇지 못했느냐를 잊어버리고 감정이 상해 협상도 해보기 전에 원하는 것을 스스로 먼저 포기할 때도 많다. 치사한 것을 싫어하고, 아니꼬운 것은 두고 보지 못하는 성정이 일을 그르치고 마는 것이다. <세계가 인정한 협상 교과서>는 협상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사랑으로 ’감정’ 콘트롤을 꼽고 있다. 일단 협상에 임하는 사람은 감정부터 ’얼굴색’부터 바꿀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조직체에서 거래처와 협상할 일이 있을 때, 우리가 대표주자로 내세우는 인물이 있는데 그분의 특기가 바로 화가 날수록 차분해지고 냉정해진다는 것이다. 절대로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는 일이 없다. ’협상’의 기술은 이처럼 특별한 자질을 요구한다. 협상 노하우는 이론적인 학습만이 아니라, 훈련이 필요한 기술인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당한 상황에서도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무리한 상황에서도 무엇인가 요구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협상이다." 협상의 기술이란 공격적인 측면이 아니라, 방어적인 측면에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는 생존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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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루틴 - 1등 기업의 특별한 지식 습관
노나카 이쿠지로, 김무겸 / 북스넛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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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제3의 산업혁명 한가운데에 있다. 부동산, 자본, 노동이라는 하드 자원은 힘을 잃은 지 오래며, 이제 지식만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된 지식경제 시대다. 하드 자원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소프트 자원(지식)의 파워가 커진 만큼, 떠오르는 기업과 쇠락하는 기업이 극명하게 갈라질 것이다"(10).

경영학자의 이와 같은 예언은 경쟁사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향해야 할 방향과 초점을 맞추어야 할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부동산, 자본, 노동이라는 하드 자원이 힘을 잃은 지 오래하고 말을 해도, 마음속에는 ’그래도’라는 의심과 ’아직은’이라는 미련이 남는다. 워낙 오랜 세월 동안 막강한 부를 창출해온 권력이기 때문에, 부동산과 자본과 노동을 놔두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에 가장 민첩한 속도로 대응하는 조직체 중의 하나가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기에, 경영학에서 예견하는 변화 코드가 마음에 팽팽한 긴장감을 심어준다.

’지식’이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된 ’지식경제 시대’라고 말하여지지만, 사실 ’지식’이라는 개념이 너무나 추상적이다. 자원으로서 ’지식’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 부동산과 자본과 노동과 같이 크기와 가치를 ’수치’로 가늠하고 평가해볼 수도 없다. ’지식’이 자본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창출하고 관리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지식’의 파워를 인정은 하지만, 솔직히 ’자본으로서의 지식’은 뜬구름처럼 머릿속을 흘러갈 뿐이다.


"경영은 변화에 수동적인 반응 작업이 아니라 능동적인 창조 작업이 되어야 한다. 기업이 이러한 역동적인 흐름의 주체가 되려면, 현실의 핵심을 간파해 해석하고 조직 내외부의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며 개인의 주관을 객관적 지식 자산으로 종합해내는 창조적 루틴을 정착시켜야 한다"(12).

<창조적 루틴>은 바로 ’자본으로서의 지식’을 이해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 지식창조 방안을 구체적으로 그려주는 책이다. 세계적인 석학 피터 드러커로부터 ’현장을 잘 아는 몇 안 되는 경영학자 중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노나카 이쿠지로’는 <창조적 루틴>을 통해 피터 드러커의 평가가 옳았음을 보여준다. <창조적 루틴>은 지식경영 이론이 아니라, 지식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조직적으로 창조되고 활용되는지를 ’현장’의 토대 위에 세운다.

나는 경영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리더십’을 공부하며 조직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부를 할수록 조직 경영이 굉장히 탄력적인 분야라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변화에 민감하고, 분야와 관계 없이 좋은 것을 빠르게 흡수하고 단순화시켜 제 것으로 활용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보면서 ’이윤’이 창출시키는 사람들의 지혜와 탄력에 감탄할 뿐이다. 

<창조적인 루틴>은 ’지식창조 루틴’의 과정을 도표화해서 지식이 창조의 환경과 능력을 한 눈에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론적인 통찰은 물론 1등 기업의 창조적 루틴까지 자세하게 분석해주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 독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을 비평할 능력은 없지만, 지식을 자본으로 이해하고 지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해서 생각해볼 수 도움을 얻었다. 앞서 가는 기업의 ’경쟁력’을 확인하며, 지금 최고들이 어떤 지점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깨달으며 살짝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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