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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생각의 재발견 - 모차르트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창조성과 행복의 조건
위니프레드 갤러거 지음, 이한이 옮김 / 오늘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잘 살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은 그만큼 삶에 여유가 생겼다는 반증 같다. 지구촌의 여러 삶의 모양을 생각할 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사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생각해본다. 허망하게 사그라지는 생명들도 많은데,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면 정말로 큰 축복이 아닌가. 얼마든지 달라진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처럼 또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몰입, 생각의 재발견>을 읽고 난 지금, 나도 더 이상 핑계할 수 없음을 느낀다.
인생은 내가 집중한 것들의 총합이다.
행동과학 전문 칼럼니스트라고 하는 위니프레드 갤러거는 5년간 '주목'에 관한 연구에 몰입한 결과, 주목을 기술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원하는 대로 집중력을 적절히 발휘하여 행복하고 창조적인 삶을 구축해가는 '몰입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밝혀냈다. 행동과학 뿐만 아니라, 뇌과학과 심리학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어떤 대상에 주목할 것인가(주목 전환)를 선택하고 필요한 대상에 온전히 몰입할 때,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밝힌다.
<몰입, 생각의 재발견>의 저자는 한마디로 이렇게 단언한다. "인생은 내가 집중한 것들의 총합이다"고. 우리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주목하는 대상이 다르고, 이와 동시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각자의 개성을 결정짓는다. 하루 종일 우리들은 어떤 대상에 시선을 줄지를 선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집중하지 못한다면 정신은 삶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고 잘못된 일을 하는 데 고착화되고, 이는 다시 정신의 프레임을 잘못된 방향으로 구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26). 무엇에 주목하고 있는가, 다시 말해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대상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면, 주목 대상을 관리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는 전자제품들이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대상을 공격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기계가 우리의 주위를 흐트러뜨린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냥 그것을 꺼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259). 현대의 기이한 워커홀릭 문화가 칭송하는 멀티태스크 능력은 신화에 불과하다(27).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 한 사람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항상 컴퓨터를 꺼놓는다. 집중력을 방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켜놓은 채 수시로 들락거리며 이것 저것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아이폰을 단체로 구매한 타부서 팀원들이 수시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이 날 때마다 핸드폰을 조작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런 기계들이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갉아먹고 있는지 생각하니 오싹해진다.
"몰입하는 삶은 생의 모든 순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무익하고 기괴한 일이다. 오히려 마음을 자신만의 소중한 정원으로 여기고, 그곳에 무엇을 심고 키워나갈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숙고해보는 일이다"(94).
이 책은 '오늘'을 사는 지혜, 내일을 열어가는 비결을 알려준다. 저자는 주목 대상을 전환하고 그것에 몰두하는 기술을 읽힘으로써, "과거나 미래, 혹은 사소한 돌발 상황이나 부정적인 사건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암에 걸렸지만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누려올 수 있었다고 말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많은 지식이 있고, 매일 새로운 지식이 쏟아지고 있다. 그 모든 지식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그 모든 것을 배워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같은 하루를 살아도 보다 충만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후회하지 않는 시간으로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다면, <몰입>의 기술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지혜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처럼 우리의 주목을 방해하고 몰입을 공격하는 수많은 기계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더욱 절실한 지혜이리라.
"삶은 우리들이 집중한 대상들의 합이다. 현재에 일어날 일이 다음에 무슨 일을 발생시킬지, 그리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능력을 잃지 않는다면, 현재의 위기는 보이는 그대로 위기만은 아니게 될 것이다"(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