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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카민 갤로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노하우를 엿보다.
오랫 만에 대학원 공부를 다시 시작했을 때, 재밌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경영학과 사회학과 과목을 오가며 강의를 수강했는데, 수업 진행 방식이 서로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강의, 발제, 토론이라는 수업 방식은 비슷했는데, 경영학과는 그 모든 것을 파워포인트(power point)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한 시청각 자료로 진행했고, 사회학과는 그 모든 것을 문서(종이)로 진행했다. ’경영’ 분야에서는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의 귀재로 통하는 스티븐 잡스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최고 경영자(CEO)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나는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하면 파워포인트(power point)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발표를 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고 하면, 오직 슬라이드 만들기에 전념해왔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정보만 채운 지루한 슬라이드 쇼"의 주인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을 읽으며, ’프레젠테이션’이란 그보다 훨씬 통합적이고, 목적이 분명한(또는 분명해야 할),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기술이라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찾아가며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을 읽으니 이 책의 내용이 훨씬 입체적으로 전달된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하나의 드라마요,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이 책의 저자 카마인 갈로의 지적대로 예술의 경지라 할 만 하다. 스티브 잡스는 노래 1천곡을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며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중간에 호주머니에서 살짝 iPod를 꺼내는 극적인 방식으로 신제품을 보여준다. 또 얇은 맥북을 강조하기 위해 무엇인가 담긴 서류 봉투를 보여준다. 물론, 그 서류 봉투 안에는 꺼내는 순간 지켜보는 모두가 탄성을 지를 만큼 얇은 맥북이 들어 있다.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가르침은 ’이야기를 창조하라’, ’슬라이드를 단순하게 구성하라’, ’청중의 뇌에 딱 한 가지 주제만 남겨라’이다. 핵심은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스티브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을 이끌어나갈 ’이야기’ 또는 ’플롯’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나의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다. 슬라이드를 단순하게 구성하라는 것도 내게는 거의 충격적인 가르침이나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는 내가 전달해야 할 거의 모든 내용을 슬라이드 안에 넣으려고 애를 써왔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정보만 채운 지루한 슬라이드 쇼’였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은 꽤 자세하고 정교하게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분석하고 있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침도 주고 있다. 그러나 워낙 대가의 기술인데다 독특한 개성이 탁월한 빛을 발하고 있는 뛰어난 무대연출이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그 무엇이 존재한다. 아마 진짜로 '그대로' 따라하겠다고 작정하거나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의 것을 흉내낸(!) 것인지 금방 들통나고 말 것이다.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은 프레젠테이션 기술과 상관 없이 읽어도 재밌고 유익한 책이다.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열정’과 빛나는 ’아이디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최고 경영자의 성공 신화 자체가 충분한 감동을 준다.
